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축제 희망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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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축제 희망을 노래하다
  • 승인 200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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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축제 희망을 노래하다

안녕, 모스크바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으로 인한 거리정화 차원으로 외곽지역 임시 숙소에 모인 매춘부, 알콜 중독자, 부랑아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를 치장하기 위해 격리, 수용된 채 크고 작은 사건들을 거치며 그들의 감춰졌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그들은 모스크바에서 쫓겨났지만 올림픽 성화 봉송을 멀리서 지켜보며 성공적인 축제를 위한 축배를 들며 초라하지만 아름다운, 그들만의 축제를 준비한다.

우리 이웃들의 아픈 상처에 대한 보고서
러시아의 현대 연극을 대변하는 희곡작가 알렉산드로 갈린의 ‘아침하늘의 별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안녕, 모스크바’는 1980년대 모스크바가 배경이지만 현재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축제의 이면에는 항상 어두운 그늘이 있다. 모스크바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생활의 터전에서 쫓겨나 도시 외곽에 모인 사람들의 희생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거리 노점상 철거, 노숙자 강제 수용대책 등 내몰린 우리 이웃들을 연상케 한다.
또한 극중 캐릭터들의 아픈 과거들은 한번쯤 마주쳤을 우리 주변 사람들의 상처다. 바람둥이였고 끝내 미쳐버린 남편을 정신병원으로 보낸 채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온 임시숙소의 포주 발렌찌나, 항상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하는 매춘부 로라, 자기를 믿어주지 않던 어머니를 떠나 위태로운 사랑을 하는 마리아, 마리아와 치명적 사랑에 빠진 발렌찌나의 아들이자 감시경찰관인 니꼴라이, 강간당하고 낳은 아이들을 보호소에 맡긴 채 알코올중독에 빠져 늙어버린 창녀 안나, 천재 물리학자지만 정신병자가 된 알렉산드로(샤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녹아있는 안녕, 모스크바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가리워진 상처받은 사람들의 얘기다. 그러나 그들은 상처받은 자신들의 삶에 절망하지 않는다. 비천하고 남루한 삶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며 희망을 노래한다.

2004년 서울연극제 연출상·연기상 수상
안녕, 모스크바의 무대는 간단하다. 임시숙소를 표현하는 철망이 쳐진 벽과 철제 침대, 그리고 외부로 통하는 계단 정도가 무대의 전부다. 한번도 무대장치가 바뀌지 않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러시아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 등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훌륭한 연극의 요소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잘 짜여진 극본, 극중 인물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력 그리고 무리 없이 주제를 살리고 있는 연출의 삼박자가 들어맞는 근래 보기 힘든 정통 연극이다. 그리고 올림픽 성화, 로라의 담뱃불, 샤샤의 캐스터네츠, 발렌찌나가 건네는 오토바이 열쇠 등 얽히고 설켜 있는 연극의 여러 상징적 요소들을 짜 맞춰 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우리의 삶과 사랑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안녕, 모스크바. 극중 마리아와 니콜라이가 부르던 원제와 같은 노래 ‘아침하늘의 별들’처럼 그들은 존재하지만 빛남이 희미하다. 그러나 그들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사람은 누구나 쓰일 데 없이 세상에 나온 일은 없으니 말이다.

공연제목: 안녕, 모스크바(원제 : Stars in the Morning Sky)
공연일시: 6월 26일까지(평일: 7시 30분/ 주말, 공휴일: 4시, 7시 30분)
공연장소: 대학로 블랙박스씨어터(구 바탕골소극장)
공연문의: JTCulture 전재완 실장 016-289-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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