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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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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20개 분야 2003년 평가와 2004년 전망
[IT 20개 분야 2003년 평가와 2004년 전망] (12) VPN

TCO 절감의 대명사 ‘VPN’, “성장은 있어도 후퇴는 없다”
민수·제 2금융권 도입 늘어 소폭 성장 … SSL VPN·무선 VPN 등 신개념 확산

ADSL, 케이블모뎀, 로컬 전용선과 같이 ISP로의 짧은 연결만으로도 장거리 전용선과 동일한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면 굳이 값비싼 장거리 전용선을 구입할 고객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가상사설망(VPN) 솔루션은 이러한 이점을 앞세워 경기불황이라는 악재를 호재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올해에도 여전히 IT 업계의 효자 품목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을 전망이다.

대형 프로젝트보다 단타성 프로젝트 급증

아직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지 않아 국내 VPN 시장의 전체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진행된 프로젝트 규모로만 추산한다면 시장 규모는 2002년보다 소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민수 시장은 대형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다. 있어봐야 몇 억 규모가 전부였는데, 지난해에는 몇 십억원을 호가하는 민수 프로젝트(단발적인 구축이 아닌 3∼4년의 기간을 요구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등장해 국내 VPN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본사와 36개 사업장에 VPN/방화벽 통합 솔루션을 설치한 삼양사를 비롯해, 동국제강, 에스원, 한솔교육, 동부제강, 대성산소, 씨앤앰커뮤니케이션, 한진중공업, 앨트웰, 롯데리아, 남양유업, 보령제약, 건설공제조합, 조선호텔 등이 지난해 새롭게 VPN망을 구축했다.

민수 시장과 함께 제 2, 3 금융권의 적극적인 VPN 도입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비록 몇 만대는 아닐지라도 1천대 이상의 VPN 장비를 구매하면서 제 1금융권에 편향적인 국내 VPN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무려 140여개에 달하는 지점과 본사를 연결하는 VPN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동양생명 외에 금호생명, 교보생명 등이 지난해 VPN망을 구축함으로써 현재 국내 보험사 가운데 VPN망을 사용중인 곳은 무려 23개에 달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지난해 역시 최대 수요처는 제 1금융권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기업은행의 VPN망 프로젝트는 무려 15억원 규모에 달해 웬만한 프로젝트 서넛을 더한 것보다 컸으며, 지역 농협의 본소, 지소 등 모두 660여개 사무소를 대상으로 하는 제 4차 농협 VPN 구축 프로젝트는 하반기에 진행된 VPN망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신한금융지주회사도 신한은행, 조흥은행, 제주은행,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신용정보 등 각 그룹사의 업무 애플리케이션 데이터의 대형화 및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증가 등 네트워크의 운영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회선부하의 최소화 및 보안성 향상을 통한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본격적으로 VPN 시스템 도입했다.

퓨쳐시스템·어울림, 희비 엇갈려

지난해 국내 VPN 시장에서의 변화라면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양사는 공공 시장과 금융권에서 강력한 라이벌을 형성하며 국내 VPN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어울림정보기술의 VPN 매출이 급감하면서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업계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VPN 시장은 퓨쳐시스템이 40% 가량의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어울림이 20% 수준까지 급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퓨쳐시스템이 금융기관,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한 반면, 어울림정보기술은 금융기관은 물론, 공공기관 시장에서도 2002년만큼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어울림정보기술은 지난해 진행된 대형 VPN 프로젝트 가운데 신한금융지주회사의 VPN 프로젝트 수주 외에는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퓨쳐시스템에 밀려 VPN 사업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해에는 100만원 미만의 로우엔드 VPN 시장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국산 VPN 벤더들이 장악하던 이 시장에 외산 벤더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가격을 앞세운 힘싸움이 진행된 것이다. 그 결과 상당수의 국산 VPN 벤더들이 사실상 모습을 감췄으며, 이 시장은 고스란히 외산 벤더들에게 접수됐다.

현재 국내 로우엔드 VPN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벤더는 하이엔드 VPN 시장의 강자인 넷스크린코리아다. 넷스크린은 공공기관에 이어 금융기관들까지 K4 인증을 받은 국산 VPN 장비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자, 지난해부터 민수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민수 시장의 경우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 데다가, 워낙 의사 결정 기간이 오래 걸려 단기적인 매출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넷스크린은 폭넓은 제품 라인업과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앞세워 로우엔드 VPN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올해까지 넷스크린의 강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바로 퓨쳐시스템이 이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큐웨이게이트 100’이 최하위종이었던 퓨쳐시스템은 새롭게 개발한 시스템 온 칩(SOC)이 탑재된 100만원 이하의 VPN 장비를 내세워 하이엔드부터 로우엔드 시장까지 모두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SSL VPN 열기 확산

SSL VPN, VoIP VPN, 무선 VPN 솔루션과 같이 VPN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는 점도 지난해 국내 VPN 시장의 특징이다. 이 가운데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가상사설망(VPN)에 접속할 수 있는 SSL(Secure Sockets Layer) VPN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보안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신생 업체들이 대부분인 이 시장에 대형 네트워크 보안 업체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업계는 물론 고객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집중되고 있는 것.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SSL VPN 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노텔네트웍스, 어레이네트웍스, 체크포인트 3사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시장 상황에 변화가 감지됐다. 방화벽/VPN 시장에서 급성장중인 노키아가 SSL 기술을 이용한 원격 접근 솔루션 ‘노키아 시큐어 액세스 시스템’ 출시와 함께 시장에 첫 진입했으며, 로드밸런싱 솔루션 전문업체인 F5네트웍스도 SSL VPN 업체인 유로암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그 후 3개월만에 또 다시 SSL VPN 시장에 빅딜이 성사됐다. 넷스크린이 SSL VPN 시장의 강자인 네오테리스를 인수한 데 이어, 전 세계 인터넷 보안 선두 업체인 시만텍도 SSL VPN 전문 업체인 세이프웹(SafeWeb)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이미 국내 지사를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국내에 진입한 SSL VPN 업체는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해외 업체들의 국내 SSL VPN 시장 신규 진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전 세계 SSL VPN 시장의 맏형 격인 미국 아벤테일(AVENTAIL)과 유럽에서는 SSL 가속기 업체로 더 많이 알려진 아일랜드 AEP시스템즈(AEP Systems)가 지난해 말 국내 업체들과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체결하고 새롭게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넷스케일러와 아스펠리마저도 국내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라면 올 상반기 경에는 전 세계의 웬만한 SSL VPN 장비는 모두 국내에서 곧바로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아직까지 전문가들은 물론, 고객들까지도 반기는 상태다. 단순히 제조 업체가 늘어나는 것이라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다만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이들은 SSL VPN이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 받은 기술이 아니고, 시장성조차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잉 투자되는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 무리수를 둔다면 아무리 건실한 업체라 할 지라도 자칫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속도·신기술 경쟁으로 성능 업그레이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VPN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가진 보안 전문가는 거의 없다. 현재 국내 기업들에게 TCO 절감은 IT 투자의 첫 번째 고려 대상이고, VPN은 TCO 절감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얼어 있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변수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이야 VPN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어느 정도의 파이는 보장돼 있지만, 민수 시장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처럼 큰 기업들이 앞장서서 전국에 퍼져있는 대리점들을 VPN망으로 연결한다면 그야말로 월척일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제서야 VPN망 도입을 검토중이고, 그마저도 아직 확정된 사항도 아니다. 하물며 중소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매출 확대를 위해 제품 라인업을 더욱 확장하는 한편, 기존 제품의 기술 업그레이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퓨쳐시스템, 어울림정보기술, 시큐아이닷컴 등 국산 VPN 장비 업체들은 주로 속도 개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며, 넷스크린, 워치가드, 시만텍 등 주요 외산 VPN 장비 업체들은 SSL VPN, 무선 VPN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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