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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네트워크 장비
2003년 06월 10일 00:00:00 강석오 기자
국내외적인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가 잘나가던 국내 IT 업체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관련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시장은 수요 급감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일부 업체는 벌써 쓰러졌고, 대다수 업체들도 또한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불경기에 허리가 휘고 있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저마다 대책 마련에 나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는 있지만 시장 경기 활성화는 요원한 가운데 외산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국산 장비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메트로 이더넷, VDSL 등 가입자 장비 분야에서는 토종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는 있지만 외산의 국내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산 장비 업계의 분투하고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 확보와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이 생존을 위한 당면과제로 대두, 해법 마련을 위한 관련 업계의 분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 IT 강국, CDMA 종주국 등 밖으로 보이는 IT 코리아의 위상과는 달리 IT 인프라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외산의 독무대로 하이엔드 장비로 올라가면 갈수록 국산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외산의 틈바구니에서 메트로 이더넷 가입자망용 접속장비, 초고속인터넷 장비 분야 등에서는 국산이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국산 장비의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해온 국내 업체들은 경기 침체, 경쟁 심화, 기반 기술 부족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해 갈수록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재도약을 위한 업계의 변화 노력과 차세대 사업에 대비한 성장엔진 발굴이 한창이지만 아직은 역부족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에도 시간이 좀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산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어려움은 천수답(天水畓)에 비교되곤 한다. 즉, 하늘만 바라보며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대기 위해 비만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금의 네트워크 업계도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시절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


수익성 확보 비상, 생존 경쟁 돌입

이처럼 국산 장비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침체 국면 전환을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서비스 사업자들의 투자가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되면서 업계의 시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그나마 메트로 이더넷, VDSL 등 몇몇 분야만이 외산 일색의 시장 판도에서 국내 업체들의 막힌 숨통을 트여 주고 있을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중대형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시장은 익스트림, 리버스톤, 시스코 등 외산의 텃밭이지만 가입자용 접속장비 부분만큼은 다산네트웍스, 로커스네트웍스 등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코어세스, 한아시스템, 텔리웨어, 지피시스 등이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어 국내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점쳐지고 있다. 메트로 이더넷은 KT,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서비스 사업자들이 투자 축소나 연기를 하는 와중에서도 경쟁적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분야로 국산 장비 시장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메트로 이더넷과 함께 올해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은 단연 초고속 디지털 가입자 회선(VDSL)이다. 포스트 ADSL로 부상한 VDSL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이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올해 50M급 서비스가 본격 개시될 전망으로 관련 업계의 시장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렇듯 시장 개화에 따른 업계의 기대는 상당하지만 일찌감치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수익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등 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VDSL 시장을 양분한 미리넷, 텔슨정보통신 등을 비롯해 다산네트웍스, 코어세스, 한아시스템, 기가링크, 로커스네트웍스, 기산텔레콤, 현대네트웍스, 우전시스텍, 네오웨이브, 한화S&C 등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가세할 태세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50M급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VDSL 시장은 올해 국산 장비 업체들의 죽느냐 사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사활이 걸린 시장으로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VDSL은 표준안 문제와 저가 출혈경쟁 등으로 인해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VDDL 시장의 활성화는 가입자용 집선 스위치를 비롯해 전송장치의 수요도 증가시키고 있어 관련 장비 업계의 갈증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있었던 KT의 가입자용 집선 스위치 도입을 위한 BMT에는 시스코가 처음으로 얼굴을 보이는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외산 장비까지 시장 진입을 타진, 올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반면 라우터는 국산 장비의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한 가운데 고속 라우터의 국산화는 요원하고 외산의 국내 시장 잠식에 이렇다할 대응 없이 손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는 관련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중저가 대만산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소형 라우터 사업이 부진을 겪자 대부분의 업체들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나 VDSL 등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라오넷 정도가 MPLS 기반의 에지 라우터 개발에 나서 KT의 초고속국가망 시범 서비스와 데이콤에 일부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을 뿐 대부분의 업체들은 재고 처리 수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더불어 ATM 스위치나 라우터 개발 업체들 또한 IP로 전환되는 대세에 따라 대부분이 개발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으로 애드팍 등 일부 업체만이 개발을 지속, 그나마 국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 개발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업체간 격차가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침체된 IT 경기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이전의 호황기와는 모습이 많이 틀려질 것으로 확실한 사업 모델이나 수익성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라

국산 장비 업계의 실적 개선이 요원한 가운데 앞으로는 확실한 사업 모델 없이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메트로 이더넷이나 VDSL 등이 국산 장비 업계의 가뭄속 단비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저가경쟁으로 비화되면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될 전망으로 나만의 사업 모델과 고유한 색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지적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산 장비 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산과 맞설 수 있는 중대형 코어 네트워크 장비 개발에는 개발비 부담과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들이 가는 시장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국산 장비 업체들이 기반 기술이나 자본력 등에서 외산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차별화를 이뤄야 하는 것은 물론 가격이 아닌 기술로 승부를 해야만 경쟁력도 확보하고 성장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도 계속 추진해야 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가 외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늘에 가려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외산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도 아직은 많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메트로 이더넷 가입자용 접속장비를 비롯해 IP-ADSL, VDSL, ATM 장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국산 장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 적합한 장비 개발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차별화와 경쟁력을 확대해야만 침체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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