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v6가 왜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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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v6가 왜 필요한 걸까?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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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Guide] 후니와 함께 하는 IPv6 맛보기
“IP주소가 부족하다구요,
IPv6가 있잖아요”

진강훈
시스코코리아 부장

이번 연재에서는 IPv6가 나오게 된 계기를 알아보는 한편 기존 IPv4에서는 지금까지 어떤 방법으로 주소부족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살펴보자. IPv6의 특징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고, 연재에 대해 궁금한 점은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후니의 쉽게 쓰는 네트워크 이야기(cafe.naver.com/hoonycafe.cafe)로 문의하면 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몇 년 전 NETWORK TIMES에 네트워크에 대한 소개를 드린 적이 있었던 후니입니다. 몇 년 전이긴 하지만 그땐 네트워크가 무엇 인지만 알아도 괜찮은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네트워크도 너무 방대한 분야로 나뉘었고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정말 하루라도 네트워크 기술이 멈추어 있는 날이 없을 겁니다. 수많은 네트워킹 기술 중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IP version 6에 대한 이야길 들려드릴까 합니다. 얼마 전부터 들리기 시작한 IP version 6(줄여서 IPv6 라고 합니다)는 벌써 우리와 너무도 가까운 곳에 와있고 또 곧 우리 모두에게 몰아 닥칠 새로운 IP의 세상입니다.
저와 조금 먼저 IPv6에 대해 알아보시고 준비하신다면 아마 낯설게 다가온 IPv6가 조금은 더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 서론은 여기까지만 하구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IPv6는 왜 필요한 걸까?
그럼 첫 시간에는 IPv6가 왜 나왔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IPv6의 출현 이유중 첫 번째는 IPv4의 주소공간 부족입니다. 1981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던 IPv4는 1985년에는 전체주소의 1/16을 사용했었으니 그 때까지만 해도 주소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1991년 World Wide Web(WWW)이란 것이 개발되고, 또 1993년에는 우리의 아련한 기억 속에 웹 브라우저의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는 모자이크(Mosaic)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IP주소는 그 사용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1995년에는 전체주소의 1/3을, 그리고 2000년에는 1/2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아시는 대로 IPv4는 32비트 주소 체계니까 이론적으로 232만큼의 주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얼마냐고요? 약 43억개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걸 다 쓸 수는 없답니다. 일단 중간중간에 사설(Private)용 등으로 예약된 주소영역이 있고요. 또 클래스 E는 연구용으로 사용되니 막상 쓸 수 있는 주소의 수는 훨씬 적어집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배정이 가능한 IP주소는 약 2억5천만개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다고 합니다. 정말 적죠?
2억5천만개가 왜 적냐고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네트워크의 수는 매년 약 2배씩 증가하고 있답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사용자와 장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1년도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자수는 약 4억2천만명이라고 하니 벌써 공인주소의 약 2배 정도의 수가 인터넷을 쓰고 있는 겁니다만, 4억명이라고 해봐야 전세계 인구의 1/10도 안 되는 수입니다. 게다가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등 인구가 무지하게 많은 나라들이 인터넷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제 IP주소의 부족은 불을 보듯 뻔하게 된 겁니다.
여러분께서도 동의하시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IP주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IP주소를 주로 사용하던 PC나 컴퓨터를 비롯해 새로운 장비들이 자꾸 IP주소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의 <그림>에서 보는 대로 PDA, 전화기, 캠코더뿐 아니라 GPS를 사용하는 자동차 등에서도 점점 IP주소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요즘은 가전 제품에도 IP주소가 들어가 냉장고가 네트워크에 연결돼 냉장고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남편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행복해 하는 여인을 보신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때 그 여인이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냉장고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여자라도 그리 행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무튼 이런 추세라면 IP주소는 곧 고갈 상태가 된다는 게 현재까지의 예측이랍니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IP주소는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고갈될 것이라고 합니다. 2005년이면 내년인가요? 정말 코앞에 닥친 이야기죠? 이렇게 주소공간의 부족 이외에도 IPv4의 문제점은 몇 가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IPv4의 눈물겨운 주소 절약 방법
현재 IPv4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헤더(Header)는 전체 필드를 불필요하게 늘이게 했고, 또 라우터로 하여금 효과적인 헤더 관리를 할 수 없게 한다는 문제를 낳게 하기도 했습니다. 또 IP주소 배정방식이 복잡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물론 DHCP를 사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서버의 구성이라는 오버헤드를 필요로 하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소가 부족하다 보니 주소 배정을 체계적으로 할 수 없어 몇 개의 라우팅 정보를 하나로 묶어주는 어그리게이션(aggregation)이 어렵다보니 라우팅 테이블은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밖에도 번거롭고 효율적이지 못했던 보안기능과 모바일 IP 지원 등은 IPv4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이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당장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먼저 주소 부족의 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알아볼까요?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방법이 하나 있죠? 내부 망에서는 사설 IP주소, 즉 내 맘대로 주소를 쓰고 밖으로, 즉 인터넷으로 나갈 때만 공인 IP주소를 사용하는 겁니다. 이 방법은 이미 오래 전에 흥부네 집에서도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가족은 무지 많은데 입고 나갈 옷이 없었던 흥부네 가족은 외출복 몇 벌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집안에 들어오면 옷을 벗어두고 모두 모여 이불 속에 머리만 내밀고 있다 밖에 나갈 때만 그 옷을 입고 나가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가족 모두의 수만큼 옷이 있을 필요가 없겠죠? 밖에 나갈 녀석들만 옷을 입고, 갔다 오면 벗어두고 또 다른 애가 나갈 때 옷을 입고….
그게 바로 NAT(Network Address Translation)라는 겁니다. 즉, 내부에선 사설 주소를 사용하고 인터넷으로 나갈 때만 공인 IP주소를 쓰게 되면 IP주소가 몇 개 없어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공유기 역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옷이 1인당 하나씩 있을 경우 그냥 그 옷만 입고 나갔다 들어오면 되지만 옷이 몇 벌 없으니 나갈 때와 들어올 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더 걸리겠죠?
그뿐 아니라 여러 가지 엔드 투 엔드 기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도 호환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NAT를 사용할 때 인터넷 전화 프로그램이 간혹 안 되는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이런 NAT라는 방법 이외에도 IPv4에서 주소공간을 절약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서브넷팅이 있습니다. 아시죠? 그 지긋지긋한 서브넷 마스크를 이용한 서브넷팅, 쉽게 말하면 네트워크를 잘게 쪼개 쓴다는 것인데 주소가 많으면 뭐 하러 잘게 쪼개 쓰겠습니까? 주소가 부족하니까 쓸 만큼 쪼개 쓰고 나머지를 아끼는 거죠.
원래 맨 처음 IPv4 주소가 많았을 땐 서브넷팅이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요즘은 서브넷팅을 안 하는 곳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그 쪼개기도 점점 더 정교해졌다는 거죠. 그것 땜에 공부하는 여러분들만 죽을 맛이 된 거구요.
또 안 쓰는 주소는 자동으로 회수하고 주소가 필요한 PC에는 그때그때 주소를 배분해주는 DHCP(Dynamic Host Configuration Protocol)가 있습니다. DHCP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당장 사용하지 않는 IP주소라고 하더라도 그 상태를 파악할 수 없으니 IP주소 관리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DHCP를 사용하게 되면서 주소 배정의 편리함뿐 아니라 안 쓰는 주소를 회수할 수 있어 주소 낭비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클래스 A, B, C와 같은 기존의 약속을 무시하고 뒤에 붙은 서브넷 마스크만을 가지고 클래스를 지정하는 방식인 CIDR(Classless InterDomain Routing)이 있습니다. CIDR은 주로 서브넷팅과 반대개념인 수퍼넷팅, 즉 여러 개의 작은 네트워크를 한 개로 모아 라우팅 테이블을 줄여줌으로써 라우터의 메모리를 절약하고 라우팅 속도를 올려주기 위해 사용합니다.

좀 더 자세한 IPv6 탄생신화는 다음호에…
IPv4에서의 주소부족은 이와 같이 다양하고도 복잡한 주소 관리기법들을 만들어냈고, 네트워크는 점점 더 복잡해지게 된 겁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주소 방식인 IPv4는 그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또 네트워킹을 사용하는 장비가 늘어남으로써 주소 부족 상태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러한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IPv4에서는 NAT를 비롯한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고 있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구성방법과 엔드 투 엔드 지원이라는 문제에 부딪쳐 있는 상태입니다. 또한 이러한 방법으로도 주소 부족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IPv4를 대체하면서도 훨씬 개선된 새로운 IP 방식이 필요하게 됐는데 그건 바로 다음 시간부터 자세히 알아볼 IPv6입니다.
이번 호는 여기까지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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