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컴퓨팅 시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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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컴퓨팅 시대가 시작된다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3.11.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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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프레임에서 시작된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이 고성능 유닉스 서버, 블레이드 서버, 스토리지를 거쳐 전사적인 컴퓨팅 환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제 컴퓨팅 서비스도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것처럼, 전원 스위치를 켜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유틸리티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는 완성 단계가 아니다. 현재는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과 파티셔닝 기술 등을 적용해 시스템을 통합하고, 네트워크 및 시스템 관리용 툴을 사용해 서비스의 품질에 중점을 두고 운영/관리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유틸리티 컴퓨팅으로의 진화는 필연적이고, 향후 2010년에는 유틸리티 컴퓨팅도 정책 기반 컴퓨팅 서비스 단계로 진화해 갈 것이라는 점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IT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행동 양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로 그 동안 경쟁적으로 IT 설비 투자에 힘을 쏟던 기업들이 점차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가급적 IT 설비를 도입했지만 점차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IT 투자가 정말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가’에 대한 고민이 크게 작용했다. 모든 IT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며, 동일한 투자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투자회수(ROI)를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IT 투자 안의 평가(IT Investment Justification) 지표로서 총소유비용(TCO), RO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그 결과 최대 성능보다는 가격대비 성능이 IT 설비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정착됐다.

두 번째는 과잉 설비 투자에 대한 반성이다. 90년대 중반 설치된 대용량 장비의 실제 사용량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IT 설비를 유지 관리하는데 투자되는 비용도 그만큼 늘어났다. 반면 기업들로서는 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성을 최대한 증가시켜야만 했다. 기업들은 큰 폭으로 삭감된 IT 예산으로 보다 고성능의 서버와 대용량의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TCO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버 통합(Server Consolidation), 주문형 용량(Capacity On Demand) 계약, 종량제 개념 등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됐다. 나아가 호스팅 서비스, 아웃소싱 등을 통해 데이터 센터를 가상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대가 되는 모델은 이와 같은 노력들을 모두 아우르는 ‘유틸리티 컴퓨팅(Utility Computing)’이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필연적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가트너 그룹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환경이 현재의 선택적 가상화 및 IT 통합 단계에서 유틸리티 컴퓨팅 단계를 거쳐 2010년에는 정책 기반 컴퓨팅 서비스(Policy-based Computing Service) 단계로 진화해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진화는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발전 과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과 변경요구에 대한 민첩성(agility)은 높이면서 IT 비용은 줄일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IS(Information System) 조직이나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은 위험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쉽게 말해 경쟁은 심해지는데 경쟁자들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현재의 선택적 가상화 및 IT 통합 단계는 스토리지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과 파티셔닝(Partitioning) 기술 등을 적용해 시스템을 통합하고, 네트워크 및 시스템 관리용 툴을 사용해 서비스의 품질에 중점을 두고 운영/관리하는 수준이다. 2003년 10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선두그룹 기업들이 이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가트너 그룹, IDC를 포함한 주요 시장조사 전문업체들과 HP, IBM, 썬, CA 등 주요 IT 벤더들은 선택적 가상화 및 IT 통합의 다음 단계는 유틸리티 컴퓨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수도나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컴퓨팅을 공급하는 핵심 기술이자, 프로세스이며, 또 비즈니스 전략을 말한다. 수돗물이나 전기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고, 사용한 만큼만 값을 치르는 것처럼 IS 부서나 외부의 IT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데이터 센터를 운영해 IT 기능(Function)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사용자는 사용한 IT 서비스의 양만큼 비용을 치르는 식이다.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같은 인프라의 소유나 운영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IT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서비스 중심 컴퓨팅(Service-centric Compu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유틸리티 컴퓨팅의 필연적 도래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과 비교하면 현재의 컴퓨팅 모델은 자가발전(自家發電) 모델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등의 IT 장비를 구입하고, 운영할 인력을 고용해서 그 기업 내부에만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기를 쓰기 위해 발전기를 구입하고, 운영할 사람을 고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한 전기를 그 기업에서만 사용하고 남는 것은 버리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우리가 전기를 자가발전하지 않고 한전에서 사서 쓰는 것처럼 현재의 자가발전 모델은 올해나 내년을 기점으로,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로 발전해 갈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는 한전에 해당하는 회사가 없어 모든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나 핵심 경쟁력에 상관없이 자가발전(즉, 독자적인 IS 부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호스팅 서비스 프로바이더(Hosting Service Provider),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IDC(Internet Data Center)와 같은 컴퓨팅 유틸리티 프로바이더의 초기 형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가발전 모델이 비용을 포함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리하고, 경쟁이 격화되고 비즈니스 사이클이 빨라질수록 민첩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서버/스토리지/애플리케이션 통합이나 통합관리툴 개념의 전사적관리시스템(EMS) 도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전산 시스템 전체를 아웃소싱 모델로 전환하든, 일부만 계약을 체결하든 동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산 시스템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유틸리티 컴퓨팅 지원 기술 ‘급속 발전’

썬, HP, IBM 3사가 초창기에 선보인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전략도 선택적 가상화 및 IT 통합 단계에 해당하는 주문형 용량(COD) 방식에 불과했다. 주로 고성능 유닉스 서버에 한정시켜 CPU, 메모리 등 핵심 컴포넌트까지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방식이었지만, 작금의 유틸리티 컴퓨팅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말 그대로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부분에 한 해서는 책임이 없는 페이 퍼 유즈(Pay per Use) 방식이다. 반면 COD 모델은 한 번 증설하면 그 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지불해야 하는 계단형 지불 방식을 따른다. 이 모델은 정확한 과금이 어려워 더 많은 관리자를 요구할 뿐 아니라, 반드시 서비스(유지 보수, 아웃소싱 등) 모델과 결합했을 때만 순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틸리티 컴퓨팅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3사가 발표한 차세대 컴퓨팅 전략을 살펴보면 이미 유틸리티 컴퓨팅 단계를 넘어 정책 기반 컴퓨팅 서비스 단계로 나아가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3사 모두 이기종 서버는 물론,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어느 부서에서 얼마나 사용되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자산 관리툴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가상화(Virtualization), 프로비져닝(Provisioning), 정책(Policy) 및 자동화(Automation) 등 유틸리티 컴퓨팅 전략을 위한 기반 기술을 제한적으로나마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쓰는 것은 과금하지 않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형태의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에서 안 쓰는 부분은 새로운 것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형태의 유틸리티 데이터센터 개념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업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우 서비스가 하나만 늘어도 서버를 수십대씩 도입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순히 컬러링 서비스가 하나 늘었을 뿐인데도, 서버 숫자는 극도로 증가할 수 있다. 나중에는 더 이상 서비스 숫자를 늘리지 못할 정도로 시스템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센터의 유틸라이제이션을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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