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맞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만이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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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맞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만이 상생의 길이다
  • 정용달 네트워크타임즈 편집장
  • 승인 2004.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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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칼럼
올해의 절반이 흘러간 지금, 국내 IT 산업은 지속된 불황으로 소수 유망 업종을 제외하곤 극한 상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IT 업계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더 우울한 것은 침체의 늪에서 헤쳐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해야 될 일이 한 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가 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맞수(경쟁업체)를 존중하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독불장군(獨不將軍)은 없듯 서로 밀고 당기는 경쟁속에 산업은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IT 산업은 예전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전통 아닌 전통이 한가지 있다. 경쟁업체와의 싸움에서는 방법이야 어찌됐던, 어떤 희생을 치르든 이겨야 한다는 철칙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물건값을 받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경쟁업체에게 지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고질적인 병폐가 지금도 여전하다.

특히 요즘처럼 IT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 오랜 전통(?)은 한 술 더 떠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경쟁 제품은 성능에 오류가 있다거나 핵심 인력의 상당수가 그만뒀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심지어 사장의 개인적인 인신공격에 더해 그 회사는 이제 문을 닫을 것이다 등등. 사악함을 담은 현란한 얘기(?)까지 불사하며 너나할 것 없이 경쟁사를 헐뜯는데 넌더리가 날 정도다.

명색이 최첨단 기술과 제품을 판매한다는 IT 산업의 기업들이 경쟁사의 씨를 말리겠다고 작정하고 이판사판 달려드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기보다는 오히려 안스러울 정도다.

IT 업계에는 경쟁업체의 제품과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경쟁업체를 비하해 말하는 업체가 있다. 분명, 경쟁업체를 인정하는 업체는 자신의 업체도 인정받기를 원하는 업체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스스로 형편없는 업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경쟁업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기업은 설령 맞수와의 싸움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체면을 유지하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는 맞수에게 패할 경우, 설자리를 잃을 정도로 그 충격은 상당하다. 즉, 고수(高手)는 맞수를 비하하는 데만 투자하는 하수(下手)보다 맞수를 존중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비법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비법을 지니고 있는 진정한 고수라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몇 수 앞을 바라보고, 멋진 승부를 치를 수 있는 맞수를 키우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야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산업 자체가 발전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도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맞수를 인정하는 모습은 지금처럼 어수선한 IT 산업에서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맞수는 없애야할 적이 아니라, 함께 보듬고 가야할 동지인 셈이다. 사사건건 발목걸기, 딴지걸기, 뒤통수 때리기 등 비신사적인 행위가 아닌 상대를 인정하는 진정한 페어 플레이만이 우리 모두를 승자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사용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순리며, 종국에는 우리 모두 쓰려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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