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드라마 ‘우정사’를 기억하시나요?
상태바
컬트 드라마 ‘우정사’를 기억하시나요?
  • 승인 2003.06.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록키 호러 픽쳐 쇼(Rocky Horror Picture Show)’, ‘이레이저 헤드(Eraser Head)’, ‘엘 토포(El Topo)’와 같은 영화들은 보통 ‘컬트(Cult)’라는 카테고리로 묶인다. ‘컬트’라는 말이 의미하듯 이 영화들은 반복 관람을 즐기는 매니아들이 주 관객이다. 그렇다면 왜 이미 본 영화를 계속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오직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권혁범 기자>

개인이 영화를 소유하는 현 시대에서 더 이상 ‘컬트 군중의 운집’은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컬트’는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과거보다 반응이 더 폭발적이다. 과거 컬트적 성향이 주로 영화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드라마, CF, 심지어는 특정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해졌다.

김윤정 이포텍 과장 역시 이러한 컬트적 성향이 다분하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는 타입이 아닌데도(현재는 아예 텔레비전까지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99년 1월부터 6월까지 MBC에서 방영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극본: 노희경, 연출: 박종)’는 지금까지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아예 대본까지도 줄줄 욀 정도였다니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결국 그는 99년 4월 발족한 ‘우정사랑회(forum.netian. com/@wjs)’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3천286명(4월 20일 기준)에 달하는 회원들을 거느리는 이 모임의 시삽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처음에는 노희경이라는 작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만이 갖는 독특한 대사의 맛을 보고 나서부터는 드라마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이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인데도, 멋지다는 느낌을 주는 표현이 너무 많아요. 당시에는 대본까지 미리 챙겨볼 정도로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죠”라고 말했다.

영화 동호회에서 사회봉사 모임으로 탈바꿈

컬트 영화가 영화광들의 철없는 야합이 아니듯이(컬트 영화의 근저에는 반전, 반체제, 반권위와 같은 가치 전복적인 요소나 인종주의, 성차별, 제국주의와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경우가 많다), 우정사랑회 역시 노희경, 배용준, 김혜수와 같은 일부 인기인의 팬클럽은 결코 아니다. 만약 우정사랑회가 단순히 이들의 팬클럽 정도의 역할을 했다면 4년째 모임이 유지될 수도 없었을 뿐더러, 지금처럼 사회 봉사 단체로 발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현재 우정사랑회는 지체부자유자를 위한 숙소인 부천 혜림원을 매월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며, 1년에 2번 정도는 체육대회나 혹은 불우이웃돕기 콘서트를 개최한다. 매월 혜림원에 방문하는 인원은 대략 2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연례 행사 때에는 60여명에 달할 정도로 모임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김윤정 과장은 “솔직히 드라마 동호회 회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하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뭔가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보다 발전적인 모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드라마 주인공 때문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지만, 지금은 회원끼리 매달 모여서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만큼이나 사회 봉사 활동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