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네트워크 시장의 명(明)과 암(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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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네트워크 시장의 명(明)과 암(暗)
  • 정광진 기자
  • 승인 200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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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국내 컴퓨터와 가전 제품의 유통 메카로 떠오른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최근엔 용산 이외 지역에 속속 전자상가가 생기고,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는 바람에 과거의 명성이 퇴색하긴 했지만 용산 유통망을 잡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게 정보통신업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무자료거래·덤핑 등 편법적인 영업 행위도 성행하지만 거미줄같은 유통망을 발판으로 컴퓨터, 가전 제품에 이어 소형 네트워크 분야까지 발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용산 네트워크 시장의 명암을 살펴본다.

국내 소형 네트워크 장비 유통의 ‘메카’로 자리매김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세운상가 업체들이 농수산물을 유통하던 나진상가로 이전해 형성된 용산 전자상가는 90년대 초를 기점으로 원효상가, 선인상가, 터미널 상가 등으로 확대되어 몇 년 사이 대형 집단 전자제품 전문 상가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약 7천여개 상가에서 전자제품, 네트워크 제품, 각종 부품, 컴퓨터, 게임, 조명 등 다양한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동양 최대의 전자상가로 평가받고 있다.

용산에서 네트워크 개념은 90년대 초반, 컴퓨터 여러 대가 프린터, 플로터, 모뎀 등의 장치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유기와 연결 케이블 중심으로 도입됐으며, 90년대 중반까지 PC·주변 기기를 취급하는 업체들에 의해 명백을 유지해왔다. 용산 라이트컴 지희일 사장은 “용산에서 네트워크 제품의 효시라고 하면 프린터 공유기를 들 수 있다. 90년대 초반 프린터 가격이 고가여서 프린터 한대를 여러 사람이 연결해 쓸 수 있는 공유기가 나왔고 윈도95가 출시된 95, 96년을 기점으로 공유기 시장은 위축됐다”고 밝히는 한편 “공유기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한 수요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 학내전산망·PC방이 성장 기폭제

용산 네트워크 시장이 지금과 같이 성장하게 된 기폭제로는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소호 네트워크 사업 시장 자체의 확산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내전산망과 PC방을 들 수 있다. 97년부터 정부의 교육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학내전산망 사업은 랜카드, 허브, 스위치 등의 수요를 촉발시켰으며, 98년부터 불기 시작한 PC방 열풍은 결정적으로 용산 네트워크 시장 성장의 견인차가 되었다.

특히 학내전산망은 한정된 예산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초기 학내전산망을 구축했던 업체들은 PC 업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이 용산을 통해 네트워크 제품을 보급받아 학내전산망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용산에서 네트워크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용산 네트워크 시장에서 학내전산망은 커다란 수요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내전산망이 용산 네트워크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만큼의 부작용도 남겼다.

용산 네트워크 상가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에, 전문 네트워크 업체들이 학내전산망 공사를 하지 않다보니,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대만산 저가 제품이 학내전산망에 공급돼 백년대계를 책임져야할 교육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최근 스위치나 허브 등은 저가의 대만산 제품이 들어가지 않고 있지만 랜카드, 케이블 경우는 아직까지도 덤핑된 대만/중국 물건들이 납품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학내전산망이 용산 네트워크 시장에 불을 붙였다면 PC방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방에서 요구되는 소형라우터, 랜카드, 스위치, 허브 등의 장비를 가격대에 맞춰 다양하게 구비하기 위해 용산에서는 외국 유명 제품, 국내 제품, 대만산 브랜드 등 다양한 제품들을 함께 취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장비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도 늘어 현재 약 150∼200여 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소형 네트워크 물량의 50∼70%가 용산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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