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브로케이드 코리아의 지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준모 사장은 애초부터 스토리지나 SAN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브로케이드 코리아를 맡기 전 직장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인터넷 사업부 담당 상무를 역임하며, 네트워크 솔루션 및 MSN 관련 업무를 총괄했었다. 이처럼 별반 관련이 없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년간 브로케이드 코리아의 성적은 그 이유를 대변하고도 남는다.
2003년 6월 현재, 박 사장이 브로케이드 코리아를 책임진 1년 10개월 동안 브로케이드 코리아는 매출 기준으로 매년 3자리 수 성장을 일궈냈다. 그 결과 브로케이드는 국내 SAN 스위치 시장에서 60%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렉터급 SAN 스위치 시장에서도 농협과 같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년이 국내 IT 시장의 침체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박 사장은 “브로케이드를 처음 맡을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SAN이 뭐냐?’고 묻기 일쑤였다. 브로케이드가 지난해까지 SAN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알아서 SAN 플랫폼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의 ‘기초 다지기’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SAN 패러다임, 브로케이드가 이끈다
지난 1/4분기에도 브로케이드는 성장을 거듭했다. 그렇지만 국내 경기 위축으로 투자 예산이 계속 연기되고 있어,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브로케이드가 선택한 방법은 ‘패러다임 변화’다. 지금까지는 산재된 이기종 스토리지를 SAN 스위치로 연결하는 작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이기종 스토리지는 물론, 소프트웨어와 플랫폼까지 SAN 스위치를 중심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브로케이드가 최근 발표한 ‘패브릭 OS 4.1’, ‘패브릭 매니저 4.0’, ‘패브릭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은 모두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이 가운데 ‘패브릭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은 브로케이드의 전략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SAN 스위치 단에서 스토리지 가상화를 구현하되, 고객을 위한 사전 구성(pre-configured) 제품은 아니다. 주요 스토리지 업체들이 고객에게 적합한 스토리지 가상화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야만 ‘인밴드 방식 가상화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결국 브로케이드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셈이다.
박 사장은 “브로케이드의 전략은 새롭게 형성되는 가상화 시장에서 표준 플랫폼을 제공하자는 것일 뿐,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토리지로 영역을 확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와 같은 중립적 입장 때문에 많은 벤더들이 앞다퉈 서포트를 발표하고 나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로케이드는 이 전략이 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시스코가 유사한 전략으로 경쟁 체제를 유도하고 있지만, 기술력과 시장 주도권에서 이미 한 걸음 앞서 있다는 것이 브로케이드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브로케이드의 주장은 하반기 주요 벤더들의 제품이 출시되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