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라면 언제든 ‘콜’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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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라면 언제든 ‘콜’이랍니다
  • 승인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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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곱 시, 업무가 끝나고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 빈 회의실에 삼삼오오 조금은 지친 얼굴로 모여드는 사람들. 손에 든 작은 꾸러미를 풀자 조촐한 저녁 식탁이 차려졌다. 김밥에 떡볶이, 시간이 쫓기듯 서둘러 저녁을 먹고 모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이 꺼지고 기다리던 ‘만화영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윤정 기자>

넘쳐나는 웃음과 뭉클한 감동,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는 물론 새로운 유행까지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은 나이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가 됐다. 이제 어디를 가나 애니메이션이라면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다산네트웍스의 애니-콜은 회사 곳곳에 숨죽이고 있던 이런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이 합심해 만든 동아리다. 이 중 대표주자는 기획팀의 박효주 대리.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즐겼어요. 인터넷과 여러 모임을 통해 얻은 소중한 소스를 혼자 즐기기가 안타까웠죠. 그래서 사내모임을 생각해 냈어요.”

끼리끼리에서, 음지에서 양지로 ‘탈출’

매니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 회원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회원 수가 많은 동호회로 출발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애니-콜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두 시간 이상 감상시간을 갖는 빡빡한 일정에도 높은 출석률을 기록하며 커가는 이유는 뭘까. 한 여성회원은 “강제성을 띠지 않아서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러 왔는데 의무적인 출석이나 과제, 무거운 토론 등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부담이 될 테니까요”라며 웃었다.

또 하나 이들이 말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 섞이기 힘든 부서의 사람들이 한데 합쳐져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들이 다른 부서와 스스럼없이 어울리긴 쉽지 않아요. 대개 자기 분야에 빠져 조용히 지내거든요. 애니메이션이 우리를 양지(?)로 이끈 거지요”라고 동호회 회장인 김준홍 연구원은 말했다.

피끓는 ‘젊은 그대’들

타부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보를 나누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애니-콜. “다양한 문화를 느끼고 배울 수 있어요. 우리가 쉽게 놓치는 작은 부분도 대단한 상상력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요. 우리나라에도 얼른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해요.” 새내기 회원의 감상평이다.

김준홍 연구원은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인 만큼 누구나 부담 없이 애니메이션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거구요. 다만 프로그램을 일본 애니메이션에 제한하지 않고 좀 더 발전된 주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첨가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애니-콜이 사내에서 가장 생명력 넘치는 모임일 수밖에 없는 실제 이유가 있다. 바로 이들의 평균 연령이 20대에 가깝고 게다가 모두 미혼이기 때문. 피끓는 젊음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은 차분한 감상 외에도 운동, 여행 등의 찬란한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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