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기록 보존에 대한 각종 규정 및 법령이 강제력을 띠면서 재기록 불가 기록 장치(WORM) 미디어가 새삼 주목을 받자, 광 디스크(주크박스, DVD 등) 진영과 WORM 디스크 진영간 때아닌 성능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진영은 지금껏 이 시장을 좌지우지 해 온 광 디스크 업체들입니다. 이들은 최근 WORM 디스크가 정보 수명주기 관리(ILM)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WORM 미디어 시장을 빠르게 침투해 오는 것을 염려하며, 과연 투자 대비 효율성 면에서 WORM 미디어로써 디스크가 매력적인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광 디스크 업체의 관계자는 "WORM 디스크가 빠른 속도와 용이성 등의 장점은 있지만, 가격이 비쌀 뿐더러 미디어 수명도 광 디스크보다 한참 뒤떨어집니다. 참고로 RAID의 경우 5년만 사용해도 성능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반면 주크박스는 자동화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한다 하더라도 도입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최근 속도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돼 WORM 미디어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만족시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WORM 디스크 진영에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애초 오프 사이트 볼팅을 목적으로 저장하는 주크박스와 온라인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WORM 디스크를 비교하는 것 자체부터 문제가 있지만, 설령 두 가지 제품군을 비교한다 하더라도 광 디스크 진영의 주장처럼 WORM 디스크가 가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WORM 디스크 업체의 관계자는 "단순 보관만 하는 것이라면 DVD든, 주크박스든 광 미디어가 저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장할 때 마그네틱이 손상되는 경우도 많고, 보관상 손실(환경 유지 및 라벨링 실수)을 감안하면 효율성 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그 때마다 시간 비용까지 계산하면 광 미디어가 최적이라는 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하나의 수명이 아니라 스토리지 시스템 전체의 수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고 주장했습니다.

WORM 테이프, 주크박스, DVD, WORM 디스크가 일부 시장에서 중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이 미디어들은 그 용도에 따라 서로 구분되는 시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DVD가 소용량, 저가 시장에 유용하다면, WORM 디스크는 안정성과 함께 온라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시장에 적합합니다. 양쪽 진영은 지금 당장 소모적인 논쟁을 중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