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공이 더 멀리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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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공이 더 멀리 날아오른다
  • 승인 200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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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자리를 잘 지켜주시고, 사업은 더욱 번창하십시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영인 모임의 지난 송년회에서 사람들과 나눴던 인사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년을 맞이하자는 취지로 갖는 송년회 자리에서 의례 주고받는 인사말이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는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요즘 중소 벤처업체들은 ‘사업하기 정말 힘들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불황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생존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함께 협력하고 경쟁했던 많은 업체들이 지난해 또 줄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협력사와 경쟁사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역시 많은 건실한 기업들이 무너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 또한 국내 최대의 장비업체라는 명성과 매년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년 적자라는 쓴 잔을 마셨다. 다행히 지난해 상반기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외자유치를 받으면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과연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처럼 지금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킨다는 것은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지금은 살아남았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IMF때보다 더한 혹한에 시달렸다. 대통령 탄핵, 원자재 대란, 극심한 내수침체, 고유가, 달러약세, 이라크 전쟁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또한 세계 IT산업의 둔화와 급부상하며 우리를 바짝 뒤따라오고 있는 중국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런 안팎의 경제 불황은 업계의 목을 계속 죄어오고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실력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조차 수익성 악화와 투자여건 부족으로 연구개발, 설비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코스닥 시장의 침체는 시장기능 저해를 불러와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막았다.

그러나 반갑게도 전문가들은 지난해가 불황의 바닥이라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한 올해부터는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에 부응하듯 끝없는 불황의 터널 같았던 국내외 경제가 이제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 IT산업 전체 규모는 지난해보다 최소 6% 성장한 13조원에 이르면서 지난 2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고 정부와 한국은행에서는 올 상반기까지는 3%대의 저성장이 불가피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IT 경기가 움직이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세계 IT산업이 올해에는 지난해 성장세보다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수치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지금 세계 IT업계에는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형 IT업체들간의 M&A 뿐 아니라 부족한 기술이나 사업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합병을 하는 등 전세계 IT기업들이 새롭게 전개될 IT 호황을 맞이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세력을 확장하며 곧 비상할 태세다.

물론 2005년이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사기관에서는 지난해 4%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대 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IT경기의 둔화가 두드러질 것이며, 유가상승, 이라크전쟁, 북핵문제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IT경기도 매우 불확실한 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들도 내놓고 있다. 또한 안으로 꽁꽁 얼어붙은 국민들의 소비심리 호전 정도도 경기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중국의 IT업체들이다. 현재 중국 IT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외국의 대기업을 누르고 쾌속질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국의 IT업체들은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주역 자리를 노린 활발한 M&A에 나서고 있어 향후 중국 IT업체에 의한 세계 IT업체 M&A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IT업계는 지금까지 외국기업의 현지공장 정도의 역할에서 벗어나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며 세계 시장 확장 전략을 전개, 세계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입지를 갈수록 약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나라까지 진출해 안방 시장과 우리의 세계적인 기술들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며, IT 강국이라는 자존심마저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5년, 머지 않아 전개될 IT 시장의 호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IT 시장은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와 기술을 요구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분 매초 새롭게 발전해 가고 있다. 우리는 이 시장에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가벼운 공은 더 높이 날아오르듯 IT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비대한 공은 결코 높이 날지 못한다. 우리는 IT업체의 충분한 장점을 살려 조직을 가볍게 하고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는 스피드를 갖춰야 한다. 새로운 시장과 미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 경쟁업체들보다 몸은 가볍게, 기술력과 제품력이 꽉 찬 알짜배기 공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도전과 패기, 희망을 담아 하늘 높이 던지자. 세계 최강의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고의 IT업체들이 대거 탄생하는 그날은 먼 꿈이 아니라 눈앞에서 펼쳐질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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