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③] 유닉스에 머물러야 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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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③] 유닉스에 머물러야 할 필요가 없었다
  • 승인 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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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리눅스는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믿을 것이냐 믿지 않을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처럼. 진정한 신도 중에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들의 믿음을 보여주고자 아우디(Audi)의 차를 구입하고 싶을 것인데, 그 이유는 독일의 이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는 리눅스 온 인텔 시스템 클러스터를 이용해 부품을 시뮬레이팅하고 차세대 섀시용 공장 툴링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HP-UX를 돌리던 HP의 8 프로세서 RISC 시스템을 교체하고 3년간 임대 계약을 끝냈다.

리눅스로 이동하는 것은 아우디에게는 상징적인 태도(폭스바겐 AG 유닛) 훨씬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아우디는 가능한 한 많은 애플리케이션에 리눅스를 사용하고자 한다.

독일 잉골스타트에서 아우디의 가상현실 계획 및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마틴 솔러는 “애플리케이션이 허용만 한다면 리눅스로 이동할 것”이라며,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이 있는데 유닉스에 머물러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VR 유닛에서 리눅스로 이동한 것은 아우디에게 프로토타입이 나오기 전에 신차 디자인의 제조 공정을 계획하는 데 사용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마그마 GmbH에 의해 주도된 바가 크다. 마그마는 HP-UX나 다른 유닉스 변종용으로 자사의 시뮬레이션 툴을 최적화한 적이 없지만, 리눅스 네트웍스(Linux Networx)나 지멘스 후지쯔(Siemens Fujitsu)의 리눅스 시스템용으로는 그렇게 했다. 윈도는 심지어 고려대상에 끼지도 못했는데, 그 이유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마그마소프트(Magmasoft)가 그 플랫폼에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리눅스 네트웍스의 18개의 시스템 클러스 클러스터에서 레드햇 리눅스를 가동하고 있으며, 각각의 박스에는 두 개의 32비트 인텔 2.4GHz 프로세서가 있다. 이들 시스템 중 16개는 주조 작업을 위한 계산 시뮬레이팅에 전담돼 있다. 시스템 하나는 비상용이며 나머지 한 시스템에는 관리 소프트웨어가 있다.

아우디는 플랫폼 컴퓨팅의 LSF(Load Sharing Facility)를 이용해 클러스터를 관리하고 있으며, 마이그레이션은 대부분 플러그 앤 플레이라고 솔러는 말했다. 마그마에서 대부분의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아우디의 내부 개발자는 LSF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조정해 수 주만에 리눅스 네트웍스로 작업할 수 있었다.

아우디는 HP 시스템의 약 절반 가격, 35만유로에 클러스터를 3년간 임대했다. 아우디는 HP에게 입찰을 권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소프트웨어가 유닉스용으로 최적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클러스터링과 최적화 덕분에 마그마 애플리케이션은 유닉스 플랫폼에서보다 이 구성에서 훨씬 더 빨리 돌아간다고 솔러는 말했다. RISC 시스템에서 두 주가 걸리던 한 컴포넌트 시뮬레이션 작업이 이제 이틀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기술 컨설턴시인 엔더를 그룹(Enderle Group)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로브 엔더를은 “최적화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직선 코스용으로 최적화된 경주용 차를 생각해 보라. 이것이 더 빠르긴 하겠지만 타원형 코스용으로 최적화된 차가 타원형에서는 더 앞설 것이다.”

마그마와의 경우는 이례적인 것이다. 마그마의 것처럼 전문 소프트웨어의 특정 패키지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엔더를은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CAD(Computer Aided Design) 툴의 필요조건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돌 테스트

솔러에 따르면 아우디는 충돌 시뮬레이션, 소음 진동 시뮬레이션, 그리고 유체 역학용으로 리눅스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고 한다. 충돌 시뮬레이션 시스템만 해도 400개의 CPU가 필요하다. 솔러는 클러스터의 성능을 칭찬하면서 이것이 앞서 이용했던 RISC 시스템 만큼이나 안정적이고 신뢰성있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여름 장기간에 걸친 혹서에서 29개의 레거시 RISC 시스템이 고장이 난 반면, 리눅스 네트웍스 클러스터는 가동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엔더를은 리눅스가 모든 종류의 작업에 신뢰성이 있음이 입증됐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아우디 것과 같은 단일 작업 환경에서는 더 잘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엔더를은 “윈도의 신뢰성도 이런 경우에는 향상된다. 사실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 가운데 하나는 윈도 PBX다. 일단 복잡해지면 고장의 가능성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엔더를은 IT에서 아우디가 한 것처럼 리눅스를 가야 할 시스템 아키텍처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보다 일상적이 돼가고 있으며 특히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리눅스는 유닉스나 OS/2가 대부분이었던 환경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엔더를에 따르면, 확장성과 신뢰성 면에서 윈텔(Wintel)이 유닉스-RISC를 따라잡고 있긴 하지만 사실 리눅스는 윈텔 시스템보다 대형 유닉스-RISC 시스템을 대체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유닉스와 리눅스 관리가 매우 유사한 반면 윈도로의 이동에는 새로운 툴과 기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그렇듯 고충을 겪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출발할 것이라고 엔더를은 말했다. “리눅스는 처음부터 유닉스를 흉내낸 것이다.”

리눅스는 또한 인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보다 덜 비싼 일상품 시스템을 찾는 사용자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엔더를은 “리눅스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가장 일반적인 마이그레이션 경로가 마이크로소프트였다”며 “더이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ISV 시장

엔더를은 또 인기있는 서버 측 애플리케이션들이 리눅스로 이식된 후에야 리눅스 배포판들이 다중애플리케이션 서버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직접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대다수 리눅스 변종용의 ISV(independent software vender) 지원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일상 애플리케이션용으로 리눅스에만 의존하기 힘들게 돼 있다. 리눅스 업체이 단일 용도의 서버 설치기반 이상으로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 애를 씀에 따라, 이들 업체들에게 있어 다음 전장은 ISV의 심장과 마음을 잡는 일이 될 것이다.

엔더를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ISV가 모든 리눅스 배포판에서 자신들의 웨어가 돌아가게 할 수만 있다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닉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리눅스 종류들 사이에서의 유일한 공통점은 코어의 오픈소스 커널뿐이며, 그 이상의 모든 자원들은 플랫폼마다 다르다.

솔러는 리눅스에서 한 가지 약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대형 리눅스-인텔 배치에서 RISC의 파워와 신뢰성을 따라가려면 보통 클러스터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컴퓨팅(Platform Computing)의 LSF는 아우디가 자사의 클러스터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긴 했지만, 솔러는 너무 많은 별개의 시스템 이미지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줄 큰 다중프로세서 리눅스 시스템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솔러의 바램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수년 동안 대형 시스템 업체들은 자신들의 유닉스 사업을 잠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중프로세서 리눅스 시스템 만들기를 망설여 왔다. 그러나 이제 일부에서는 리눅스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며, 아마도 데이터 센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수단이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엔더를은 말했다. 이러한 입장 전환을 한 곳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IBM이며, SGI도 또한 리눅스 수퍼컴퓨터라고 이름 붙인 것을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리고 있긴 하지만 리눅스로의 이동은 이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아우디를 비롯한 대형 회사들의 IT 조직에서는 열정만 갖고 나서는 게 아니라 지갑까지 열고 있으며, 종교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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