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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턲미 듕귁에 달아 문퉯와로 서르 턢큜디 아니퍞텈
  • 승인 2006.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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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한글창제를 기리는 ‘한글날’이 있는 달이다. 1446년 세종 재위 28년 반포돼 올해로 560돌을 맞는 한글은 우리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말은 3천개가 넘지만 글자는 겨우 50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 한글은 가장 독창적인 지구상의 유일한 창제 발명 문자로,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글의 정교함과 편리함은 세계 어느 문자도 따라올 수 없다. 한글에 대한 민족적 긍지를 갖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발전시켜 우리의 민족문화를 인류사에 더욱 빛낼 일이지만 유독 IT업계에서는 한글이 천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의 말과 글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도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어떤 때는 말 가운데 한 두 마디의 영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겨질 정도다. 심지어 영어단어를 절반 이상 사용해 우리말은 조사 정도로만 사용하는 인사도 있다.

이는 비단 IT 분야만의 일은 아니다. 인터넷상에서는 국적불명의 단어들이 판을 치고, 정부기관들 조차도 영어를 밥 먹듯 사용한다. 영어가 취업과 진학의 최우선으로 받아들여지며, 온 나라가 영어교육 열풍에 빠진 현실은 우리의 현주소를 반증한다. 전 세계에서 토익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영국도 미국도 아닌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토익 족집게 과외를 듣기위해 외국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올 정도로 IT강국 대한민국은 영어강국(?)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말로 바꾸기 애매하고, 용어의 원뜻을 살리기 위해 부득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해외 유학파가 많고, 해외 업체와의 교류가 빈번해 영어 사용이 잦은 IT업계의 특성상 습관처럼 영어가 흘러나온다는 점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말로 다듬을 수 있는 용어를 굳이 영어단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가다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두루누리’, 클러스터는 ‘산학협력지구’, 스팸메일은 ‘쓰레기편지’, 블루오션은 ‘대안시장’, 블루투스는 ‘쌈지무선망’ 등으로 대체어를 선정하고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영어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이러한 용어가 어색하겠지만 이제라도 순화용어 사용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말과 글을 잃는 것은 나라를 잃는 것이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까지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에 이어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또다시 떠들썩하다. 고구려 역사를 다룬 연속극이 안방극장을 점령했고, 동북공정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순간의 관심이 아닌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를 잃어버리면 나라를 잃는 것과 같고, 우리말과 글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말과 글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그럴싸한 IT인프라만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정신과 혼을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IT강국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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