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잡는 순간 잡념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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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잡는 순간 잡념은 사라집니다
  • 승인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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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진지하게 붓을 잡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서예(書藝)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서도(書道)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신장철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상무는 사내에서도 서도를 제대로 구사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시간이 나면 인사동에서 서실을 내고 활동하고 있는 후배를 찾아 붓을 든다. 붓을 잡으면 한순간 머리를 어지럽히던 잡념은 사라진다.
글·송지혜 기자·song@datanet.co.kr
사진·김구룡 기자·photoi@datanet.co.kr

붓을 잡는 순간 잡념은 사라집니다

“서예는 서당에서 스승에게 배운 글씨라 스승의 글씨체에 영향을 많이 받고, 형태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서도는 절대 스승에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옛 조상들의 글씨를 배울 수 있는 법첩을 보고 익히기 때문에 훨씬 어렵지만 그 깊이 또한 깊어, 그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 사람들의 글씨를 탑본해 글씨를 익히거나 감상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인 법첩(法帖)을 보고 배우는 방법은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익히기가 쉽지 않다. 신 상무는 법첩을 통해 해서를 비롯해 행서, 전서, 예서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어 깊이 있는 글씨를 뽑아내곤 한다.

멋있어도 곧 싫증나는 글씨는 거부
신 상무는 초등학교 때부터 붓글씨를 시작해 중학교 시절에는 근처 초등학생에게 붓글씨 과외를 해줄 정도였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서도 동아리에 들어가 깊이 있는 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 초등학교부터 시작한 붓글씨라니 단순히 취미로 하기에는 서도에 대한 깊이와 애정이 남다른 것도 당연해 보였다. 그에게 좋은 글씨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처음 봤을 때 아무리 멋있어 보이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보면 곧 지루해 지는 글씨가 있습니다. 이런 건 모양만 멋진 글씨지요. 진짜는 보면 볼수록 그 깊이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살아나는 게 좋은 글씨죠.”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서도에 대해 무관심해 진 사실이 못내 안타까운 듯 그 매력에 대해 풀어 놓았다.
“붓글씨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그 오묘한 균형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어요. 한번 붓을 잡으면 잡념, 근심, 걱정을 잊게 해주는 매력도 간과할 수 없죠.”

실력보다는 정신수양 추구
신 상무는 성균관대학교 서도 동아리 ‘성균서도회’ 출신으로 당시 6대 회장을 맡을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성균서도회는 그 명성이 자자해 학생들을 지도하던 스승들도 서도에 깊은 학식이 있는 유명한 실력가들로 이뤄졌다. 단순한 동아리 개념을 뛰어넘어 전문적으로 글씨를 배우고 끈끈한 친분을 쌓는 장이었던 것.
“그 당시에는 남녀가 유별하다는 이유로 이성끼리는 절대 말을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선배라도 이성이라면 후배에게 반드시 존대를 해야 했어요. 또 당시 통행금지가 있어서 12시가 지나면 동아리방에서 종이 한 장만 덮고 자는 게 다반사였는데... 한지가 얼마나 따뜻한지 덮고 자본 사람만 알죠. 하하.”
굴원의 어부사시사, 열곡 병풍, 반야신경 등은 그가 아끼는 그의 작품이다. 대부분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서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 그는 시간이 나면 한글과 한자를 섞은 갈필을 쓰고 싶다고 했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글씨를 추구하는 신장철 상무의 작품을 그의 주위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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