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 세빗(CeBIT)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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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 세빗(CeBIT) 2005
  • 승인 2005.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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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세빗 2005를 주름잡다

지난 3월 10~16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세계 IT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빗(CeBIT) 2005가 개최됐다. 세빗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박람회로 이번 전시회에서는 휴대폰, AV가전, 디지털정보기기 등 전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중소기업들도 가시적인 수출계약 성과를 달성하는 등 세빗 2005를 주름잡으며 IT코리아의 명성을 세계인의 머리속에 각인시켰다.
독일 하노버=김준빈 발행인=연착

컴퓨터기술은 통신으로부터 압축과 전송기술을 습득하고, 반대로 통신기술은 컴퓨터산업으로부터 편집, 저장, 디스플레이 등의 기술을 흡수해 서로 디지털시대의 총아가 되기 위해 각축을 하는 오늘날, 저마다 현란한 기능을 뽐내는 제품들은 그들의 외양만으로는 도무지 그 정체를 분간하기 힘들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주자로 내보이고 있는 테블릿 PC만 해도 이동 작업자들을 위한 현황판용의 간단한 디스플레이인지 아니면 차량의 텔레매틱스 모니터인지 GPS 단말기인지 도무지 감을 잡기 힘든 게 현실이다.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해 셀 수 없이 많은 경쟁자가 몰려 있는 통신단말기 분야의 출품작은 더욱 감별해 내기가 어렵다. 애초에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동행했지만 그들 또한 PMP, DMB, 와이맥스, W-CDMA 등의 기술을 시연하는 새로운 제품들 앞에선 그저 탄복하며 사진으로 담아 가기 바빴다.

한국,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반만년 역사 그 어느 때가 지금처럼 찬란한 족적을 남기고 있을까 싶게 이미 세계의 선두주자가 되어 있는 국내 기업들이 한둘이 아님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의 감개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벅찬 것이었다. 몇 년 전 컴덱스에서의 한국관은 얼마나 초라했던가. 한 군데 모여 전시대 하나나 부스 하나를 겨우 나눠 쓰던 몇몇 업체들과 영어도 잘 안 되는 전시 진행자들.
그러나 이제는 컴퓨팅, 저장장치, 프린터, 그리고 전송장비 업체들이 대종을 이룬 미국, 각종 부품 및 가공 기술과 카메라 등에서 발군인 일본, 컴퓨터의 대만과 함께 가전 및 통신단말기 등을 앞세우고 맹렬한 속도로 선두주자들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한국이 세빗의 기둥을 이루는 국가들이었다. 한국관이라는 깃발 밑에 웅크리고 있어 어딘지 모르게 초라하던 지난날의 모습은 더 이상 아니었다.
삼성과 LG는 각 주제 건물마다 널찍한 전시관을 마련하고 현지 인력을 배치해 오히려 소니나 IBM, 노키아보다 돋보였으며, 그 외의 적잖은 한국 업체들이 각 관마다에 독자적으로 포진하고 많은 외국인들을 맞고 있어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님을 자랑해 보이고 있었다. 특히 독일이 본거지인 SAP는 IBM과 오라클 등 전 세계의 협력업체들을 자사의 깃발 아래 모아놓고 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 베리타스를 인수한 시만텍은 중규모의 베리타스관 바로 옆에다 부스 하나를 마련한 정도였다.

밀려는 인파속 성황리 폐막
서른 대여섯 개의 전시장 건물마다 오전 9시부터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기업체 및 관련 단체의 발표가 줄을 이어 행해져 전 세계로부터 온 업계 관계자 및 기자들의 발길을 잡아당기는 한편, 거대 기업들마다 명찰을 달고 있는 자사 관계자와 그들의 안내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한 장소를 자사 전시관의 윗 층이나 한쪽 구석에 마련하고 있었다.
IBM은 ‘온 디맨드(On demand)’라는 기치에 걸맞게 오는 사람 모두를 다 받는 스넥바를 운영하고 있어 부자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보다폰, 노키아를 위시한 몇몇은 별도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데 그곳에서 관계자들의 연락과 교육 및 기밀을 요하는 차기 제품에 대한 데모를 했다.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업체가 일 년을 기다렸다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인 세빗은 작년부터 컴덱스가 열리지 않아 반사이익을 누리는지 작년보다 훨씬 더 성황이고 호화스럽다. 같은 기능의 제품이지만 돈을 더 많이 들인 전시관에 있는 것이 훨씬 더 그럴싸해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게 보아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제품이 당연한 것일까.
아웃소싱 주제관에 들어와 있는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 이집트, 남아공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중남미 일부 국가들이 기존의 아웃소싱 대국인 인도, 필리핀과 함께 일감을 달라고 나와 있지만 찾는 이들의 발길은 무심할 따름이다.
‘Future is Brighter!’라고 크게 써 붙인 계단 밑 어느 업체의 한산함이 ‘우리도 곧 돈 벌어서 더 호화롭게 나올 날 있을 거야!’라고 절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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