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꼭대기에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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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꼭대기에서 시작하라
  • 승인 200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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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업계가 좀 나아질 것 같습니까?”
벌써 몇 년 째 인사말처럼 자주 듣는 질문이다. ‘IT 거품’의 붕괴 이후 업계는 길고 힘든 조정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쉽게 잊지 못하고 ‘경기 회복’이란 말에서 애써 희망을 찾고자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
그 당시와 같은 IT업계의 활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고객의 요구는 변화하며, 이에 따라 업계의 모습, 최고의 솔루션도 계속 달라진다. IT 거품은 말 그대로 거품이었다. 거품이 꺼지면서 닷컴들이 붕괴했고, 남아있는 기업들은 업계와 함께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므로 현재의 과제는 예전처럼 업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계, 즉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주변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면 늦는다.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비전을 실현시키는데 집중해야만 정작 ‘상황이 좋아졌을 때’ 경쟁업체보다 한 발 앞서 시장이 요구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라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컴퓨터 회사가 딱 하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산업의 정의도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바로 IBM이었다. IBM은 물론 지금도 거대한 기업이다. 하지만 그 때에 비해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오라클이라는 다른 회사들이 있다. 이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한 이유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예전보다 더 전문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이 성숙해질수록, 업계는 진화하고 분화한다. 예전에는 컴퓨터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 지금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 PC 등으로 세분화됐다. 그리고 그에 따라 위와 같은 회사들이 부상한 것이다. 이 회사들이 업계의 리더가 된 이유는 그들이 각기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했기 때문이다. 애플사의 주가가 주당 48달러나 되는 이유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PC나 서버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별도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산업이 기존의 여타 산업과 완전히 다르고 또 계속 지속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산업을 만들어낸 회사는 기존 업계의 후발주자가 아닌 새로운 산업의 시장에서 리더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경우도 역시 지속적이며 기존과 상이한 산업을 만들어낸 경우다. 그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적 접근을 시도했고, IBM의 태생인 메인프레임 컴퓨팅과 전혀 무관한 문제를 해결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기본적으로 전제해 둬야 할 점은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영리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한 것도 아니고, 경쟁자보다 더 똑똑한 것도 아니다. 다만 성공하는 기업은 비전의 실현을 위해 집중하고 다른 기업들보다 한 발이나 두 발쯤 먼저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다.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면, 똑같은 수준이 되는 것 조차도 힘겨울 것이다. 모두가 똑같이 영리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누군가는 이미 당신보다 한참 먼저 시작해서 앞서가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들을 추월할 수 있겠는가? 결국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경영자의 직관을 신뢰하라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 염두에 둬야 할 또 한가지는 산 꼭대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니퍼가 바로 산 꼭대기에서 시작한 회사의 좋은 예다. 1999년 당시 주니퍼는 코어 네트워킹 시장을 바로 겨냥했다. 코어 네트워킹은 네트워크 시장의 맨 꼭대기였다. 대부분의 네트워킹 회사들이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먼저 간단하고 작은 에지용 제품을 만들고, 그 다음에 산을 올라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전략적인 면에서 볼 때 자기보다 더 많은 리소스를 가지고 있고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서 이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산 꼭대기에서 시작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의 이점을 가지고 보다 작은 세력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다. 산 꼭대기의 이점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산의 꼭대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산의 정상에서 시작하게 되면 자기가 속한 시장의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고, 동시에 새로 등장하는 다른 시장의 꼭대기도 볼 수 있게 된다.
IT 거품이 붕괴되었을 당시 주니퍼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한 때 주당 200달러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주당 4달러까지 떨어졌다. 수익은 바닥이었고 매출은 3/2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주니퍼의 CEO 스캇 크리엔스가 인텔 회장인 앤디 그로브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앤디 그로브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신경 쓰지 말고 자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게.”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크리엔스는 제품혁신에 계속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매출의 거의 30%에 달하는 자금을 제품개발에 쏟아부었다. 이것은 주니퍼의 통상적인 R&D 투자금액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액수였고, 대다수의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서도 훨씬 많았다.
당시로서는 ‘미친 짓’처럼 보였지만, 스캇 크리엔스의 결정은 결국 옳았다. 그로부터 일 년 여의 시간이 지난 후 주니퍼의 주가는 25달러 선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매출 면에서 25배나 큰 규모의 경쟁업체를 상대로 시장에서 막상막하의 게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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