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서버 확산·64비트 컴퓨팅 호재 불구 `제자리`
상태바
블레이드 서버 확산·64비트 컴퓨팅 호재 불구 `제자리`
  • [dataNet] 권혁범 기자
  • 승인 2005.01.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은 여러 가지 긍정적 성장 동인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메인프레임의 다운사이징 증가, 리눅스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확산, 블레이드 서버 도입 사례 증가, x86 아키텍처 기반 64비트 컴퓨팅 시장 본격화 등 예년 같으면 폭발력을 발휘했을만한 호재도 지난해에는 폭발력은 고사하고 제 자리를 지키기에도 힘이 부쳐 보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은 시장 규모 면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데이터 센터와 서비스 프로바이더, 그리고 통신사업자들의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관심은 여러 서버 제조업체로 하여금 다양한 블레이드 서버의 출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블레이드 서버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춰 빠른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과학기술 실험 테스트, 학술 분야로 그 영역이 확장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외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블레이드 서버는 잠재력은 높지만 시기상조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동통신사업자인 KTF에 이어 음원제공서비스 업체 유리온의 블레이드 서버 도입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그 동안 난색을 표명하던 IDC 사업자들이 최근 블레이드 서버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활성화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가격적인 부분에서의 의견 조율이 남았지만, 상당수의 IDC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어서, 늦어도 올 상반기부터는 일부 IDC에서 블레이드 서버를 통한 서버 호스팅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기관, 통신사업자, 과학기술 실험 테스트 및 학술 분야 등에 한정돼 있던 블레이드 서버 수요가 보다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서버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앞다퉈 고객 대상 세미나를 진행하는가 하면, 새로운 부가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미 64비트 아키텍처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한 상태여서 블레이드 서버 시장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블레이드 서버와 함께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을 달궜던 키워드는 x86 아키텍처 기반 64비트 컴퓨팅ㅇㅂ니다. AMD에 이어 인텔마저 32비트와 64비트를 동시에 지원하는 프로세서를 선보임에 따라 x86 아키텍처 기반의 엔트리 레벨 서버, 즉 32비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겨졌던 시장에서도 64비트로의 전환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AMD는 지난 2003년 64비트와 32비트를 동시에 지원하는 AMD 옵테론과 AMD 애슬론 64 등 64비트 프로세서 제품군 2종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협력사도 적고, 아직 기술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AMD가 인텔의 경쟁자로 `공식` 등극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처럼 AMD가 인텔이라는 그늘을 벗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에는 로우엔드 서버 시장의 강자인 썬과 HP의 힘이 컸습니다.

향후 10년 안에 64비트 컴퓨팅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며, 2008년 혹은 2009년까지는 무리하게 64비트 데스크톱 칩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인텔도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결국 지난해 6월 x86 아키텍처 기반의 64비트 제온 프로세서 신제품(코드명 노코나)과 칩셋을 출시했습니다. AMD에 비하면 1년 가까이 늦은 대응이지만, 시장은 AMD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호의적입니다.

인텔 제온의 위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AMD와 긴밀한 협력 관계인 썬, HP를 포함해 국내외 대부분의 서버 제조업체들은 곧바로 노코나 탑재 서버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 제품들은 하반기 로우엔드 서버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금까지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은 이미 소멸됐다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시장 개척에 주력하던 국산 서버 벤더들이 괄목할만한 성장률을 기록한 해이기도 합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서버 벤더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얻은 결실이라 그 의미가 더 큽니다.

현재 국내 서버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로 기계를 공급하는 업체는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디지털헨지, 이슬림코리아,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정도로 요약됩니다. 이들 5개사의 매출 규모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국내 전체 서버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률로만 따진다면 국내 서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HP, 한국IBM, 한국썬, 한국델, LGIBM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서버가 주력 제품이 아닌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경우 아직까지는 체력을 모두 회복하지 못한 상태지만, 유니와이드, 디지털헨지, 이슬림코리아 3사는 지난해에도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들 3사의 매출 대부분이 서버 사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산 서버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밖에 메인프레임의 다운사이징 증가, 리눅스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확산도 지난해 주목할 만한 시장 변화지만, 전 세계 서버 시장에서 HP, IBM과 3강 체제를 구축하다가 이제는 델의 추격을 뿌리치기조차 힘겨워진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후지쯔를 구원투수로 불러들인 소식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매출과 시장점유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된 썬.

후지쯔와의 포괄적 협력은 바로 이와 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썬이 절치부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과연 썬이 새로운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분명 후지쯔와의 업무 분담으로 연구 개발(R&D)에 투자되는 수천억원의 돈을 줄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매출 증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썬은 이미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에서 힘을 잃어버렸고, 오히려 후지쯔와 로우엔드 시장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썬의 재기 여부는 올해에도 여전히 관심 거리입니다. <권혁범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