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인디 힙합’… 정녕 통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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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잔치 ‘인디 힙합’… 정녕 통하였느냐
  • 승인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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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힙합’이라고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리드미컬한 춤동작이나 쉴새없이 이어지는 랩, 반쯤 벗은 듯한 헐렁한 바지, 그리고 10대들의 사회저항적인 문화적 외도 내지 유행 정도를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편협할 뿐이다. 힙합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문화로 봄이 마땅하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음악이다. 권혁범 기자

노란 티셔츠, 흰 청바지, 빨간 스카프를 두른 채, 귀에는 커다란 헤드폰을 꼽고서 가끔 길거리에서 자기도 모르게 턴(Turn)을 한다는 나일소프트 정보보안 연구 1팀의 윤현민 씨. 이 설명만 듣고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힙합을 좋아하는 신세대다. 하지만 그는 여느 힙합 청년과는 조금 다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편식(?)이 심하다.

보통 힙합이라고 하면 크게 4가지 요소를 꼽는다. 디제잉(DJing: 턴테이블을 통해 음악을 제공하는 행위), 엠씽(MCing: 랩핑), 태깅(Tagging: 에어스프레이 페인트로 벽이나 전철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행위), B-보잉(B-boying: 브레이크 댄스로 대표되는 힙합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힙합에 심취한 이들은 대개 2가지 이상은 도전한다.

윤현민 씨는 오로지 랩만 듣는다. 물론 그도 대학 1년 재학 중에는 학내 힙합 댄스 동아리에서 B-보잉에 도전해 보기도 했고, 태깅에도 관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몸소 ‘한계’를 체감한 후로는 편식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이와 같은 편식조차도 그의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다면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개인적으로 힙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 그리고 라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국곡보다는 유독 국내 힙합만을 듣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취향의 힙합 곡들은 라임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일례로 드렁큰타이거만 놓고 보더라도 어미나 어두만을 맞추는 1차원적인 라임에 그치고 있죠. 제가 힙합 중에서도 특히 인디씬에 편중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힙합의 생명은 가사, 그리고 라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데프콘(DEFFCONN)과 버벌전트(VERVALJANT). 라임 실력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데프콘이야 제법 알려졌다지만 버벌전트는 생소한 뮤지션이다. 그는 버벌전트 역시 데프콘에 버금가는 뮤지션이라고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랩핑이나 멜로디 진행은 물론이고, 다른 뮤지션과는 달리 앨범에서 느껴지는 스토리지 텔링이 강렬하다는 것. 특히 버벌전트의 앨범을 듣고 나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앨범과 곡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주저 않고 버벌전트 싱글 EP와 2집에 수록된 ‘존 레넌이 내게 남긴 말’을 꼽는다. 이 밖에 데프콘 1집, 피플앤플레이스도 그가 꼽은 수작들이다.

하지만 힙합이란 혼자 CD를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장르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그 무엇 때문에라도 여럿이서 듣는 것이 강력히 권장된다. 반드시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인디 힙합 CD를 구할 수 있는 곳이 홍대 쪽에 많다), 윤현민 씨는 인디 힙합 뮤지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홍대앞 클럽을 자주 간다. 이 곳에서 라이브를 들으며 그는 언젠가 인디 힙합만을 들려주는 카페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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