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홈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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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홈네트워킹
  • 장윤정 기자
  • 승인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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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20개 분야 2003년 평가와 2004년 전망
[IT 20개 분야 2003년 평가와 2004년 전망] (17) 홈네트워킹

홈네트워킹 시장 확대 ‘행동 개시’
정부 주도로 사업속도 가속화 … 표준 확립·호환성·사용자 요구 파악 시급

지난해까지 더딘 성장을 지속하던 홈네트워킹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초 정통부가 발표한 9대 IT 신성장동력의 디지털홈사업에 홈네트워킹이 포함되며 부쩍 탄력을 받아 유무선 통신사업자, 건설사, 방송, 가전,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유관사업체들이 참여한 홈네트워킹 협회가 창립됐으며, 이어 KT, SK텔레콤이 주도하는 홈네트워크 컨소시엄도 형성됐다. 양 컨소시엄은 시범사업에 착수하는 등 지난해 국내 홈네트워크 사업은 정부와 사업자, 업계가 총망라된 본격적인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올 한해는 홈네트워킹 사업전개에 있어 성장의 단초를 마련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컨소시엄이 시행할 시범사업을 통해 그간 방향을 잡지 못했던 홈네트워킹의 수익모델 및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발굴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그간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홈네트워킹 사업이 통신사업자부터 건설, 가전 등을 연계한 통합적이고 커다란 그림이 그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2004년 홈네트워킹 사업의 분수령

홈네트워킹이란 가정내 통신과 가전제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서비스망을 뜻한다. 홈네트워킹이 구현되면 상호접속된 컴퓨터를 이용해 파일, 프로그램, 프린터, 기타 주변장치를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며 인터넷접속, 경비시스템, 주방 가전과 일반 가전기기 등을 제어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즉 홈오토메이션, 원격제어 기능을 포함해 인터넷 냉장고, 인터넷 세탁기, 인터넷 정보가전, 보안 등 시장성이 무궁하다.

그러나 그간 국내 홈네트워킹 사업은 홈오토메이션 중심으로 이뤄졌다. 홈오토메이션은 지난 80년대 초 개념이 도입된 가정, 가사 생활의 자동화를 의미한다. 홈쇼핑, 홈뱅킹 이외에 방범 방재 등의 가정보안, 전기·가스조절, 계량기 자동계측 등의 제어, 급탕관리, 냉난방 등의 에너지 시스템을 포함한 가정내 간단한 기기들의 자동화를 뜻했다. 홈오토메이션은 느린 속도와 높은 비용, 아날로그 통신망 이용 등으로 서비스가 제한적이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하지만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홈오토메이션과 관련된 제어네트워크 뿐 아니라 기기간 데이터와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포함해 디지털 기술발전, 인터넷 확산 등에 힘입은 홈네트워크가 등장했다. 가전과 네트워크 장비, 통신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가정의 네트워크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통신, 정보기기,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들이 융합돼 있으므로 홈네트워킹 관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성에 주목한 정통부는 지난해 초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취임 후 대통령 연례보고에서 9대 신성장동력을 설정, 국민 일인당 소득 2만달러 달성의 원동력이 될 IT분야 중의 하나로 디지털 홈 사업을 통해 홈네트워킹 사업을 활성화시킬 것을 선언했다. 이런 정통부의 의지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 홈네트워크 협회가 발족되고 한국전산원이 주관해 홈네트워크 1단계 서비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지난해 연말 선정된 컨소시엄은 KT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국내외 가전, 방송, 건설 분야를 대표하는 총 83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처럼 컨소시엄을 통한 시범사업 시행으로 홈네트워킹은 그간 홈오토메이션, 홈시큐리티 등 각 분야별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홈네트워킹에 구심점을 마련, 통신사업자부터 가전, 건설,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등 각 관련업체들의 통합적인 참여로 국내 홈네트워킹 사업모델 형성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2004년은 홈네트워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며 “컨소시엄의 시범 사업 결과에 따라 홈네트워크의 수익모델 및 킬러 애플리케이션 발굴 등 향후 국내 홈네트워크 사업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 한해는 국내 홈네트워크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홈네트워크 관련 세계 시장 성장 전망 (단위: 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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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통부>

정부 주도, 차분히 그리고 천천히

정통부는 오는 2007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입, 1천만 가구에 홈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오는 2007년까지 총 365억원(정부 125억원, 민간 24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홈 네트워크 시범가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홈 네트워크 서비스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단계로는 내년까지 기존기술 및 신기술을 적용하여 홈 네트워크 붐을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2단계로 2007년까지 광대역통합망(BcN), IPv6 및 유비쿼터스 기반의 고도화된 서비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홈 네트워크 산업은 오는 2010년 세계시장이 1천620억달러, 국내시장은 235억달러의 초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국내 초고속인프라 기반하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게 되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정통부는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주도의 홈네트워크 사업 활성화에 대해 그간 더딘 성장을 보이던 국내 홈네트워크 사업에 불을 지펴준 것에는 환영하지만 컨소시엄 선정과 시행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관련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의 전문가는 “가정의 홈네트워킹은 네트워크와 통신, 가전, 건설을 통합하는 IT업계의 최종단계이므로 분명 가야할 방향이지만 지난해부터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IT업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밀려 자칫 일을 그르칠까 두렵다. 홈네트워크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만들어놓고 본다는 식으로 갈 수도 있어 관련 업체들의 신중한 접근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관계자들은 “정부나 연구기관이나 협회나 모두 홈네트워킹의 장밋빛 전망만을 제시하고 있다. 시범사업만으로 돈이 되는 것이 아니니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확실히 수익모델을 제시, 관련업계의 살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전문가들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국내 IT산업, 초고속인터넷의 돌파구로 홈네트워크를 제시, 철저한 계획 수립과 전략 없이 일단 개시하고 본다는 식의 사업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관련전문가들은 엠블럼 인증제도의 예를 들며 “건설사들에게 엠블럼은 권고사항이었지 강제사항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경쟁으로 인해 조기 정착, 특등급 신설까지 발전된 예를 비춰보면 홈네트워킹의 전반적인 사업형성에 있어 정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시행하기보다 틀과 법규, 제도를 정비해주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며 “특히 정보화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높은 분양가, 고급신규아파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정 등에서 모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 가격대의 홈네트워크 제품을 개발하는 배려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업자·건설사·가전업체, ‘팔 걷고 나서’

무한 수요가 예상되는 홈네트워크 사업을 위해 정부와 ETRI, 전산원 등 단체를 비롯한 통신사업자 및 건설, 가전,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먼저 KT의 동향을 살펴보면 KT가 추진중인 홈네트워킹 사업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연계, PC·노트북·PDA 등 댁내 정보단말과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정보가전기기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문형비디오(VOD), 홈오토메이션, 홈게이트웨이 개발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통합·제공할 예정이다.

또 다른 컨소시엄의 주축인 SK텔레콤은 자사의 특징을 살려 모바일 홈네트워크(MHN) 구축을 목표로 무선터미널을 통한 가정 자동화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특화시킬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을 묶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고부가가치 수익모델 발견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SK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하나로통신은 오는 2010년까지 홈네트워크를 위한 장기적인 사업전략을 준비하고 있으며 1단계로 정부의 시범사업과 연계한 디지털 홈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 통합게이트웨이를 개발, 통합게이트웨이와 초고속인터넷 및 부가서비스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 가전업계의 대부인 삼성전자는 오는 2005년 입주예정인 경기도 화성 태안지역을 비롯해 의정부 호원동, 대전 교촌동 등 3개 지역 아파트 2천300여세대에 첨단 홈네트워크 솔루션 ‘홈비타’를 구축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안에 단기적으로 홈 컨트롤 시큐리티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2006년까지 중기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중심의 포털 미디어 서비스 솔루션으로 확대, 오는 2008년까지 건강 및 친환경 서비스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홈네트워크를 소재로 한 아파트 TV 광고를 본격 게재, 사용자들에게 홈네트워크가 생활로 다가왔음을 인지시키고 있는 LG전자는 “홈테스킹 솔루션(Home Tasking Solution) 중심의 다양한 ‘홈넷’ 제품들과 프리미엄 빌트인 제품에 대한 풀 라인을 구축,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주택공사는 올 상반기중 분양할 인천 논현2지구 등 공공분양 아파트 총 6천150가구에 첨단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주공이 구축할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온도와 조명을 조절하는 홈컨트롤 시스템과 방범을 책임지는 홈시큐리티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에서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가스밸브 개폐확인 및 차단, 난방온도 조절 등을 할 수 있다. 주공은 앞으로 영상전화, 영상회의 등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홈네트워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그림1> 정부의 디지털홈 중장기 추진계획

가전·통신·건설 등, 업계 공조 절실

홈네트워크는 그간 신축, 고급아파트를 중심으로 홈오토메이션 업체들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정부의 주도 아래 홈네트워크 사업은 본격적인 전환기를 맡게 됐다. 올해 홈네트워킹은 시범단지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내며 가정고객들의 실질적인 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산적한 문제는 많다. 우선 표준화의 부제다. 지난해에도 표준화 정립을 위한 단체들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아직 홈네트워킹의 표준화는 각 산업계의 이익에 밀려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각종 홈네트워킹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기에 앞서 우선 표준화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익모델과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홈네트워크가 돈이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정확히 어떤 제품을 통해 어떤 서비스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따라서 통신사업자와 가전, 네트워크, 건설 등의 업계간 공조를 통한 정확한 실체를 잡아내야 할 것이다.

그보다 앞서 고려되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용자들의 요구파악이다. 홈네트워크 사업은 기업용 네트워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용 네트워크는 사업자, 업계의 주도에 끌려들어올 수 있지만 가정 사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가정내에서 절실히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업화가 필요하다.

일례로 홈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가전업체는 재고수요를 파악하고 자동주문하는 인터넷 냉장고를 개발, 공급한다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냉장고에 넣을 음식물마다 모두 바코드를 부착해야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편할수도 있다. 따라서 업체들의 이익에 맞춰 온갖 기능을 넣은 단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보다, 사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요구 파악이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홈네트워크가 확실히 IT 시장의 주도적인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제 홈네트워킹은 부상할 수밖에 없는 때를 만난 것이다. 한 업계의 전문가는 “홈네트워크가 그간 IT산업의 핵으로 부상할 수 없었던 것은 지속적인 서비스를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 사업자의 관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고급아파트에 들어가고 분양가를 높이는 단순한 역할만이 아니라 통신사업자와 가전, 건설, 콘텐츠 제공업체 등이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연속성이 부족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9대 신성장동력 프로젝트 때문이든 진정한 시장과 사용자의 필요성 때문이든 홈네트워킹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홈네트워킹은 IT산업의 핵으로 향후 시장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핵심동력이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가전업계, 통신사업자를 포함한 네트워크 업계, 건설업계가 각기 접점에서 만나게 된 것이 홈네트워킹이다. 홈네트워킹은 최후의 수요처이자 최대의 수요처인 가정의 정보통신환경을 주도하며 영화에서 보던 누구나 꿈꾸는 디지털 라이프를 실현시킬 전망이다.

홈네트워킹 시장은 정보가전, 네트워킹, 컴퓨터, 유·무선통신사업자 등 많은 업계의 이익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에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따라서 각 업계의 이해득실과 관련기술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런 복잡한 관련 기술과 업체들간의 이해득실을 떠나 소비자의 편의와 진정한 소비자의 요구를 우선으로 홈네트워크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구현에 들어갈 홈네트워크 사업이 성공, 국내 IT업계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련 업체들의 상호공조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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