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병원 정보화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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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병원 정보화 현주소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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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1주년 기념 특집(Ⅱ)
OCS·PACS 이어 EMR ‘급부상’ … 대학병원·공공병원 투자 열기 ‘후끈’
“미래 의료 산업은 정보화가 좌우한다”


국내 병원들이 변했다. 인터넷 예약은 기본이고, 원한다면 온라인을 이용해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미리 보내주기도 한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더 이상 챠트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PDA 하나로 이동 중에도 처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오지에 살고 있어도 원격 진료를 통해 최고의 의료진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들이 하나 하나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병원들의 정보화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단순히 전산망 보급률만 놓고 본다면 이미 세계적이지만, 의료 서비스 수준으로 보면 싱가포르나 태국 수준에도 못미친다. 의료 정보화라는 것 자체가 보다 나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면, 아직 국내 병원들은 제대로된 전산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셈이다. 과연 국내 의료 정보화는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점검해 본다. |권혁범 기자·kino@datanet.co.kr|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화가 사회 각 분야의 이슈로 대두되면서, 국내 의료계도 정보화의 물결에 동참하게 됐다. 그러나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당시의 국내 의료계는 단순 행정업무 자료처리를 전산화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의료 기술과 정보처리기술(IT)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 이질적이고도 전문적인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국내 의료 정보화는 대형 병원들의 등장과 의료 시장의 서비스화로 실질적인 자율 경쟁 체제가 형성된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불만 없이 의료진과 병원의 지시에 순종하던 환자들이 한 차원 높은 서비스와 다각적인 의학적 견해 취득을 위해 ‘병원 쇼핑’을 마다하지 않는 소비자로 바뀌고, 의료 산업마저도 대기업들의 전쟁터로 바뀌면서 경쟁력 확보가 병원들의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고의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이겠지만,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나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로는 심전도나 암진단 기술보다 IT 기술이 더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의료 기술과 IT 기술을 자연스럽게 혼합하는 2단계 의료 정보화를 추진했다. 우선 원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특정 부서간 정보를 주고받도록 전산 환경을 조정하고, 이어서 내부 각 시스템과 통합해 대용량 데이터를 교류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이 단계를 넘어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병원정보시스템), 통합의사결정시스템, 원격 진료시스템, 인공지능 전문가 문진시스템 등을 구현하는 외부 정보시스템과의 연계 실현까지 추진중이다. 바야흐로 의료와 관련된 모든 사업도 정보화 사업이 기초가 되는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병원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IT 기술은 환자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병원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한 가장 강력한 경쟁무기다”라며 “정보화 시대에는 의료 정보 관리 능력이 다른 기술 수준에 우선해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 투자의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정보화 첫 단계 ‘OCS’ 도입률 90% 육박
의료 정보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각 평가 기관마다 다르지만, 근간이 되는 전산망 보급률만 놓고 본다면 국내 병원들의 정보화 수준은 세계적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료 서비스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가장 먼저 도입되기 시작한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는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의사나 간호사/간호주무사가 먹지가 덧붙여진 처방전에 일일이 기록하고, 각각의 낱장을 약국, 원무과, 보험과 등으로 배분하던 모습은 이제 국내 병원에서는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다.
본지가 지난 2001년 국내 병원 정보화 현황을 조사할 때만 하더라도 OCS를 구축한 병원은 전체 조사 대상 77개 병원 중 72.7%에 해당하는 56개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83.5%로 늘어났다. 대형 병원에서나 필요할 뿐이라고 답변하던 1년 전과는 달리 설문에 응답한 중형 병원들도 OCS를 통한 처방 전달 과정의 전산화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들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본지가 전국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병원 정보화 현황 조사’ 결과, 응답 병원의 88.9%가 이미 OCS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일부 병원들도 내년 경에는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764병상의 대형 병원인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은 당장 다음달부터 OCS 구축에 착수하며, 계명대학교 경주동산병원, 가야기독병원도 내년 상반기에 OCS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국내 종합병원들의 OCS 보급률은 9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통계에 의하면 의료 비용 전체에서 사무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나 된다고 한다. OCS는 이런 처방 전달 과정을 전산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의료 정보화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단순 처방뿐 아니라 각종 진료 기록 및 진단 의학 검사 자료 등까지 포함되고 있으며, 각 진료 기록을 통계화해 병원 경영을 위한 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 병원으로 PACS 도입 열기 ‘확산’
OCS와 함께 의료 정보화의 핵심 기술로 지목되고 있는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도입률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 2001년 본지 조사에 따르면 PACS를 도입한 병원은 전체 조사 대상 77개 병원 중 27.3%인 21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설문 응답 병원의 45.9%가 이미 PACS를 운영중이라고 답변해 의료 정보화에 대한 국내 병원들의 강한 의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겨우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들과 정보화 투자가 활발한 대학 병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영상 정보의 효과적 관리 및 비용절감을 이유로 지난 2001년 8월 본격적으로 PACS를 가동한 경희의료원을 필두로 건양대학교병원(2002년), 대구 파티마병원(2003년), 메리놀병원(2003년 3월), 조선대학교병원(2003년 7월), 경상대학교병원(2003년 9월)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150병상 수준의 중소 병원들에게까지 PACS가 확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가 조사한 올해 국내 병원 정보화 현황 집계 결과, 국내 종합병원의 PACS 도입률은 무려 70.4%에 달했다. 이 정도 수치면 300병상 이상의 국내 중대형 병원 상당수는 이미 PACS를 운영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 응답한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가운데 PACS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병원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764병상), 광주기독병원(600병상), 국립춘천병원(400병상) 3개에 불과했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의 경우 다음달에 PACS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2개가 전부인 셈이다.
이처럼 PACS 보급률이 1년만에 68.2%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에는 공공의료기관들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전국지방공사의료원연합회의 주도 하에 올 초부터 부산의료원, 대구의료원, 인천의료원, 영월의료원, 원주의료원 등 연합회 산하 전국 33개 의료원에 PACS 구축이 한창이며, 산재의료관리원의 태백중앙병원, 순천병원, 정선병원도 PACS 구축을 마치고 지난 8월 1일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PACS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대형 병원의 PACS 투자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고, 대학 병원들의 도입률도 이미 70%에 달한다”며 “현재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병원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들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PACS 도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PACS는 더욱 빨리 확산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차세대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EMR’ 주목
OCS와 PACS 다음으로 보급률이 높은 의료전산시스템은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자료교환)다. 그 동안 병원에서 환자 진료 후 동 진료에 소요된 비용을 진료비명세서(종이)나 디스켓으로 청구했다면, EDI는 컴퓨터 통신을 이용해 진료비심사지급기관에 청구하기 때문에 청구 기간 단축은 물론, 미수금 조기 회수에도 유용하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자금 회전이 용이하다는 점을 들며 정부에서도 EDI 도입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본지가 이번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종합병원의 EDI 보급률은 66.7%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목표로 세운 92.7%(전체 요양기관 기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초기 투자 비용 및 운영관리비에 대한 부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동참을 위해 EDI 개통비 경감과 같은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중이다.

현재 의료 정보화의 최대 이슈인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혹은 EHR(Electronic Health Record, 전자건강기록)도 관심에 비해 보급률은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본지의 병원 정보화 현황 조사에서 설문 응답 병원 85개 가운데 9개 병원만이 운영중이라고 말해 10.6%라는 낮은 도입률을 보였던 EMR은 올해 조사에서도 ‘디지털 병원의 마지막 목표이자 과제(美 의학연구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겨우 11.1%에 그쳤다.
다만 새롭게 개원하는 대형 종합병원은 물론, 노후화된 시스템을 재설비하려는 병원들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여전히 전망은 밝다. 오는 11월 개원을 앞둔 중앙대의료원, 내년 5월 개원 목표로 신축중인 연세대학교의료원, 그리고 내년 8월에 개원할 예정인 건국대학교병원은 모두 OCS, PACS와 마찬가지로 EMR 도입을 확정지은 상태다. 가야기독병원, 목포한국병원, 세원의료재단 구병원, 전주병원, 조선대학교병원, 지방공사 대구의료원, 지방공사 인천의료원 등도 내년에는 EMR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혀, EMR 도입률이 내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ERP·CRM 등 HIS 기반 솔루션 구축은 ‘시기상조’
처방 전달 과정의 전산화, 의료 영상의 디지털화 및 전송, 컴퓨터를 활용한 진료비 청구, 전자 챠트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수준의 의료 정보화를 구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의료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진보할 필요가 있다. 투자 대비 효과를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스템을 연계하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병원정보시스템), MIS(Medical Information System, 의료정보시스템), HMIS(Hospital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병원경영정보시스템)는 모두 이러한 취지에서 등장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각각의 명칭이 특정 시스템에 특화됐다기보다는 병원 혹은 시스템 공급자에 의해 임의로 선택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즉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세 가지 용어는 모두 각종 의료 정보와 경영자원들을 손쉽게 공유, 활용이 가능한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을 가리킨다.
HIS 구현을 위해 OCS, PACS, EDI, EMR 다음으로 병원들이 주목하는 솔루션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과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둘 다 보급률은 상당히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본지가 실시한 병원정보화 현황 조사 설문에서 CRM을 도입한 병원은 전체 응답 병원의 7.4%에 그쳤고, ERP를 도입 운영중인 병원도 3.7%에 머물렀다.
HIS로의 발전이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는 단순히 CRM(혹은 DW), ERP,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지식관리시스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HIS가 정지되면 모든 병원 업무가 마비되므로, 반드시 시스템의 안정성이 고려돼야 한다. 이중화와 DR(Disaster Recovery, 재난복구)을 HIS의 한 요소로 간주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병원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종이 차트로 대변되는 과거의 의무 기록에 비해 전자 저장장치는 화재 등의 재난에 훨씬 취약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의 사본을 따로 저장하는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 역시 비용 문제가 대두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과다한 비용 지출을 요구하는 관계로 DR 보급률도 상당히 낮다. 이번 설문 응답 병원 가운데 DR 센터를 운영중인 곳은 전체의 3.7%에 그쳤다. 향후 구축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4개 병원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냈을 뿐, 대부분의 병원들은 여타 의료전산시스템 구축 이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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