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VDSL 시장은 빛 좋은 개살구인가
상태바
[칼럼] VDSL 시장은 빛 좋은 개살구인가
  • 정용달 NETWORK TIMES 편집장
  • 승인 2003.10.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트워크 칼럼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한 KT의 30만 회선, 규모로는 약 360억원대의 50M급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장비 입찰에서 다산네트웍스, 코어세스, 미리넷, 텔리언(원천 제조업체 기준) 등 4개사가 공급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VDSL 시장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KT의 VDSL 장비 입찰에는 16개사가 참여해 처음부터 최종 업체 결정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선 삼성전자가 참여하면서 기존 전문기업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삼성전자가 비록 최종 입찰에서는 탈락했지만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또 KT가 ‘종합점수평가제’라는 새로운 업체 선정 방식을 도입하면서 선정업체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자사 선정사실을 공시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새로운 입찰제도에 대해 과거보다 더 조건이 악화됐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4개사는 표면상으로 약 60억~100억원대의 대규모 실적을 올렸지만 원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업체간 과다한 출혈경쟁과 KT의 가혹한(?) 가격 인하 요구가 빚어낸 합작품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턱없이 낮은 수준의 가격대가 계속된다면 공급권을 확보한 업체들은 장비 공급량만큼의 손실을 보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 장비업체 사장은 “이번 KT 입찰에서 DMT 방식의 장비 한 대 가격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3만원 정도”라며 “국내 생산으로는 이 가격을 절대로 맞출 수 없어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 시장의 침체기에 매출이라도 올리기 위해서는 수주할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지만, 경영악화를 걱정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VDSL은 이렇지도 저렇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로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주장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업체와 사업자 모두의 변화만이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업체들에 일정부분 수익성을 보전해 줄 수 있는 KT의 구매 형태 변화가 시급하며, 업체들도 제살깎기식의 출혈·저가 정책을 이제는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옥신각신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xDSL 장비 수출은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사업자들도 과다한 경쟁과 수익악화로 위태로워진 관련 업계를 살릴 수 있는 공생의 묘를 살려야 한다. 결국 관련 업체의 경영악화는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한 고객의 요구라는 핑계로 20M급에 이어 50, 70, 100M급으로 끝없는 속도 경쟁을 부추겨 업체들이 혼신을 다해 개발한 장비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보다는 적절한 시장 조절과 이에 맞는 콘텐츠 개발 등으로 서비스 안정화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불어 관련 업체들도 서비스사업자의 저가 입찰만 탓할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지나친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원가절감을 위한 위탁생산이나 공동 마케팅 등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상호 협력 모델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