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벤처 신화 주역 두 CEO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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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업계 벤처 신화 주역 두 CEO ‘엇갈린 행보’
  • [dataNet] 장윤정 기자
  • 승인 200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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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대 국내 벤처 신화를 이끌어온 두 CEO가 각각 엇갈린 행보를 보여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최근 회사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는 정점에서 경영권을 물려주고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하우리의 권석철 사장은 회사의 코스닥 퇴출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사회에 의해 강제 퇴출당했죠.

안철수 사장은 최근 자진 퇴임을 선언하고 김철수 부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지난해 매출 315억원, 순이익 106억원을 달성,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올린 가운데 정상의 위치에서 스스로 CEO 자리를 후임에게 넘겨주는 일은 국내 벤처 기업 사상 드문 사례라는 평가입니다.

한편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회사의 코스닥 퇴출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직에서 끝내 물러났습니다. 지난 23일 하우리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매매거래 정지와 코스닥 퇴출 등으로 권 사장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임 대표이사에는 박정호 현 부사장이 선임됐죠.

권 사장은 최근 한컴리눅스와 청주 영화관 드림플러스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각종 의혹을 낳았으며,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낸 것과 더불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권 사장이 그동안 기술개발과 보안 시장 개척에 심취해있던 초기와 달리 최근 수익을 위한 주식 투자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다소 엉뚱한 행보를 보이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며 “2000년 초반 과감히 자회사들을 정리하고 주력 업종인 백신 사업에만 집중했던 안철수연구소와 해외 지사설립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겠다던 하우리가 해외 지사를 무리하게 확장하며 자충수를 둘 때부터 양사의 이같은 결과는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같은 양사의 극명한 갈림은 IT업계의 전성기가 지나고 춘궁기가 몰아닥치던 2000년 전후 안철수는 선택과 집중을 택한 반면 하우리는 문어발식 확장을 택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평가입니다. 안철수연구소는 자회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사업인 백신에만 집중, 해외진출에도 가까운 일본, 중국 등으로 점진적인 확장을 꾀해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지만 하우리는 한꺼번에 7개 이상의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심지어 수익을 위한 투자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회사 본연의 업무와 상관없는 행동까지 서슴치 않아 화를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권 사장의 몰락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와 ‘Me Too` 전략을 썼다고 해도 국내 백신업계가 해외와 달리 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50% 이상을 넘도록 시장을 지켜온 하우리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권 사장은 `전문대` 학벌로는 유일하게 당시만 해도 해외 유학파 및 국내 유수 대학 박사 출신 CEO들이 주도하고 있는 IT 벤처산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권 사장의 불명예 퇴진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권 사장이 퇴임한 지난 23일이 공교롭게도 안티 바이러스 시장에서 `자웅`을 겨뤘던 최대 경쟁자이자 그래서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던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이 최고 전성기에 미련 없이 경영권을 물려주고 미국으로 출국한 날이라, 주변에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는 안철수 사장의 자진 사퇴에 의해 김철수 부사장이 자리를 물려받았고 하우리는 강제 퇴출에 의해 역시 박정호 부사장이 사장 자리를 넘겨받았지만 여기서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철수 사장은 안철수 사장이 이뤄놓은 투명경영이라는 명제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력사업인 백신 이외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제품의 방향이 무엇인지 등 해결해야할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주목된다는 것이죠. 박정호 사장 역시 하우리의 코스닥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 막을지, 회사의 존폐를 떠안은 박정호 사장의 어깨는 김철수 사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울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처럼 국내 백신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던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의 상반된 모습에 업계의 관계자들은 CEO의 경영마인드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며 CEO의 역할론을 새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우리의 경영악화로 국내 백신업계의 2위 자리가 비어있는 만큼 국내 백신업체들이 해외업체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도록 기술개발 및 고객확보 등에서 후발 토종 백신 업체들도 선전해야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백신업계 1위와 2위 CEO의 엇갈린 행보, 그리고 2위 사장의 쓸쓸한 퇴진은 국내 벤처 업계에 많은 것을 시사하며 향후 국내 벤처업계가 나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도록하고 있습니다.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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