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반 공격①] 진실이 신발 신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바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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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반 공격①] 진실이 신발 신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바퀴 돈다
  • 김선애 기자
  • 승인 2023.05.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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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반 공격자, 조작된 여론 만들어 상대국과 동맹국 분열 일으켜
가짜뉴스로 주가 폭락·폭등시켜 금전 이익 편취

[데이터넷] 세계 정세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동맹 여부와 상관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첩보전을 벌이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모든 국가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또한 첨단기술을 노리는 사이버 스파이, 중요 인프라를 노리는 APT 공격까지 다양한 공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심각한 안보위기로 다가온 ‘사이버전’에 맞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

마크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바퀴 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IT 연구에 따르면 거짓은 진실보다 리트윗 될 가능성이 70% 더 높으며, 6배 더 빠르게 첫 1500명에게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 뉴스는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 2020년 ‘김정은 사망’ 오보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혼란을 겪었다. 이 뉴스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후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의 유력 매체들이 속보경쟁을 벌였으며, 확인하지 못한 루머까지 더해 그럴듯한 소설을 지어냈다.

거짓 뉴스로 여론 호도하는 국가기반 공격자

거짓 뉴스가 연일 인터넷과 방송에 도배되면서 사람들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언론 신뢰도는 매우 낮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조사에서 신뢰도 30%로, 전 세계 46개국 중 40위를 차지해 불신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는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나중에 오보로 밝혀진다 해도, 사람들은 첫번째 보도만을 ‘이미지’로 기억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어떤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를 발표할 때, 언론에서 실수 혹은 고의로 긍정과 부정의 색깔과 수치를 바꿔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그래프의 모양과 색깔만 기억하지, 실제 내용은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여론이 고착되게 된다.

가짜뉴스에 쉽게 속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국가기반 공격자나 핵티비스트, 특정 정치 집단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 금전 목적의 해커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치집단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시키면서 여론을 악화시키거나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맨디언트가 조사한 친중국 성향 해킹그룹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는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인 것처럼 꾸민 비디오를 유포하면서 미국인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정보작전(IO)을 펼쳤다. 이 영상에서는 미국 국회의원의 생산성과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제정된 법률이 유용하지 않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통계를 인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유럽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퍼지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코로나 백신이 전 세계를 전체주의로 통합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강제로 백신을 맞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악성코드보다 여론조작이 더 위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국으로 피난을 갔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싸우지도 않고 항복했다‘는 등의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전쟁 상황을 중계하는 틱톡 영상도 엄청난 조회수를 올렸다. 거의 대부분의 뉴스는 거짓이었으며,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은 그래픽이거나 영화의 한 장면, 게임상의 장면이었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유는 적국의 여론을 혼란하게 만들어 전투 의지를 꺾게 하기 위한 것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쳐 자신에게 호의적인 정당이 집권하게 만들거나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으로부터 더 강력한 지지를 받기 위해 저지른다.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외교·교역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조작된 소문을 이용하기도 한다.

금전목적의 공격자들은 특정 기업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뉴스를 제작하거나 댓글공작을 펼쳐 주가를 폭락 혹은 폭등시킨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 랜섬웨어 공격을 한 후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려 주가가 폭락하게 만든다. 공격자들은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후, 다시 다른 긍정적인 소문을 인터넷 커뮤니티나 주식방 등에 퍼뜨려 주가를 오르게 만들고 수익을 얻고 빠져나간다.

스태판 트루베(Staffan Truve) 레코디드퓨처 CTO는 “악성코드보다 더 위험한 것이 여론조작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여론을 이용하면 성공적인 위협 캠페인으로 기록될 수 있다. 공격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마음대로 조작하기도 하지만, 직접 미디어를 운영하거나 기존 미디어를 매수해 여론전을 펼친다”며 “이제 AI를 이용해 그럴듯한 가짜뉴스를 무한대로 생산해 낼 수 있게 돼 여론조작은 더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경고했다.

▲상대국을 혼란하게 만들기 위한 사이버 여론전의 한 사례. 미국 생물학 실험실과 생물학 무기에 대한 내러티브가 다양한 외국 영향력 작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상대국을 혼란하게 만들기 위한 사이버 여론전의 한 사례. 미국 생물학 실험실과 생물학 무기에 대한 내러티브가 다양한 외국 영향력 작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사회 갈등 일으키는 이슈로 사회 혼란 일으켜

가짜뉴스와 여론전은 사회공학 기법을 이용해 진행된다. 공격자는 목표 대상 조직이나 사회에서 뜨겁게 달궈진 이슈를 이용하거나 일부러 이슈를 만든다. 여론에 민감한 인터넷 커뮤니티, 집단지성으로 사실을 바로잡기 어려운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텔레그램 등 폐쇄적인 SNS를 이용해 조작된 소문을 퍼뜨린다. 기업화되고 전문화된 국가기반 공격자들이 이러한 캠페인에 매우 능숙하다.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도록 했다.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는 미국인이 정규적으로 올리는 유튜브 방송에서 “미국에서 자금을 대는 우크라이나 생물 연구소가 생화학 무기와 연관돼있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2021년 11월 업로드했다.

이 내용을 2022년 2월 러시아가 통제하거나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10개 뉴스에서 이 내용을 언급하면서 영상에 신뢰를 부여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후원하는 범조조직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 내용을 무작위로 퍼뜨렸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악의 축으로 만들어 전쟁의 명분을 쌓고, 자국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 푸틴에 대한 지지기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쟁 중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러시아의 민감한 정보를 우크라이나가 해킹해 수집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실제로 러시아에서 유출된 기밀정보로 보이는 정보를 첨부한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윤리적인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믿게 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국가로부터 비난받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정보 생태계를 오염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정권의 지지기반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적국과 동맹국을 비판하고 음모론을 퍼뜨린다. 적국과 동맹국을 이간질하고, 수출이나 중요한 거래를 중단시키며, 외교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코너에 몰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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