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의 세 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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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의 세 가지 원칙
  • 승인 2006.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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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IT업계의 기술발전을 선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급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에서부터, 다양한 리서치 기관에 의해 발표되는 보고서들까지 모두가 한국보다는 중국과 인도시장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중국과 인도의 부상은 규모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향후 1~2년 내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를 따라잡거나 앞지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까? 기술의 발전을 이뤄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에, 인재 양성을 위해 더욱 힘쓰는 것이 결국 우리가 이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비책일 것이다. 조직을 원활히 이끌며 그 안에서 우수한 IT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훌륭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은 결국 기술을 지배하는 힘이 된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비롯 도전과 기회 제공 등 원활한 조직운영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능력은 물론 조직원 모두의 총체적인 역량과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에게는 조직을 잘 아우르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어 나만의 믿음이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다.
제대로 된 관계는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내가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인재경영의 노하우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하자면, 첫 번째는 신뢰와 존중, 두 번째는 칭찬과 격려, 세 번째는 조직의 유연성이라 할 수 있다.

1. 신뢰와 존중
인재를 더 큰 인재로 키우고, 보다 훌륭한 리더로 만들려면, 조직의 리더가 그 본보기가 돼야 한다. 아이가 부모를 보고 자라 듯, 직원들은 그 조직의 리더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가져가게 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을 갖는 것이요, 단단한 신뢰를 주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믿어줄 때에는,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가진 것 이상의 능력도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발상의 일환으로, 업무시간 이후 나는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또 개별적으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다독이곤 한다. 서로의 고충을 사심 없이 털어놓고, 직급을 떠나 함께 일하는 동료로써 서로 간의 돈독함을 쌓는다. 때로는 그가 평사원이건, 부장이건, 이사이건, 전무이건 상관없이, 집으로 초대해 내 집 밥을 함께 들며 직장을 넘어 가족으로써 대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선 손영진 사장보다 사모님이 더 인기가 있다는 부작용도 생기지만 말이다.
이렇듯 ‘당신은 내게 있어, 또 우리 회사에 있어 소중한 사람이오, 한 가족이오, 또 내가 의지하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은 직원들에게 쥐어주는 어떠한 권한이나 책임보다도 의미가 막중하다. 이러한 신뢰와 존중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인재경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하겠다.

2. 칭찬과 격려
신뢰와 더불어 사내 직원들이 더욱 신바람 나게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활력소가 바로 칭찬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 하지 않았던가! 시스코의 인재경영 중심에는 칭찬 문화가 있다.
260여명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규모의 집단이지만, 같은 부서가 아니어도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웃고 인사할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다. 이러한 사내 분위기를 타서인지, 서로 간의 격려와 칭찬은 이제 일상생활과 함께 당연한 것이 됐다.

“어, 최 차장님, 오늘도 역시 시스코 박사답게 해박한 지식을 펼치시는군요.”
“이 이사님은 어쩌면 그렇게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죠, 그 화술에 항상 놀랍니다.”
“ㅇㅇ씨, ㅇㅇ씨는 패션 감각이 뛰어나네요, 사내 인테리어에 ㅇㅇ씨가 고민 좀 해봐 주세요.”

사람이 다른 어느 한 사람에게 약이 되고 활력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훌륭한 장점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한 면을 본인이 알 수도 혹은 모를 수도 있지만, 여하간 그러한 면을 찾아주고, 눈 여겨 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은 마치 상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신나고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3. 조직의 유연성
마지막으로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역량이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리더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육성하는 기업환경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특히 기업 내 조직의 유연성은 개개인에게 기회를 제공해 자칫 눈에 띄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지금까지 근무했던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현재 내가 근무하는 시스코는 이 면에서 ‘아하, 이러니까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스코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 부서간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다 마케팅부서로 자리를 옮긴 뒤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기도 하고, 엔지니어였지만 영업으로 옮긴 뒤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의 이동이 쉽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력(Career Path)을 개발해 갈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기회인 것이다.
오늘도 많은 인재들이 그들의 대학 전공이나 입사 이전의 경험, 경력에 따라 그들이 싫건 좋건 이미 걸어온 그 길에 다시 배치되고, 그 방향 하나만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자신의 삶이고 경력이지만 업무선택, 조직 내 배치에 있어 정작 당사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반 이상이 조직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조직이 유연성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보다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이것이 곧 인재경영이요, 기업경쟁력의 핵심이라 믿는다.
오늘 날, 많은 기업들이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거나 사내 프로그램을 꾸미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인 프로그램이라도 진심이 어리지 않는다면, 그 프로그램은 인재양성에 실패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기본 세 가지 원칙이 잘 지켜져 왔는지 생각해보자. 오늘부터라도, 인재경영을 하고자 한다면 서로에게 신뢰를 가지고 항상 긍정적으로 대하며 조직 내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힘써보는 건 어떨까? 이미 실천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 세 가지 원칙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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