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재미에 날새는 것도 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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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재미에 날새는 것도 잊었어요”
  • 승인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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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종이판을 놓고 카드와 주사위를 이용해 즐기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단순히 던진 주사위 숫자만큼 이동해서 골인하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책략까지 동원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하우리의 정니은 씨 역시 보드게임 덕분에 금요일 저녁은 언제나 바쁘다. <권혁범 기자>

하우리 전략기획부 전략기획팀의 정니은 씨는 매주 금요일마다 선약이 있다. 무슨 심야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무려 8시간 이상 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약속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보통 토요일 새벽 3시가 넘으니까, 날을 꼬박 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항상 아쉽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리고 얼마나 재미있길래 매주 금요일마다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보드 게임’이다. 현재 대학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 게임을 위해 그녀는 금요일 저녁 시간을 모두 투자하는 셈이다. 이쯤이면 ‘아니 주사위 던져서 카드 한 장 받는 이런 게임이 뭐가 재미있다고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그저 ‘블루마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블루마블’ 역시 보드게임이기는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보드게임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세틀러스 오브 카탄(Settlers of Catan)’에 비하면 유치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니은 씨는 “보드게임은 처음 배우는 데에만도 1시간 가까이 소요될 정도여서, 쉽지만은

않아요. 특히 게임이 시작되면 더욱 심하죠. 전략을 짜고, 상대방을 견제하며,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포커 페이스까지 지어야만 승리할 수 있거든요. 블루마블을 보드게임의 전부인양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죠”라고 말했다.

정니은 씨가 보드게임에 빠지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4월초에 처음 시작했으니까 이제 5개월째인 셈이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결코 초보 수준이 아니다. 세틀러스 오브 카탄을 비롯해 스톤 에이지 오브 카탄(Stone age of Catan), 보난자(Bonanza), 시타델(Citadel), 트랜스아메리카(TransAmerica), 블러프(Bluff), 메트로(Metro), 할리 갈리(Halli Galli), 타지마할(Taj Mahal) 등 할 줄 아는 게임만도 12종류에 달하고, 승률도 결코 낮지 않은 편이다.

일이든, 취미든 목표는 ‘최고’

이처럼 배운 지 4개월만에 실력이 크게 늘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강한 승부욕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이든 한 번 재미를 붙이면 끝까지 몰고 나가는 성격인 그녀는 회사 업무나 일상 생활에서도 집요한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제품 기획에 반영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시키면, 아예 보고서 하나를 만들어올 정도이며, 회사가 끝나면 시간을 쪼개서 영어 학원도 다니고, 헬스 클럽도 다니고, 그리고 심지어는 볼링동호회 활동까지 한다고 한다.

정니은 씨는 “처음 배울 때에는 표정관리를 하지 못해서 게임에서 지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이겨보겠다는 오기가 생기면서 하나 하나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보드게임 멤버 모두가 승부욕이 강해, 한 게임을 해도 정말 즐거워요. 주말이 기다려진다는 말,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아지트는 노량진이다. 회사가 노량진과 대방역 사이에 위치해 있고, 그녀의 보드게임 멤버 역시 회사 직원들이다 보니 멀리 가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 노량진에 위치한 보드게임방을 방문한다면, 주먹을 불끈 쥐고 주문을 외우는 듯한 표정으로 주사위를 던지는 정니은 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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