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일 수도 있겠지만, 국내 IT산업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 몇 년간 풀릴 듯 풀릴 듯 하면서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시장 상황에 IT업계의 불만이 폭발 직전의 임계점인 밀운불우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IT산업은 전체적으로 ‘장기불황’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입증이라도 하듯, 한 달 한 달을 힘겹게 보낸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이처럼 업종 불문하고 고전에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김없이 다시 새해가 밝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희망을 품에 안고 새로운 한해를 보내겠다는 신념과 각오로 무장한 채 힘찬 발걸음을 내딨었다.
새해 출발점에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국내 정보통신산업에 대해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60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황금돼지해인 정해년(丁亥年)의 새해 벽두부터 왠 궁상이냐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국내 정보통신산업이 30여 년이 넘는 연륜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형만 커졌을 뿐 글로벌하게 내세울 만한 작품이 무엇이며, 달라진 것은 또 무엇이 있는가. 더불어 실력 쌓기는 뒷전인 채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마구잡이식 덤핑 경쟁, 앞 뒤 안 가리는 사람 및 제휴선 뺏어오기,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힘 있는 기업의 횡포, 경쟁사 헐뜯기, 일관성 없는 정책,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 등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매년 우리가 되풀이하고 있는 ‘고질병’이라는 것이다.
고름은 절대 살이 되지 않는다.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때만 되면 부르짖는 IT강국의 거창한 구호는 한낮 공염불에 불과할 뿐 아니라 영원히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아닌 밀운불우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정해년에는 곪은 곳이 있으면 과감히 짜내고 상처가 아물도록 치료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은 개인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또 국가는 국가대로 각각의 분수와 위치에서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이나 악습은 과감히 털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일까 마는 꼭 그렇게 해야 하고 절대 이뤄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한눈 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아니 영원히 독자 여러분의 가슴 속에 사랑, 희망, 기쁨, 행복, 재물 등과 같은 좋은 단어들만 가득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