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조명 연출, 천년전 이집트로 초대합니다
상태바
환상적인 조명 연출, 천년전 이집트로 초대합니다
  • 승인 2005.12.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상적인 조명 연출, 천년전 이집트로 초대합니다

베르디의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던 ‘아이다(AIDA)’가 디즈니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엘튼 존(작곡)과 팀 라이스(작사)라는 재주꾼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가미한 뮤지컬 ‘아이다’는 기대만큼이나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가득했다. 특히 현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는 시공간을 뛰어 넘어 천여년전 이집트로 관객들을 초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의 무대장비가 고스란히 공수된 무대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조명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려한 조명·부드러운 팝의 조화가 일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시작되는 뮤지컬 ‘아이다’는 밀랍인형으로 전시 중이던 암네리스 공주가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를 부르며 시작된다. 적국의 장군 라다메스에 대한 사랑과 공주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철없는 공주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해가는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한 여인에게 매혹되며 지위와 영광보다 사랑을 택하는 라다메스 장군,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인 라다메스 장군의 아버지 조세르 등 개성있는 캐릭터로 채워진 다채로운 무대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빛의 향연’이다.
일반 조명보다 속도가 2배나 빠른 무빙 라이트(moving light)가 사용된 아이다에서는 무대 바닥에 붓으로 그린 듯 펼쳐지는 매혹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집트의 강렬한 태양과 운하를 표현하는 붉은 조명과 노란색 조명, 무대를 가득 채운 별빛, 빛으로 짜올린 감옥 등,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아이다의 백미는 암네리스의 목욕신이다. 이 장면에서 사용된 푸른 조명 빛은 무대 배경 자체를 욕조로 변신시키는 기발함을 보여줬다. 수직과 수평의 경계를 파괴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또한 암네리스의 허영심 많은 성격을 드러내는 간이패션쇼 장면은 실제 패션쇼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고 감각적인 드레스로 무대의상의 진수를 보여줬다. 공연 전반에 흐르는 엘튼 존의 감미로운 팝의 향연 역시 화려한 빛의 무대와 어우려져 관객들을 환상에 젖어들게 한다.

비극적 사랑의 대서사시가 아쉽다
한국배우들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진행된 이번 뮤지컬 ‘아이다’는 공연개시 전부터 핑클의 멤버 ‘옥주현’이 캐스팅되며 화제를 모았다. 옥주현은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불분명한 대사처리, 공주로서의 책임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다의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미숙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극 전반을 받치는 조연들의 힘으로 아이다는 살아났다. 암네리스 공주역의 배해선과 조세르역의 성기윤은 역시 뮤지컬 전문 배우다운 노련함으로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극을 입체적으로 이끌어갔다.
전반적으로 아이다는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공연이었다. 극의 메시지인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현대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부터 이집트까지 다채로운 무대공간을 표현해냈지만 개성 없는 남녀 주인공의 역할과 비극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어정쩡한 극 전개는 볼거리는 많았지만 느낄거리는 부족했달까.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표현해 내는 장중하고 아름다운 비극적 사랑의 대서사시는 아직 디즈니 뮤지컬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인 듯 싶다.


■ 공연제목
아이다(AIDA)
■ 공연일시
2005년 8월 27일부터 계속
(평일: 7시30분/ 토, 일, 공휴일: 3시, 7시 30분)
■ 공연장소
LG아트센터
■ 공연문의
02-2005-0114(LG아트센터), 1588-7890(티켓링크), 1544-1555(인터파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