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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세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세요?”
2003년 07월 04일 00:00:00
우리가 기억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쉬리’ 같은 영화에서 열대어는 주연들의 사랑을 돋보이게 해주는 훌륭한 장치이자 배경이었다. 실제로 관상어는 장식의 의미가 크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열대어 기르기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사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여기 ‘돈 드는 취미’를 생활 속의 일부로 소박하게 들어앉힌 사람이 있으니 바로 LG CNS의 마민철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윤정 기자>


아시아 아로와나, 프로토사, 옐로우탱, 블루탱, 바라문디...등 희한한 이름을 가진 이들은 모두 마민철씨의 소중한 식구들이다. 혹여 잘못 적을까 하나하나 짚어가며 정성스레 이름을 말해주는 그의 열평 짜리 방에는 여섯 개의 큰 수족관이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100여 마리 그의 식구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손이 별로 안 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 키울 수 있었어요”

의외로 싱거운 비결을 털어놓는 마민철씨. 그러나 대학 때부터 8년 동안 그가 기꺼이 해온 일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결코 싱겁지 않다. 한 달간 만든 해수어가 사는 바닷물, 물갈이를 할 때마다 서식지 기후에 맞춘 PH 농도, 물고기 하나하나의 성격을 고려해 구한 소품과 먹이는 기본이다. 지금까지 세 번,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이사할 때도 언제나 물 속 식구들이 우선이었다. 집을 옮길 때마다 열대어들의 보금자리를 조금씩 넓혀준 마민철씨. 덕분에 지금은 한켠에 있는 침대만이 그의 공간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초보시절은 있는 법. 그도 처음엔 화려한 외모만으로 고른 다른 종의 열대어들을 한 어항에 키우다 서로가 잡아먹는 비극을 지켜봤고 수족관에 히터를 잘못 달아 모두 태워죽이는 끔찍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후, 마민철씨는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의욕보다 먼저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란 열대어들을 성향별로 파악해 한 집에 어울려 살 수 있게 할 정도로 능수능란한 전문가가 됐다.


열대어 전도사 자청

그럼 여기서 가장 궁금한 점. 10년 가까이 대가족을 유지해오면서 돈은 얼마나 들었을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열대어 기르기는 결코 돈이 많이 드는 취미가 아닙니다. 공부만 제대로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한 달에 3만원 정도가 유지비의 전부입니다” 실제로 여섯 개의 수족관은 모두 중고품으로 지인들에게 얻어 직접 손을 본 것이다. 열대어도 값이 나가는 한창 때 사기보다 갓 부화했을 때 싼값으로 사서 훌륭하게 기르는 편을 택했다. 돈보다는 품과 정성으로 키운 열대어들은 이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됐다.

퇴근 후 불을 끄고 기대앉아 남태평양, 카리브해, 아프리카, 아마존, 알래스카가 고향인 열대어들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날린다는 마민철씨. 소중한 식구들이 만들어주는 ‘분위기’ 속에서 맥주 한잔 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단다.

이 행복을 혼자 누리기가 미안해 열대어 전도사를 자청, 열심히 열대어를 퍼뜨리고 있는 그는 “특히 IT인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첨단업무로 차가워진 마음을 풀어버릴 수 있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듯 인터뷰를 하면서도 연신 열대어들과 눈을 맞추는 그에게서 진심 어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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