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스토리지 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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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스토리지 시장 동향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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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작민들이 바스티유를 점령한 것처럼 ATA 디스크가 전통적인 테이프 백업은 물론 기존의 온라인 디스크 저장 방법까지 위협하고 있다. 물론 ATA 디스크가 테이프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SCSI 디스크를 메인프레임과 같이 특정 시장으로 밀어낼 수는 없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계속 대체해가고, 어떤 경우에는 보충해 갈 것이다. 게다가 올해 말에는 더욱 빨라진 SATA의 등장으로 기존 스토리지 업체들의 위협체감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PC와 인터넷의 보편화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하고 있다. 오는 2005년이면 노트북에도 테라바이트급의 하드디스크가 장착되어야 할 정도라니, 기업용 스토리지가 일반 가정에 보급되는 날이 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정보량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기업들은 어떻겠는가? 실제로 최근에는 페타바이트(1,000조바이트, 즉 1,024테라바이트)를 넘어 1,024페타바이트에 해당하는 엑사바이트, 1,024엑사바이트인 제타바이트, 1,024제타바이트와 같은 유타바이트라는 말도 종종 눈에 띈다. 기업들의 저장용량의 확대에 대한 요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벌써부터 페타바이트마저도 크다는 느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양키그룹의 한 조사연구자료는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1년을 기준으로 1년 동안 1테라바이트의 스토리지 용량을 사용했던 기업이 2002년에 1테라바이트를 사용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 기간은 갈수록 짧아진다. 양키그룹은 2003년에는 하루, 2004년에는 불과 2시간만에 이 회사가 1테라바이트를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의 급증은 기업들의 스토리지, 특히 디스크의 용량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디스크 용량만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SCSI 디스크 어레이 가격이 크게 내려갔다고는 해도 여전히 1테라당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값싼 테이프 라이브러리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돌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왜 모든 데이터를 같은 디스크에 보관하는가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IDC는 오는 2006년까지 스토리지 수요의 연평균성장률은 46%에 달할 전망이며, 2006년에는 6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기업들의 평균 스토리지 예산안은 연간 한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인다고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높은 용량을 최저의 가격에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셈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 직접 접근(Direct Access)까지 가능한 2차 스토리지(secondary storage)의 등장에 많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차 스토리지는 ‘왜 모든 데이터를 같은 디스크에 보관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현재 기업들이 디스크에 저장하는 데이터의 90%는 가끔,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다. 데이터 생성 후 처음 1~2일 내에는 데이터 접근 발생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일주일 후에는 데이터 접근 빈도가 현저히 저하되고, 90일이 지나면 사실상 데이터 접근 빈도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와 같은 불필요한 데이터를 고가의 디스크에 저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2차 스토리지는 데이터 생명주기(data life cycle)에 따라 탄력적인 데이터 관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셈이다.

순차적인 접근(Sequential Access)을 특성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저장 매체로서도 2차 스토리지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한번 생성된 후 거의 수정되지 않고 사용되는 특성을 가진 순차적인 데이터-동영상(영화, 비디오), 이미지, 그래픽 처리 등-의 경우 대부분 디스크 어레이에 보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 특성상 직접 접근을 필요로 하는 만큼 테이프 라이브러리에 저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경우 대용량 캐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가의 디스크에 저장하는 방법도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 2차 스토리지는 저렴한 비용으로 직접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순차적인 데이터 저장에 적합하다.

2차 스토리지는 백업 및 복구와 재해복구시스템에서도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최신 테이프 드라이브보다 2~3배(선형 접근과 미디어 자동 접근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이상 빠른 백업 및 복구가 가능하고, 비용 대비 효율적인 데이터 복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던 기존 시스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SCSI에 견줄 만큼 막강해진 ‘ATA’

현재 2차 스토리지라고 불리는 모든 제품들은 공통적으로 ATA(Advanced Technology Attachment) 드라이브를 탑재하고 있다. ATA는 흔히 IDE(Integrated Drive Electronics)라 부르던 것을 ANSI(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의 X2T10 그룹이 공식으로 명명한 명칭으로, 컴퓨터 마더보드의 데이터 경로, 즉 버스(Bus)와 디스크 스토리지간의 전기적인 표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컴퓨터는 개선된 버전인 EIDE(Enhanced IDE)를 사용하고 있고, 마더보드 내에 IDE/EIDE 컨트롤러를 장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PC에 주로 적용돼 온 탓에 스토리지 장비용으로는 신뢰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SCSI와 파이버 채널 드라이브는 긴 수명과 신뢰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ATA의 경우 늘 그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TA 드라이브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ATA는 여전히 SCSI나 파이버 채널보다 느리긴 하지만, 그 차이는 지난 몇 해 동안 크게 좁혀졌다. 최근 드디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시리얼 ATA(SATA)는 기존 병렬 ATA (PATA) 방식(130Mbps)과 달리 150Mbps의 속도를 지원하며, 2세대에 이르면 300Mbps, 3세대 방식은 600M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CSI와 파이버 채널 드라이브에게는 힘겨운 경쟁상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저가형 대용량 ATA 드라이브는 오늘날의 D2D(Disk to Disk) 니어라인 백업 장비 개발과 NAS 업체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D2D 업체들은 SAN이나 SCSI에 파이버 채널이 직접 연결되도록 어레이에 인터페이스를 포함시키고 있어, ATA는 마침내 데이터센터로 가는 길까지 찾아낸 셈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가트너의 존 몬로 사장은 “시리얼 ATA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기업용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대기업들은 스토리지 시스템에서 다양한 멀티플 인터페이스를 신중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 환경에서 2007년까지 모든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30% 이상이 기업용 시리얼 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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