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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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
  • 승인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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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

중학교 시절까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으면, ‘십오소년 표류기’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야 어쨌든, 열다섯 명의 소년들은 그들이 처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갔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을 지녀온 나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전 20여 년간 몸담아 왔던 금융계의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문화에서 매우 역동적이고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산업인 IT업계로 몸을 담기 시작한 것은 스스로 좀 더 만족할 뿐만 아니라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과 조직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때문이었다.
맡은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길 때 일과 조직에 대한 몰입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임직원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일을 부여하기 위해 조직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직장인으로서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이란 무엇인지 짚어 보자.
자신의 직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비근한 예가 택시 안이다. ‘내가 지금 좀 어려워서 그렇지 택시 기사나 할 사람이 아니다’ 라는 표정과 말로 손님을 맞이하는 기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는 가슴에 버젓이 ‘학생 아르바이트’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점원들을 볼 때면 그 때마다 나는 속으로 묻는다. ‘학생이니 일을 시키지 말아 주세요!’ 라는 뜻인가요?’
자신이 어떤 사정에 의해서 지금은 운전을 하고 있건 또는 식당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건 간에 내가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일하면 안 될까?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동안에 저지르는 어떠한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해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평가할 때 일 자체의 본질적인 가치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동료나 업무 여건 등 일 이외의 조직 여건에 대한 만족감까지도 한데 묶어서 맡은 일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임직원들이 인식하는 가치 있는 일이란, 일 자체의 가치가 높고 조직 여건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있는 일을 뜻한다.

첫째, 임직원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은 무엇보다도 그 자체가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치가 높은 일들이다. 그 일을 누가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상관없이 조직 차원에서 성과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일의 성패가 조직의 생사와 직결되는 핵심 업무나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혁신 업무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임직원들에게 본질적으로 가치가 높은 일들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상적인 업무를 덜어주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 효율화만으로는 가치 있는 업무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담당 업무 자체가 조직 성과 향상에 상대적으로 기여하는 정도가 낮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존 인력의 상당 부분을 보다 혁신적인 업무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임직원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은 조직 운영 면에서 적절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일이다. 적절한 권한과 책임은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존재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조직의 정신적, 물질적 기대를 말한다. 만약 누군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을 맡겼다 하더라도 그 일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없다면, 또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면 결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권한과 책임이 따르지 않는 일은 결국 누군가의 보조 업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과 향상에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지만 조직에 꼭 필요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이러한 일에 대해서도 임직원들이 가치 있게 여기도록 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맡은 일에 권한과 책임이 따를수록 그 만큼 일에 대한 몰입과 결과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일어날 때 대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소규모 벤처로 옮겨간 이유 가운데 하나도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해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은 자신의 니즈에 맞는 일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을 맡았다 하더라도 정작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 일을 가치 있다고 여기질 않을 것이다. 일에 대한 개인의 니즈는 지향 가치, 향후 경력 경로, 함께 일할 동료의 성향, 보상과 같은 근무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을 통해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 관리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간에는 똑 같은 일에 대해서도 가치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이 개인의 니즈에 맞는 일을 부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임직원들의 개인별 직무 니즈를 모두 파악하기도 어렵고, 실제 파악했다 하더라도 이를 모두 충족시켜주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직원들에게 가치있는 일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점은 주어진 일의 가치에 대해 임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노력이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일의 가치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일의 가치 사이에 발생하는 갭을 줄여갈 수 있다.

구성원 만족 위한 물적·인적 투자 ‘절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 다음에는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무리 비전이나 전망이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실제 업무는 조직 성과 창출과 거리가 먼 단순, 반복적인 일들로 가득 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보고성 자료 작성 업무라든가 불필요한 회의 등으로 핵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임직원들은 현재의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비전이 없으면 가치 있다고 여기질 않을 것이다. 맡은 바 일을 충실히 수행하면 장기적으로 자신의 전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적극적인 물적, 인적 자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예컨대, 상사의 애정어린 관심과 배려, 교육 기회의 제공, 업무 부여시 개인 니즈의 적극적인 반영 등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배려가 있어야 임직원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결국, 임직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가치 있는 일이란 일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치가 높고, 업무 방식 면에서 적절한 권한과 책임이 위임돼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개인적 니즈에 맞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가치 있는 일이 조직의 성과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치 있는 일에 대해 목말라 하는 임직원들이 많다.
이는 결국 조직과 임직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이 임직원들의 희생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얻고자 한다면 임직원들은 원하는 일을 찾아 다른 조직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일한 목표를 향해 조직과 임직원들이 함께 나아간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임직원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부여함에도 이러한 원칙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호 성
파이오링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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