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마디 말보다 작은 실천 하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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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마디 말보다 작은 실천 하나가 중요하다
  • 정용달 네트워크타임즈 편집장
  • 승인 2004.05.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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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칼럼
국내 경기 불황 여파로 네트워크 산업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관련 많은 기업들이 생존 돌파구 마련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기 위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이익은 어찌됐던 간에 일단을 매출을 올리고 보자는 식의 고질적 병폐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작금의 상황에서 본 기자는 지난달 VDSL 전문업체의 K 사장으로부터 ‘KT는 중소 IT 업체에 더 이상 못박지 마세요’, ‘KT는 스스로 변해야 살아남습니다’ 라는 제목의 A4 4장 분량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4일 후 ‘불의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정직과 진실에 저항하는 KT에 강력 경고합니다’ 라는 이메일을 또 다시 받았다.

이 메일은 한마디로 ‘대형 통신사업자의 입찰 관행의 획기적인 변화와 불공정거리 행위의 근절 없이 국내 네트워크/통신 장비 제조업체는 절대로 생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제품개발은 뒷전인 채 한탕주의와 인맥에 의한 로비에 의존하고 있는 관련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을 꼬집고 있다. 또한 거대 통신사업자 내부 인력의 마인드 전환이 절실함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정통부가 직접 나서서 부당한 납품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K 사장이 보낸 8장 분량의 이메일에는 실제로 영업 과정에서 벌어졌던 금품로비, 담합, 접대 등 왜곡된 업계의 관행들을 지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관계자들의 실명까지 밝히고 있어 소문으로만 돌던 이러한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은 신기술 개발과 경쟁력 있는 전략과 전술의 개발은 뒷전인 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제살깎기식의 경쟁을 벌여왔고, 거대 통신사업자의 잘못된 입찰 관행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글로벌한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탓할만한 여유가 없다고 하겠지만, 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소위 갑이라는 위치를 악용하는 구매업체의 마인드 전환이 없이는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희망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군자(君子)는 행동으로써 말하고 소인(小人)은 혀로써 말한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처럼 지금까지 말로만 떠들었던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입으로만 되뇌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아무리 각박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자기성찰을 통해 소인의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K 사장은 PICCA에 공식적인 KT 불공정거래 신고센터 사이트가 오픈 되기 전까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내용을 공지하는 한편 인터넷 포털에 안티 카페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K 사장이 보내온 이메일 중 한 구절을 소개한다.

“제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네트워크 R&D 개발 회사를 시작했던 것이 가장 근본적인 나의 잘못이었고, 만일 미국에서 시작했더라면 지금 회사가 거치는 어마어마한 시련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다. 부끄럽게도 IT 강국이고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라는 나라에서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있고 현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으며, 국내 제조업체들의 피투성이 뒤에는 대만과 중국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장악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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