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라는 밀림에서 자생법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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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라는 밀림에서 자생법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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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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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진 이미지드롬 사장

최근 웹 디자인 기획, 개발 및 제작 시장에서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웹 디자인과 제작이 특정 업체만이 전유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전체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에 반해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인지도 높은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웹 개발은 높은 부가가치를 인정 받아야 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비지니스를 표방하는 소규모 자본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는 탓이다.이에 장기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그를 만나 속 얘기를 들어 봤다.

이미지드롬은 지난 95년 독창적인 기획력과 창조적인 디자인감각,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해 웹 디자인 기획 및 제작시장에 등장한 전문가 집단이다. 요즘 인터넷 시장에서 넘쳐 나는 전문가가 아닌, 어감 그대로의 프로패셔널이다. 정당한 가치로 평가되지 않으면 이미지드롬의 식구들은 프로젝트를 절대 수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지드롬은 오만(?)할 만큼 시장에서 그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가. 두 말할 필요 없는 얘기다. 사업 초기 선경그룹과 한국이동통신에서부터 패션브랜드 닉스앤스톰의 홈페이지까지 그들의 창조적이며, 체계적인 작업의 산물들은 「최고」란 찬사를 아낌없이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미지드롬은 평균 3~4개월간 진행되는 작업기간 중에 어떠한 이유에서도 다른 프로젝트를 맡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들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켜 돈을 받는 데 대한 정당성을 높이고, 최선을 다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그들만의 고집이다. 이 때문에 1년에 불과 3~4개의 프로젝트만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홍상진 사장은 『남들보다 많이 고민하고, 도전하며 냉철하게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구성원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한 곳에 담아내야 비로소 떳떳하고 가치 있는 창조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제 홍사장은 더 이상 웹 디자인 개발과 제작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격과 웹 디자인을 고유한 창조물로, 창조물을 소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업체들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웹 디자인 기획과 제작이 막연하게 인터넷 비지니스를 꿈꾸는 이들의 값 싼 도구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새 시장에 뛰어들어 중소업체들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겨야 될 웹 디자인 개발 및 제작을 잠식한 대기업들. 이들은 수익이 보장될만한 대형 프로젝트(대략 1억원 이상의)를 과점하며 무분별한 재하청으로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만들어 그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어쩌면 짧은 국내 자본주의 역사에서 생성된 삐뚤어진 시장논리와 경쟁방법에 이미지드롬은 퇴출(?)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이를 통째로 흔들어 버릴 힘을 갖기 위해 변신으로 거듭나고 있는 상태라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홍사장은 최근 이지페이퍼라는 이메일매거진 발행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의 관건은 이용자가 얼마 만큼 편안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이미지드롬은 배너광고에 의한 시각적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또한, 글로벌서비스를 기본 방향으로 잡고, 일본과 중국 등에 실시간으로 서비스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를 출발점으로 새로운 인터넷 비지니스의 모델을 기획, 개발하겠다는 의지다.

홍사장이 잠정 결정한 이미지드롬의 향후 사업방향은 이지페이퍼를 성장시켜 독립 회사로 분리, 이 회사를 외부에서 관리하는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화 작업으로 현재 시작한 서비스를 포함해 수 개월내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5개 부문의 특화된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각 서비스를 모두 독립시킬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를 위해 홍사장은 자본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다녀온 미국 출장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작업 역시 녹녹치는 않다. 기업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와 투자자의 입장에서 평가되는 가치의 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이미지드롬이 가진 것은 최고로 평가 받는 기획력과 기술이다. 반면 국내 벤처캐피탈은 벤처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움직인다.

기술, 아이디어, 잠재력으로 성장해야 하는 벤처기업이 활동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시장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이미지드롬. 외롭다고 느끼지만, 두려움이나 초조함 따위에 흔들리지는 않는다. 이미 인터넷 밀림에서 떳떳한 자생력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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