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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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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20개 분야 2003년 평가와 2004년 전망
[IT 20개 분야 2003년 평가와 2004년 전망] (15) 서버

국내 서버 시장, 변화 폭 적지만 세대 교체 예고
유닉스·윈도, 기술력 앞세워 시장 기회 창출 … 업체간 선두 경쟁 치열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은 다양한 이슈들이 끊이지 않고 쏟아져 잔뜩 기대를 부풀렸지만, 기대만큼 외적 성장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북한 핵 문제, SK글로벌 회계 부정 사건, 카드 연체에 따른 신용 불량자 증가, 세계 경제의 소비 감소, 기업들의 투자 연기 등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오히려 상반기에는 매출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전체 성적으로 보면 전년대비 소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차세대 컴퓨팅 전략의 출발 ‘블레이드 서버’ 실적 저조

한국썬, 한국HP, 한국IBM 3사가 연초에 내놓은 차세대 컴퓨팅 전략은 지난해 내내 국내 서버 시장의 화두로 회자됐다. ‘N1(썬)’,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HP)’, ‘e비즈니스 온 디맨드(IBM)’는 향후 IT 인프라의 진화 방향에 대한 3사의 핵심 전략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이들은 IT 환경은 더욱 더 복잡해지는 반면, 실질적인 하드웨어 가동률은 5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주목한다. 따라서 복잡성을 줄일 수 있는 일종의 통합 아키텍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IT 투자의 효율성 극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와 IT 환경이 보다 유연하게 접목되어야 한다는 데에도 3사 모두 의견이 같다. 이로 인해 3사의 차세대 컴퓨팅 전략은 모두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의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을 내포하고 있으며, 멀티 벤더 솔루션과의 긴밀한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3사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이와 같은 전략이 녹아 있는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지만,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뛰어난 공간 활용성, 관리/운영의 효율성, 신속한 적용성을 발휘하는 고집적, 초박형 서버인 ‘블레이드 서버’의 부진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블레이드 서버는 국내 서버 시장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급성장이 예견됐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서버 업체들의 초반 공세도 대단했다. 앞다퉈 세미나가 진행되고, 신제품이 출시됐으며, 그 결과 고집적 데이터 센터를 중심으로 서서히 수요가 시작됐다. 하지만 1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들은 블레이드 서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인지도 또한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윈텔 진영 64비트 컴퓨팅 시대 ‘개막’

차세대 컴퓨팅 전략과 함께 지난해 상반기 국내 서버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이슈는 윈도 서버 2003, 옵테론 프로세서, 3세대 아이테니엄 2 프로세서(코드명 메디슨)의 연이은 등장이다.

지난해 5월말 출시된 윈도 서버 2003은 64비트 윈도 플랫폼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윈도 운영체제에서 64비트를 지원함으로써 하드웨어상의 64웨이 서버가 진정한 64비트 서버로 작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윈도 운영체제가 기업 운용에 필수적인 대용량의 데이터베이스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며, 안정성 및 확장성 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윈도 서버 2003이 윈도 서버의 하이엔드 기업용 컴퓨팅 시장 확대의 신호탄이었다면, 지난 4월 출시된 AMD 옵테론 프로세서와 지난 6월 출시된 인텔의 3세대 아이테니엄 2 프로세서는 윈도 서버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할 가속엔진이었다. AMD가 발표한 옵테론은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x86 아키텍처와의 호환이 가능해, 고객들은 64비트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로 결정할 때까지 32비트 소프트웨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윈도 진영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은 인텔이다. 인텔이 발표한 아이테니엄 2 프로세서를 탑재한 기반 시스템은 기존 RISC 플랫폼 대비 약 48%의 비용대비 성능을 자랑하며, 기술적 컴퓨팅 작업, 보안 트랜잭션 등에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기존 제품(코드명 맥킨리)보다 30∼50%의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향후 출시 계획인 2개의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코드명 메디슨 9M와 몬테치토)와도 호환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지난해에는 아이테니엄 2 프로세서 기반의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모델 출시가 2배에 달했다. HP, 델, IBM 등은 2웨이, 4웨이 시스템을 위해 40여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였으며, 8개 이상의 프로세서를 장착한 대형 시스템도 10개 이상 출시됐다. 그 중 HP는 가장 먼저 윈도 서버 2003 엔터프라이즈 및 데이터센터 에디션은 물론, HP-UX 11i v2와 리눅스를 지원하는 1.5GHz 아이테니엄 2 기반 ‘인테그리티 수퍼돔’ 서버를 발표했다.

리눅스, 하이엔드 시장 진입 위한 발판 마련

지난해 하반기 국내 서버 시장의 주인공은 리눅스였다. 그 동안 리눅스는 1웨이, 2웨이급의 로엔드 서버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을 뿐,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부적절한 운영체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SK C&C가 SAP ERP 등이 포함된 대규모 사내 통합경영정보시스템을 메인프레임-리눅스를 기반으로 구축한 데 이어, 대학입시접수 전문기업인 소프트뱅크유웨이도 기존 HP, 썬 유닉스 서버 상에서 운영되던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웹 서버 45대를 IBM 메인프레임 e서버 z990 서버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 2가지 사례가 어플라이언스 서버 위주로 활용되던 리눅스를 엔터프라이즈 서버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면, 한국오라클이 펼쳤던 ‘난공불락(Unbreakable) 리눅스’ 전략은 리눅스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 한국오라클은 ‘난공불락 리눅스’ 개념을 내세워 자사의 난공불락 제품군을 통한 리눅스 지원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이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리눅스로 전환하는 추세에 따라 운영체제의 신뢰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현재 오라클은 윈도 운영체제와 SQL 서버 사용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안정성이 극대화된 오라클-리눅스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위한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국내 서버 시장 1위 경쟁 ‘엎치락뒤치락’

차세대 컴퓨팅 전략 발표, 윈텔 진영의 신제품 출시, 리눅스의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 진입과 같은 이슈가 지난 한 해 국내 서버 시장을 관통하는 사건임에 틀림없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슈는 아니다. 지난해 가장 흥미진진했던 국내 서버 시장의 이슈는 바로 업체간 치열한 선두 경쟁이다.

그 동안 국내 유닉스 시장은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 시장에서는 한국HP가, 로우엔드 시장에서는 한국썬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한국IBM이 한국HP를 바짝 뒤쫓고 있기는 했지만 선두가 뒤바뀔 정도는 아니었고, 로우엔드 시장에서 한국HP, 한국IBM, 델코리아가 선전하고는 있었지만 한국썬이 위협을 느낄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선두간 격차가 크게 좁혀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한 업체는 한국IBM. 이 회사는 지난해 2/4분기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처음으로 한국HP를 앞지른 데 이어,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IDC AP가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국내 유닉스 서버 실적에서도 총 매출액 기준 35.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1위에 등극했다. 특히 한국IBM은 PC 서버까지 포함한 국내 전체 서버 시장에서도 39.4%의 점유율로 2위인 한국HP와 8%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한국HP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로우엔드 시장의 다크호스는 델코리아다. 2002년까지만 해도 거의 영향력이 없던 이 회사는 지난해 SMB 시장에서의 영업 호조를 토대로 지난해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3위(2003 IDC Q3 데이터 기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수치는 델코리아의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한 것으로써, 향후 행보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델코리아는 국내 스케일 아웃 인프라 시장에서 보여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올해에도 SMB 시장에서의 역량을 더욱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처럼 한국IBM과 델코리아가 지난해 기대이상으로 선전한 게 사실이지만, 지난해 전체 순위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여전히 한국HP는 국내 하이엔드, 미드레인지 유닉스 시장 1위를 장악하고 있고, 한국썬도 로우엔드 시장에서 선두를 놓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이들은 올해 신제품 출시와 함께 2위와의 격차를 더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올해에도 국내 서버 시장은 선두 쟁탈을 위한 업체간 경쟁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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