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깊이 묻어나는 행복한 모놀로그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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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깊이 묻어나는 행복한 모놀로그로의 초대
  • 승인 2005.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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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킹위드>
인생의 깊이 묻어나는 행복한 모놀로그로의 초대

1981년 미국의 젊은 연극제인 후마나(Humana) 페스티벌에서 초연돼 독특한 형식과 내용으로 찬사를 받았던 제인 마틴의 대표작 ‘토킹위드(Talking With)’가 지난 5월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앵콜 공연에 들어갔다. 종전의 모놀로그 연극이 배우 한 명이 등장해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는 연극이라면, 이 작품은 11명의 여배우가 각기 한 에피소드들을 맡아서 공연하는 특이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초연시에는 3명의 여배우가 10개의 에피소드를 나눠 연기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10개의 에피소드를 4명의 여배우가 맡아 좀 더 풍부한 표현과 재미를 선사한다.

페미니즘을 넘어 우리 삶에 대한 성찰로
모놀로그라고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은 으레 따분한 넋두리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토킹위드는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다. 배우는 관객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걸고,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그리고 웃게 했다가 울게 했다가, 그러다가 그 삶으로 뛰어들어 그녀를 위로하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한다. 각기 다른 그녀들의 삶에서 관객은 어느새 자신을 보고, 어머니와 만나고, 할머니를 그리고, 딸아이를 기억하게 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여성이기 때문에 자칫 ‘페미니즘 연극’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페미니즘의 울타리를 벗어나 인간이라면 한때 꿈꾸었던 희망과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를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는 별 볼일 없는 연극 배우로 전락한 여배우의 꿈이 숨어 있고, 얼굴에 흉터자국이 생기면서 비로소 인생을 알아가는 중년여성의 희망이 있는가 하면, 인생의 황혼기에 비로소 지나온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노년의 깨달음이 있다.
특히 이 연극에는 자칫 여성만이 등장하는 연극에서 자주 보여 지는 강요하는 ‘눈물’이 없다. 오히려 그 자리에 경쾌한 웃음과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대사, 그리고 인생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작가의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암전(暗轉)을 즐겨라’
토킹위드의 10개의 단막극은 하나하나로서 완성된 이야기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또 전체적으로 우리네 삶과 희망, 인생의 깊이를 담고 있다. 특히 프렌치프라이, 누더기아가씨, 흉터자국 등을 연기한 배우 한선희의 연기를 주목하기 바란다. 95년 대전광역시연극제 최우수여자연기상, 96년 전국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경력답게 그녀는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각기 다른 인물을 완벽히 연기하고 있다.
프렌치프라이의 노파와 누더기아가씨의 소녀 같은 가정주부, 흉터자국의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중년여인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여인들을 제대로 표현해, 배우에 의해 좌우되는 모놀로그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하나의 극이 끝날 때마다 다음 극을 위한 암전(暗轉)이 자주 이어지지만 토킹위드에서는 암전이 지루하지 않다. 앞의 극 내용을 음미하며,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이어질까 즐겁게 기다릴 수 있다. 10개의 단막극마다 인생의 깊이를 담고 있는 ‘토킹위드’. 극이 끝나고 나서 박수를 칠 때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토킹위드는 바로 나와 우리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공연제목 : 토킹위드(Talking with)
■ 공연일시 : 2005년 10월30일까지
평일 : 7시 30분, 토요일 : 4시, 7시 30분, 일요일/공휴일 : 3시, 6시
■ 공연장소 : 대학로 상상나눔 씨어터
■ 공연문의 : 문화기획 파란 02-745-2124 www.treeandwa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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