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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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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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데이터 센터와 서비스 프로바이더, 그리고 통신사업자들의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관심은 여러 서버 제조업체로 하여금 다양한 블레이드 서버의 출시를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블레이드 서버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춰 빠른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과학기술 실험 테스트, 학술 분야로 그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외에 국한된 이야기다. 아직 국내 블레이드 시장은 갈 길이 멀다. 다만 국내 시장에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서버 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엔트리 레벨 서버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늘어나는 서버 무게와 공간 문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업무 성격상 엔터프라이즈 레벨 서버 한 두대로 통합(consolidation)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늘어나는 업무량에 맞춰 그 때 그 때 도입하자니 공간과 관리적 측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다. 뛰어난 공간 활용성, 관리/운영의 효율성, 신속한 적용성 등을 앞세워 서버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른 고집적, 초박형 서버 ‘블레이드 서버(blade server)’의 출발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향상된 IT투자대비효과(RoIT)와 낮은 총소유비용(TCO)’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블레이드 서버는 전력 소비와 공간 절약, 그리고 인건비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 모듈화된 확장성, 성능, 고도의 적용성, 서비스의 용이성, 시스템 관리, 구축 용이, 다용도 면에서 블레이드 서버는 장단기간 비용 절감 효과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서버 기술의 미래를 대변한다는 점이야말로 블레이드 서버의 가장 큰 장점이다. 블레이드 서버는 비즈니스가 IT 시스템 전반을 보다 잘 통제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효율성의 향상과 비용 절감, 그리고 변화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한 서버 업체의 관계자는 “블레이드 서버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수평적 확장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단일 시스템 내에서 믹스 앤 매치(mix & match) 타입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고가용성이 가능한 퍼포먼스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어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구축을 용이하게 만들어 장단기간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블레이드 서버, 2007년 전체 서버 시장 30% 전망

IT 시장 조사 기관들의 전망치는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가트너는 오는 2007년이면 블레이드 서버가 전체 서버의 30%를 차지하며, IT 구성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IDC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IDC는 블레이드 서버야말로 급성장하는 분야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며, 오는 2007년까지 신규 서버 판매량의 27%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러한 기대치를 입증이라도 하듯 미국은 물론, 호주, 중국, 유럽 등지에서 블레이드 서버의 성장률은 가히 기록적인 수준이다. 특히 호주의 경우 기업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블레이드 서버 채택률이 가장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가트너가 아태지역 6개 국가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하드웨어 예산 조사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12%만이 긍정적으로 블레이드 서버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평균이 20%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호응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중복되는 사항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대략 5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우선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다. 비록 공간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서버 자체의 열 밀도가 증가해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블레이드 서버는 처음 개발 단계에서부터 열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계산된 제품이다. 각 서버마다 송풍기가 탑재돼 있고, 랙에도 대형 팬(FAN)이 장착돼 있는 만큼 냉각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진보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차라리 냉각 장치 가동으로 인한 소음이나 전산실 내 발열 문제라면 몰라도, 현 단계에서 블레이드 서버의 발열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설명한다.

블레이드 서버의 전체 효용성보다 가장 기초적인 이점인 공간 효율성 부분만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블레이드 서버는 공간 절약 이외에 확장성, 성능, 서비스 용이성, 시스템 관리, 구축 용이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블레이드 서버 업체들이 가장 가시적 효과인 공간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고객들로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실제로 블레이드 서버 영업을 하다보면 씬 서버와 비교 견적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성장률 여전히 ‘저조’

리눅스가 국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블레이드 서버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물론 엔트리 레벨 서버 시장에서 윈도의 영향력이 유독 높은 국내 사정상 굳이 리눅스를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블레이드 제품의 경우 리눅스만 지원하기 때문에 리눅스 기반이 약한 국내 기업 환경은 분명 블레이드 서버 확산의 옥토(沃土)는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눅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호주와 유럽 지역이 블레이드 서버 도입에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이미 리눅스를 사용중인 금융권과 통신사업자들이 블레이드 서버를 조기에 채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일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부정적인 반응은 블레이드 서버 확산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1U 서버를 대량으로 구비하고 있는 IDC는 블레이드 서버에 최적의 배양지가 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국내 IDC 사업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객사의 서버를 IDC 공간과 회선을 제공해 관리하는 코로케이션 서비스 비중이 높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전력 문제도 IDC 사업자들이 블레이드 서버 도입을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다. IDC는 전력 사용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대형 공장에나 들어가는 원선을 사용한다. 이것을 분전시켜 각 랙마다 동일하게 배선 처리를 하는데, 블레이드 서버의 경우 단일 랙에서 요구되는 전력이 많아 새로운 배선 처리가 없이는 전력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IDC 사업자로서는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들 수 있다. 사실 서버당 가격이나 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블레이드 서버는 동급 서버에 비해 오히려 저렴하다. 다만 각종 모듈과 스위치를 동시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금융·통신사업자 고객 확보로 ‘확산’ 조짐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지도와 호응도는 여전히 낮지만,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인 KTF의 블레이드 서버 대량 도입은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좋은 사례가 됐다. KTF는 지난해 상반기 HP 엔터프라이즈급 알파 서버와 함께 프론트 엔드용 서버로 HP의 블레이드 서버 ‘프로라이언트 BL20p’ 150여대를 구매했다. 이후 시스템 증설 목적으로 소규모 물량을 추가로 구입, 총 200여대의 블레이드 서버를 보유하게 된 KTF는 그 중 160여대에 리눅스 OS를 올려 과금 용도로 사용중이다.

음원제공서비스 업체 유리온에 37대의 블레이드 서버가 공급된 사례도 블레이드 서버 확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유리온은 올해 초 IBM의 중소형 서버 x시리즈 ‘x335’, ‘x345’, ‘x360’ 58대를 비롯해, 스토리지 시스템 ‘FAStT600’, ‘FAStT700’, 블레이드 서버 ‘e서버 블레이드센터 HS20’ 37대로 구성된 미디어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블레이드 서버의 장점인 확장성과 중앙 집중식 관리 기능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힘입어 그 동안 난색을 표명하던 IDC 사업자들이 최근 블레이드 서버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로 전환되는 추세다.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활성화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아직 가격적인 부분에서의 의견 조율이 남았지만, 상당수의 IDC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일부 IDC에서 블레이드 서버를 통한 서버 호스팅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 통신사업자, 과학기술 실험 테스트 및 학술 분야 등에 한정돼 있던 블레이드 서버 수요가 보다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서버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앞다퉈 고객 대상 세미나를 진행하는가 하면, 새로운 부가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들이 3/4분기 안에 64비트 아키텍처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블레이드 서버 시장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한국HP·한국IBM, 신제품 앞세워 시장 ‘견인’

이와 같은 움직임을 간파한 듯 블레이드 서버 시장의 강자인 한국HP(대표 최준근)는 2004 회계연도가 시작되던 지난해 11월 블레이드 서버 관련 국내 고객 세미나 개최를 시작으로 시장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교적 올해에는 출발이 저조하지만, 2웨이 블레이드 서버 신제품 ‘프로라이언트 BL30p’이 출시되는 이 달부터는 한층 탄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출시되는 ‘프로라이언트 BL30p’는 6U 높이에 SCSI 하드드라이브디스크(HDD)를 사용하는 ‘프로라이언트 BL20p’와는 달리, 3U 높이에 ATA HDD가 장착된 제품이다. 기존 ‘프로라이언트 BL10e’ 대체용으로 제작된 이 제품은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펜티엄Ⅲ가 아닌 제온 DP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올해 추가 구매가 예상되던 KTF가 번호이동성제도 때문에 투자 계획을 연기해 출발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일부 솔루션 벤더와의 공동 프로모션과 제품체험프로모션(Try & Buy) 등 보다 적극적인 대외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과는 달리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IBM도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등 대대적인 반격을 진행중이다. 한국IBM(대표 토니 로메로)과 LGIBM PC(대표 이덕주)는 올 초 ‘IBM 더블 블레이드 데이’ 개최와 함께 인텔 제온 MP 프로세서 기반의 4웨이 블레이드 서버 ‘e서버 블레이드센터 HS40’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서버의 발열 처리 성능이 뛰어나 표준 랙인 42U 랙에 최대 42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메모리는 16MB까지 확장돼 대용량 솔루션 지원에 적합하며, 하나의 섀시에 기존 2웨이 블레이드 서버 ‘e서버 블레이드센터 HS20’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LG IBM의 한 관계자는 “이 제품은 파이버 채널 지원으로 SAN 환경과 같이 대형 네트워크 구축이 편리해졌으며, IBM 디렉터 솔루션을 적용해 원격지에서도 데이터 병목 현상이나 시스템 오류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 IT 엔지니어의 워크로드도 크게 덜 수 있다”며 “단위 면적당 높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게임, 포털, 통신 분야 등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데이터베이스 서버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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