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SAN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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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SAN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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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채널 기반의 SAN이 장비간 호환성 부족과 별개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난관에 부딪힘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P SAN에 대한 논의가 최근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이더넷 기반의 TCP/IP 네트워크를 스토리지 네트워크에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IP SAN은 기가비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SCSI 프로토콜의 진화로 인해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 가는 중이다. IETF의 IP 스토리지 워킹 그룹에서 표준을 위한 후보로 선정한 FCIP, iFCP, iSCSI는 2세대 SAN의 현실화를 앞당길 전초 기술인 셈이다.

인터넷 콘텐츠와 폭주하는 이메일,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으로 인해 공공 IP 네트워크와 엔터프라이즈 IP 네트워크에 걸쳐 이동하는 데이터 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결과 스토리지는 초기 DAS(Direct Attached Storage) 모델을 벗어나 네트워크 자체의 인프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네트워크 상에서 이용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관리가 용이한 네트워크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로컬 DAS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허물어 버린 것이다.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대표하는 SAN(Storage Area Network)과 NAS(Network Attached Storage)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중앙 집중화된 스토리지 풀(pool), 고성능, 확장성이 입증된 SAN은 주요 스토리지 벤더들의 정보수명주기관리(ILM) 전략과 맞물려 여전히 중용되고 있다. NAS도 흔히 IDE라고 부르던 ATA(Advanced Technology Attachment) 디스크 드라이브와의 만남으로 고객층을 더욱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NAS가 파일 공유와 같은 특수 목적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트워크 스토리지의 보편성은 SAN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많은 스토리지 기술 연구들이 SAN 주도의 NAS 통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SAN 지지자들은 NAS 진영과의 경쟁적 시장 쟁탈(혹은 충돌)이 아닌 상호 기술 교환을 통해, SAN 중심의 단일 스토리지 인프라(물리적) 구축이라는 목표에 이미 상당부분 근접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파이버 채널을 기반으로 하는 SAN이 기업들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총소유비용, 운용 거리, 상호운용성 등과 같은 파이버 채널 SAN이 지닌 제한성이 해결되지 않는 한 SAN이 기업의 차세대 스토리지 환경까지 장악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 FCIP(Fibre Channel over IP), iFCP(internet Fibre Channel Protocol) 및 iSCSI(internet SCSI)로 대표되는 IP SAN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등장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림1> IP 스토리지 프로토콜 스택

FC 제한성 극복할 기술로 IP SAN 등장

흔히 1세대 SAN으로 불리는 파이버 채널 SAN은 이더넷/IP 네트워크가 고용량 트래픽을 처리하는 데 적절치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파이버 채널은 스토리지 전용의 빠르고 강력한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SCSI 채널을 빠르게 대체해, 현재는 많은 기업들의 인프라로 이미 자리 잡은 상태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파이버 채널 SAN은 장비간 호환성 부족, 별개의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거리 제한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파이버 채널 표준에 대한 업체간 다른 해석으로 장비간 호환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결점은 기업들로 하여금 업체별로 제공되는 스토리지에 별도의 다른 SAN을 구축하도록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디스크 스토리지를 도입할 경우 A스토리지 업체로부터 제품을 구입하면서 구축한 SAN에 B스토리지 업체의 제품을 추가로 구성하고자 한다면, 어느 업체도 선뜻 동의하거나 지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 기업은 같은 A스토리지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B스토리지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별개의 SAN을 구성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 네트워크와 다른 별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CSI 채널을 대신하기 위해 소규모로 채택하는 것이야 어려울 게 없다. 그러나 기업 인프라로 자리잡은 SAN을 구축하는 작업은 또 하나의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상당한 초기 비용은 물론, 많은 시간, 자원 및 재교육을 감수하게 만든다.

9.11 이후 불거진 재해복구(DR)와 비즈니스연속성(BCP)을 위한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SAN은 제한이 있다. 파이버 채널이 기존 채널(SCSI)에 비해 전송 거리를 크게 연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광역에 걸쳐 파이버 채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만 하더라도 30Km 이상(미국의 경우 1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파이버 채널은 20Km 이상은 지원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2세대 SAN으로 분류되는 IP SAN이다. IP SAN은 이미 도처에 광범위하게 산재돼 있는 이더넷 기반의 TCP/IP 네트워크를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위해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인터넷 통신 프로토콜에 대한 사양을 준비하는 국제 기구)의 IP 스토리지 워킹 그룹에서 표준을 위한 후보로 선정한 FCIP, iFCP, iSCSI는 이와 같은 IP SAN의 현실화를 앞당길 전초 기술이다. 기존 파이버 채널 SAN의 맹점을 보완해 줄 이 세 가지 프로토콜은 기가비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1∼10Gbps), SCSI 프로토콜의 진화(직렬 SCSI-3)와 맞물려 현실화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FC SAN 거리 제한 극복의 선봉장 ‘FCIP’

FCIP, iFCP, iSCSI는 기존 파이버 채널 SAN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장비간 호환성 부족, 별개의 네트워크 구축, 거리 제한을 해결하는 동시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하나의 기술로 서버, 클라이언트, 스토리지를 연결하기 때문에 복잡성을 줄이고, 기존의 IT 지식 기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운영 거리 증가는 물론, 네트워크 관리 도구(NMS)를 활용할 수도 있어 운영 관리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각각의 프로토콜은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적용되는 분야도 현재까지는 상이하다. 먼저 FCIP는 광역의 파이버 채널 SAN을 구축하기 위해 TCP/IP 내에 파이버 채널 프레임을 캡슐화(Encapsulation)하는 방법으로, IP SAN 프로토콜 가운데 IP 내용이 가장 적게 포함된다. 즉 개별 스토리지 사이에 IP 접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포인트 투 포인트 터널링 프로토콜을 사용해 파이버 채널 SAN 영역간을 IP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가상사설망(VPN)과 매우 유사하다. FCIP 장비는 VPN 장비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장비형태로 구성하거나, IP 라우터에 FCIP를 편입시키거나, 또는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에 포트로 통합시킬 수 있다. 따라서 FCIP는 TCP/IP를 매개로 현존하는 파이버 채널 SAN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특별히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된다.

현재 FCIP 확산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 업체들이다. 그 동안 이들은 고객들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기종 장비간 호환은 고의적으로 방치해 뒀던 게 사실이다. 파이버 채널 SAN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즉 상호간의 접속, 확장성 및 관리 등에 있어서의 제약점들을 해결하는 것은 곧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의 파이버 채널 SAN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재해복구와 맞물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거리 제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 업체들은 초기 IP SAN 솔루션으로 FCIP 터널링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 업체들의 FCIP 접근 방식은 FCIP 게이트웨이(일종의 채널 익스텐더) 장비 업체와의 연계가 가장 보편적이다. FCIP 게이트웨이는 원거리에 위치한 파이버 채널 SAN을 왠(WAN) 환경을 이용해 서로 연결해 주는 장비로, 초기 IP SAN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버퍼 컨트롤, 압축과 같은 기능을 이용해 파이버 채널 SAN간에 오가는 데이터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 FCIP 게이트웨이 시장은 현재 CNT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경쟁 관계에 있던 인레인지 제품은 CNT가 인수한 뒤 단종시켰고, 니샨 제품은 맥데이터가 인수한 뒤 FCIP 게이트웨이가 아닌 멀티 프로토콜 스위치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CNT의 ‘USD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3천여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FCIP 게이트웨이다. 국내에서도 DR/BCP용으로 도입한 기업이 적지 않다. 지난해 이 제품을 도입한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서울과 월성의 파이버 채널 SAN간 스토리지 풀 백업 용도로 사용중이다. CNT의 국내 총판인 KCC정보통신은 공공기관 및 제 2금융권에서 이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최소 6건 이상의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림2> FCIP 구성도

FCIP 기본 탑재된 멀티 프로토콜 스위치 ‘급부상’

하지만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되는 시장을 특정 벤더가 독점하도록 놔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IP 전용 장비인 FCIP 게이트웨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업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 업체들의 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 업체들은 그 동안 FCIP 게이트웨이에 일임하던 FCIP 프로토콜 지원 기능을 아예 파이버 채널 SAN 스위치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일명 ‘멀티 프로토콜 스위치’가 바로 그것인데, 이 제품은 FCIP 게이트웨이 없이 원거리에 위치한 파이버 채널 SAN과 연결이 가능하다. 아직 일부 제품의 경우 FCIP 게이트웨이만큼의 기술력(예를 들어 압축기술)과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시장 트렌드를 형성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 변화의 주역은 시스코다.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IP 스토리지 네트워킹 제품 3종 가운데 ‘시스코 MDS 9000 IP 스토리지 서비스 모듈’은 그 동안 FCIP 게이트웨이에 맡겨뒀던 IP SAN 역할을 SAN 스위치의 영역으로 통합시킨 제품이다. 시스코 MDS 9000 제품군 멀티레이어 디렉터와 패브릭 스위치를 위한 8포트 라인카드인 ‘시스코 MDS 9000 IP 스토리지 서비스 모듈’은 각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 상에서 iSCSI와 FCIP를 동시에 지원, 본격적인 멀티 프로토콜 스위치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시스코의 멀티 프로토콜 지원은 파이버 채널 전용인 MDS 9100 시리즈를 제외한 9200, 9500 시리즈 모두에 적용된다. 즉 시스코 MDS 스위치 고객들은 별도의 FCIP 게이트웨이 구매 없이도 손쉽게 DR 구성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하나은행에 도입돼 DR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KTH도 대규모 SAN 구성을 위해 시스코의 MDS 시리즈를 선택했다.

시스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FCIP는 가장 대표적인 IP SAN 방식이다. 기술적인 안정화도 계속 진행중이다. 다만 SAN을 IP에서 운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기본적으로 IP 네트워크에 대해 불신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구체적인 구축 사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쯤이면 그 선봉에 시스코가 서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국내 IP SAN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스코·브로케이드·맥산, DR용도로 FCIP 적극 활용

CNT와의 글로벌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파이버 채널 SAN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만끽하던 브로케이드로서는 일격을 맞은 셈이다. 특히 그 상대가 IP 네트워크의 강자인 시스코라는 사실이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브로케이드는 한창 개발 중이던 지능형 SAN 스위치 ‘실크웜 패브릭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 원거리 SAN 확장을 위한 FCIP 터널링 기능과 iSCSI 게이트웨이 기능을 포트 베이스로 탑재하는 등 일단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브로케이드는 최근 FCIP, iSCSI는 물론 FC-to-FC 라우팅을 위한 광채널 라우팅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실크웜 멀티 프로토콜 라우터’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브로케이드 SAN 인프라와 완벽하게 통합되도록 설계돼 멀티 프로토콜 라우팅 서비스를 한 곳에서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다. 특히 개별 포트마다 임의의 멀티 프로토콜 라우팅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제품만의 특징이다.

한편, 브로케이드는 올 하반기 실크웜 24000 디렉터 장비에도 FCIP 및 iSCSI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파이버 채널 및 FICON 프로토콜을 지원할 뿐이지만, 확장 블레이드를 추가해 FCIP, iSCSI, 그리고 패브릭 애플리케이션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애플리케이션 스위치 시장의 신규 업체이자 복병인 맥산시스템즈가 지난해 10월경 선보인 디렉터급 스위치 제품군 ‘MVX320’ 역시 기본적으로 FCIP 터널링을 지원한다. 이 제품은 최대 320포트의 파이버 채널 및 기가비트 이더넷의 확장이 가능하며, ‘SA200f’(팔콘스토어 ‘IP스토어’의 가상화, 내부 복제, 원격 복제, 서버-프리 백업, 이기종 스토리지간 미러링 등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카드)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카드를 최대 16노드(카드당 10포트를 지원하기 때문에 160포트가 되며, 듀얼 구성 시에는 320포트까지 확장 가능)까지 탑재할 수 있다.

현재 맥산의 국내 총판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이 제품을 DR 용도로 적극 소개하는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제품을 DR 구축을 위한 멀티 프로토콜 스위치로 사용하는 고객은 없다. 이미 제품을 도입한 한국건설기술인협회와 대검찰청도 인터넷 파일을 공유하기 위한 NAS 용도로 사용중이다. 효성인포메이션은 그 원인을 아직 검증 사례가 적기 때문으로 보고, 레퍼런스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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