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통합(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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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통합(NI)
  • 강석오 기자
  • 승인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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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NI 시장은 지난 2000년 최대 호황을 누린 이후 경기침체 여파로 고객들의 투자 축소와 지연, 이에 따른 급속한 시장 축소, 업체간 과당 경쟁 등이 맞물려 돌아가며 최근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형 NI 업체들까지 몰락하며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이제는 ‘미운 오리 새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 IT 환경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트워크 통합(NI)은 미래 성장산업을 부양하는 토대로서 중요한 의미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통신/네트워크 장비의 교체시기를 비롯 차세대 컨버전스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NI 업계의 부진 탈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NI를 기반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러한 노력이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자리를 잡으며 그간의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 NI 업계는 최근 몇 년간 IT 업종에서도 유독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코리아링크, 테라, 뉴씨앤씨 등 한때 잘나갔던 업체들이 몰락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머큐리마저도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여기에 아예 업종을 변경하거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중소 규모의 NI 업체들까지 더하면 악화된 시장 상황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이렇듯 초고속인터넷 열풍에 따른 통신/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과잉투자로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네트워크 장비 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국내외 경기 침체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려 대다수 NI 업체가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해 관련 업계에서는 ‘NI 전문업체’라는 간판을 버리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 솔루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변신에 나서고 있다.

콤텍시스템, 에스넷, 인네트, 인성정보 등 대형 업체들은 NI 업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서비스, 솔루션 업체라고 불릴 정도로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으며 고객 다변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링네트는 대다수 NI 업체들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데 반해 순수 NI로 불황 타개에 나서고 있고, 아예 업종을 전환해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시작하는 업체들도 있는 등 업체마다 자기자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변신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서비스나 솔루션, 특화 장비 개발, 해외 시장 개척 등 다양한 방안이 동원되며 일부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아직 절대 다수의 업체들이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밑지는 장사가 여전한 상황으로 불황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 확대보다 수익성 향상에 초점

이렇듯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네트워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축소된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아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역시 NI 업계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국내 경제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가 몇 해 동안 계속됐고 이는 고스란히 관련 업계의 수익 악화와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4/4분기 들어서며 시장 환경이 소폭 개선되며 매출 신장세로 이어져 일단 막힌 숨통은 트였지만 전성기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외형적인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내실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NI 업체들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이에 따른 수익 감소를 우선적으로 들고 있다. 인건비조차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수준의 장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과당경쟁은 IT 투자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2001년부터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증가하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저가·출혈 판매로 인해 이익률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변변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이는 대다수 업체들이 단순 박스 유통과 유지보수에만 매달리는 서로 비슷한 사업구조이다 보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응력이 하나같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수익모델 확보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늦게나마 많은 업체들이 네트워크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에 진출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향후 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건전한 시장 정착과 질서를 흐리는 그간의 고질적인 병폐를 줄이려는 자정 노력 부족을 비롯 근시안적인 전략, 마인드 부족, 정부 정책 부재 등도 시장 악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된 NI 시장의 침체 여파로 관련 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NI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등 업계의 재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간 난립한 업체들로 인해 저가·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장이 정리된다면 그만큼 많은 기회가 생겨난다는 것으로 올해는 향후 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한해로 상당부분 NI 업계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별화로 틈새시장 노려야

특히 시장 상황이 악화되며 대형 NI 업체로의 시장 점유율 확대 현상이 심화되며 중소규모의 NI 업체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즉, NI 업체나 벤더 모두 그간의 단순 네트워크/통신 장비 공급에서 벗어나 수익 개선을 위해 솔루션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상위 업체들의 시장 장악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객들이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보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 도입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올해 업계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솔루션 공급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최근의 몇몇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덩치가 크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위 대형 업체들에 비해 중소 규모의 업체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위기감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소 업체라도 전문성을 살려 특화시장이나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면 승산이 있다는 지적처럼 차별화에 적극 나서야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에 꾸준히 노력하는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현실에 안주해 방만한 경영으로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며 “회사 규모가 크건 작건, 업력이 길건 짧건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자연도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올해도 변화를 소홀히 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한해가 될 전망이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반기를 지나 후반기부터는 NI 업계의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물론 최근의 복잡한 정세를 고려하면 이러한 기대는 다소 이른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몇 년간 미뤄온 IT 부문의 투자가 올해부터는 확대될 것이란 전망과 차세대 시장의 개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그간 지속된 불황의 여파로 문을 닫은 업체 못지 않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등 관련 업계에 드리워진 위기감이 쉽게 가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생존을 위해 M&A 시장을 기웃거리는 업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P 컨버전스·보안 등 솔루션 부문 성장세 이어질듯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투자 시기를 전반적으로 늦춰 시장 수요가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가능성을 보이며 NI 시장을 견인할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고부가가치 솔루션의 시장 확대 여부가 올해 시장 판도를 결정할 키포인트”라며 “그간 가능성만 놓고 소리만 요란했던 분야가 올해는 실제로 일정 시장을 형성할 전망으로 단번의 큰 성장은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레퍼런스가 확대되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하반기부터는 NI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올해 NI 시장의 판도는 지난해 싹을 보인 차세대 성장 분야들이 올해 얼마나 빨리 꽃을 피우느냐에 따라 관련 업계의 명암이 교차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는 최근 몇 년에 걸쳐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고객들도 매출과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IT 부문의 투자를 더 이상 미루기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IT 산업에 대한 다각적인 투자와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IP 컨버전스, 보안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더불어 기존 장비의 노후화에 따른 장비 교체나 업그레이드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역시 복잡한 정세와 시장 상황이 결합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로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 NI 시장 전망을 지난해와 대동소이하게 보는 견해가 상당수로 NI 업계의 타는 갈증을 얼마나 해소해 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시장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분야로 10기가비트 이더넷, IP 텔레포니, IP 컨택센터, 보안, 무선, VDSL 등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MSPP, OXC 등 차세대 옵티컬 시장도 기대해볼 만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홈 네트워크, 디지털방송 등도 향후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도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차세대 백본 네트워크로 부상한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라우터 시장이 올해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이뤄질 전망으로 벤더간 시장 선점 경쟁 못지 않게 NI 업체들의 수주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한 데이터와 음성의 결합이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IP 텔레포니, IP 컨택센터 등 IP 컨버전스 시장이 급부상, NI 업체들의 음성 시장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등 차세대 시장을 향한 업계의 경쟁에도 점차 불이 붙고 있다.

이외에도 보안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VPN, L4~7, IPS 등을 비롯한 다양한 보안 솔루션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NI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또한 최근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면서 QoS, 인터넷 트래픽 관리 솔루션 시장도 유망한 시장으로 부상, 점차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부가 솔루션으로 위기 정면 돌파

이에 따라 NI 업계에는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가치 솔루션을 앞세운 사업다각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이다. NI를 주력으로 하던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존 주력 사업 강화와는 별개로 다양한 부가가치 솔루션 발굴에 나서는 등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존 네트워크 시장은 성장기를 거쳐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어 향후 시장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현실로 수익 개선과 매출 확대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존 시장을 보완하는 한편 신규 수익원으로 고부가가치 솔루션에 대한 투자와 영업을 확대중으로 새로운 시장 개발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업체들이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다양한 벤더들과의 제휴에 나서는가 하면 연구개발 부문의 투자를 강화해 자체 기술로 부가가치 솔루션 개발에도 나서는 등 네트워크 솔루션, 서비스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부침에 따라 사업 방향을 자주 변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간의 한정된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존 매출 구조의 다양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즉, 기존의 구태의연한 사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시장 원리와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NI 사업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확대한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앞서가는 네트워크 서비스와 솔루션으로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공존과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업체간 파트너십을 넓혀나가는 것이 생존의 법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NI 업체들의 사업다각화 방향은 고부가가치의 솔루션 및 서비스 사업, 기업용 솔루션 기반의 SI사업, 자체 장비 및 솔루션 개발,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단기적인 전략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함께 추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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