인터넷경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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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경매 대표이사
  • 승인 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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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인터넷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시킨 장본인인 이금룡 이사가 지난달 초 (주)인터넷경매의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경영진에서 인터넷벤처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옮긴 첫번째 케이스가 될 이금룡 사장.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동 미래와사람 빌딩 6층에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경매의 사장실을 찾아 간 것은 지난 달 중순의 늦은 오후, 사무실에 들어가니 각계에서 보내온 꽃다발과 화분이 가득 차 있다. 입구에 있는 커다란 화분에는 『축, 대한민국 벤처 전문경영인 1호』라는 축하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인터넷경매에 출근하기 시작한지 1주일쯤 됐다는 이금룡 사장은 무척 바빠 보였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가 삼성물산에서 인터넷사업부를 맡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을 때까지 인터넷사업부가 벤처기업처럼 움직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업부 내에서 올라온 제안이나 의견은 그의 선에서 대부분 해결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는데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인사부서나 관리부서와의 마찰은 대기업 조직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듯 싶다.

『사실 이곳에 오니 전보다 10배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여기는 100% 인터넷 업체이고,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사람하나 뽑아야 하는데 인성검사 해야 하고, 학벌이 어떻고 다른 부서와의 형평이 어떻고, 대기업에서는 마찰이 안 생길 수 없다.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는 것과 벤처기업에서 하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금룡 사장이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한 것은 97년 12월, 그때까지 이 사장은 77년 7월 삼성그룹의 공채 17기로 입사해 20년을 삼성물산에서 수출입과 유통 분야의 길을 걸어왔지만 인터넷에 처음 들어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의 인생은 바로 그때부터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 딸이 피아노를 잘 치거든요. 그래서 해외 콩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인터넷이란 게 참 괜찮아요. 뭔가 되겠다 싶었죠. 그날 이후로 믿을만한 부하 직원에게 인터넷 업계 사람들을 모두 만나고 다니라고 지시했어요. 인터넷 시장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죠.』

20년을 수출전선에서 뛰어다닌 그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신천지로 보인 것이다. 이 사장은 그때 받은 시장동향 보고서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기자에게도 그 보고서를 책장에서 꺼내 직접 보여주었는데 98년 1월 중순의 한 보고서에서 중앙 뉴미디어 쪽 사람과 만난 기록을 볼 수 있었다. 98년 9월에 오픈한 삼성인터넷쇼핑몰은 바로 이 보고서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가 주도해서 만든 삼성인터넷쇼핑몰은 삼성이라는 이름과 다양한 제품 구색, 이벤트를 제공하면서 쇼핑몰 최초 월 1억 매출 돌파, 아마존과 AOL과의 제휴건 등 굵직한 뉴스를 만들어내 국내 인터넷 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대기업은 인터넷 비지니스에 약하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깨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삼성물산의 이사직을 버리고 인터넷경매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사실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어요. 삼성인터넷쇼핑몰이 어느 정도 커졌고, KTB의 권선문 사장과도 잘 알고 있고, 오혁 사장과는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된 거에요. 오 사장은 인터넷경매의 창업자이면서 지금까지 잘 회사를 끌고 왔기 때문에 그 사람이 찬성하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거에요. 저는 CEO의 역할을 하고 오 사장은 CTO를 맡아 역할 분담을 하게 됐죠』

이금룡 사장은 삼성물산 시절에 경매사이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런 그가 인터넷경매로 온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한게 없지만 입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라는 대기업과 인터넷경매라는 벤처기업의 성격에 따라 인터넷 쇼핑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경매 정도로는 만족을 못해요. 일단 매출 규모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경매의 경우 이익은 얻을지 몰라도 규모를 키우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인터넷경매와 같은 중소기업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모델로 가야 합니다. 아마존이 계속 적자를 내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에 비해 eBay가 짭짤하게 흑자를 보는 것은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는 인터넷경매를 좀더 크게 키우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아시아 각 나라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경매 사이트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만, 홍콩, 중국에 경매 기술 수출이나 합작을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경매 사이트와 연합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밝혔다. 이를 위해 곧 「인터넷경매」라는 회사명을 국제적인 이미지를 갖는 회사명으로 변경하고 코스닥에 주식을 상장시킨 후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경우 우리의 경매시스템이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갖고 있는 ‘매매보호장치’와 같은 것은 직접 얼굴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던 아시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아시아는 아시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eBay를 예로 들면서 미국의 경매사이트가 아시아에 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금룡 사장과 인터뷰한 후 며칠 뒤에 한 신문에 「eBay가 인터넷경매와 제휴해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와 전화로 문의한 결과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eBay 측이 인터넷경매의 경매 시스템에 좋은 평을 해주기는 했지만 제휴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경매의 회원수는 35만명을 돌파했으며 경매 사이트에는 6만개의 물품이 올라와 1일 1500건, 금액으로는 50억원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금룡 사장은 50만 회원을 확보하고 10만개의 물품이 올라가는 올해 하반기에는 코스닥에 인터넷경매를 상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물품을 확보하고 대기업들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본격적인 인터넷 경매 세상을 열어가겠다는 「대한민국 벤처 전문경영인 1호」 이금룡 사장의 목표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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