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버시장③] 리눅스 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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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버시장③] 리눅스 서버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3.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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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눅스 시장이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통신사업자가 리눅스를 요구하는가 하면, 리눅스 기반의 서버 통합 사례도 등장했다. 리눅스가 단지 웹 서버용 OS에 그치던 예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최근 에스씨오가 리눅스 업체를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편집자>

리눅스는 1웨이, 2웨이급의 로엔드 서버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 나라처럼 리눅스 보급이 더딘 국가에서조차 이러한 공식은 통한다. 실제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웹서버는 거의 대부분 리눅스다. 그만큼 리눅스는 개방성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프론트 티어와 미들 티어 서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시장만으로는 성장을 계속할 수가 없다. 윈도처럼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든지, 아니면 아예 프론트 티어부터 미들 티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야만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SK C&C의 사내 통합경영정보시스템 구축과 소프트뱅크유웨이의 서버 통합은 리눅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리눅스 발전 방향 제시한 성공 사례 확보

SK C&C는 지난 6월 SAP ERP 등이 포함된 대규모 사내 통합경영정보시스템을 메인프레임-리눅스를 기반으로 구축했다. SK C&C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구축한 통합경영정보시스템은 지난해 10월부터 회사 중기 전략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서, ERP를 근간으로 프로젝트관리시스템, 구매/자금시스템 등을 망라한 정보시스템이다.

이 같이 기업 내 핵심 기간계 정보시스템을 리눅스를 기반으로 구축한 것은 국내에서는 SK C&C가 처음이다. 따라서 이 사례는 어플라이언스 서버 위주로 활용되던 리눅스를 엔터프라이즈 서버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 C&C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 지난해 스피드메이트닷컴 파일럿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살리는 한편 시스템의 생성과 제거가 용이하고 리눅스의 기능 추가 및 업그레이드에 대한 테스트 수행이 자유로운 버추얼 머신 기술 채택 등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국내에 전혀 유사한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구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말한다.

SK C&C 인프라스트럭처 본부장 이길섭 상무는 “메인프레임과 리눅스의 결합은 안정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로서, 시스템 통합 등에 따른 탁월한 TCO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메인프레임 외에도 유닉스 및 NT를 대상으로 리눅스 기반 통합을 추진하는 등 리눅스 기반의 시스템 인프라 운영 환경 구축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입시접수 전문기업인 소프트뱅크유웨이의 서버 통합 사례도 리눅스 진영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소프트뱅크유웨이는 최근 기존 HP, 썬 유닉스 서버상에서 운영되던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웹 서버 45대를 IBM 메인프레임 e서버 z990 서버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대입원서접수는 물론 대학원, 자격증, IT인증 사업, 기업 입사원서 접수 등 인터넷을 통해 일어나는 각종 원서 접수 업무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프트뱅크유웨이는 IBM z/VM 및 z시리즈용 리눅스 등을 이용한 IBM 리눅스 가상화 기술을 적용시키는 등 IBM 메인프레임의 최신 기술이 모두 활용된다. 따라서 이번 소프트뱅크유웨이의 시스템이 구축되면 안정성이 요구되는 대학 입시 관련 업무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오라클 지원으로 리눅스 대중화 ‘탄력’

이 2가지 사례가 리눅스의 국내 시장 정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 한국오라클이 펼치고 있는 ‘난공불락(Unbreakable) 리눅스’ 전략은 리눅스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오라클은 현재 ‘난공불락 리눅스’ 개념을 내세워 자사의 난공불락 제품군을 통한 리눅스 지원 및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다. 최근 기업이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리눅스로 전환하는 추세에 따라 운영체제의 신뢰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 이에 따라 한국오라클은 오라클9i 데이터베이스와 리눅스의 협업을 통해 최적의 해결 방안을 제시해 리눅스 시장에서 오라클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리눅스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레드햇과 유나이티드 리눅스(United Linux)를 공동 지원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동시에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리눅스 플랫폼에 최적화되도록 인증하며, 리눅스 상에서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Oracle E-Business Suite)를 통한 ERP, CRM, SCM 등 다양한 솔루션의 구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오라클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윈도 고객의 윈백 레퍼런스 확보다. 현재 오라클은 윈도 운영체제와 SQL 서버 사용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안정성이 극대화된 오라클-리눅스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위한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에스씨오, “리눅스가 유닉스 소스코드 불법 도용했다”

이처럼 시장이 비교적 리눅스에 협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스씨오 그룹이 리눅스 업체를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공언한 사건은 자칫 리눅스의 존립 여부까지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에스씨오가 자사의 유닉스 소프트웨어 코드를 리눅스 업체들이 불법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며, 리눅스 업체 및 사용자에게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음모설을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셈이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얘기는 ‘매각을 위한 기업 가치 제고 작전’이라는 지적이다. 에스씨오가 리눅스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거나 타 기업들에게 사용 대가를 지불하라는 이의를 제기할 경우 에스씨오 투자자들에게는 이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IBM을 상대로 수십억달러짜리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배후설’도 자주 언급되는 대목이다. 그 동안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던 리눅스를 제거시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배후에서 에스씨오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에스씨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나,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기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씨오 사건으로 H/W 벤더 이탈 우려

에스씨오 사건이 국내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리눅스 시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리눅스 벤더들이 ISV처럼 활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리눅스의 부흥을 책임질 업체들은 IBM, HP, 썬과 같은 하드웨어 벤더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들의 리눅스 투자가 감소된다면 결국 리눅스 전체 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리눅스가 최근 하이엔드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드웨어 벤더들의 힘이 컸다. 윈도가 그래왔듯이 하드웨어 디펜던시가 약한 리눅스 제품들은 상당히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그 때마다 안정성에 큰 타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인증된 하드웨어에서만 구동되는 리눅스의 경우 장애 발생이 거의 없을 뿐더러, 서비스에 대한 책임 소재까지 확실하다. 가장 많이 지적되던 신뢰성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리눅스의 발전은 개방성과 가격적인 이점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딩 벤더, 특히 하드웨어 벤더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들의 참여로 투자가 늘어 제품 가격이 오른다 할 지라도 리눅스의 성장은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에스씨오 문제는 리눅스의 성장의 가장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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