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통신 업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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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네트워크/통신 업체 현황
  • 강석오 기자
  • 승인 2003.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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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국내 네트워크 업계의 현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99 ~2000년 잘나가던 네트워크 업계의 상황이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초라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 개발업체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한아시스템은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지 마는지 아무런 소식이 없고, 잘나갔다던 코리아링크, 테라, 뉴씨앤씨 등은 최근 코스닥에서 줄줄이 퇴출을 당했다. 또 데이콤아이엔 역시 그룹 계열사인 LG CNS에 인수되는 등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고, 그 이외의 대다수 업체들 또한 지난해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 존폐의 기로에 처해있기는 마찬가지다.

혹자는 예전의 호황이던 시장이 오히려 비정상이고 현재 시장 상황이 정상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IMF 시절보다 더 어렵다’라는 말로 네트워크 업계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업다각화, 시장다변화 등 생존을 위한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네트워크 시장의 봄날은 요원한 가운데 사상 초유의 위기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이라크전이 끝 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국내외 정세와 경기 침체 여파로 장기적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IT 부문의 투자들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기업들의 IT 투자 심리 냉각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리아링크, 테라, 뉴씨앤씨 등 대표적인 NI 업체들이 코스닥에서 줄줄이 퇴출을 당했고 다수의 업체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는 등 업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렇듯 네트워크/통신 업체의 고사 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SK글로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국내 경제 상황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두루넷과 온세통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최대 수요처인 통신사업자들 마저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장기적인 불황을 염려해야 하는 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나마 VDSL, 금융권, 공공, 군, 대학 등의 프로젝트가 업계의 가뭄속 단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일부 업체들에게만 해당될 뿐 업계에 팽배한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국내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방만한 경영과 과당 경쟁으로 내실보다는 외적 팽창에 힘을 쏟았던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간의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거품을 제거하고 내실을 기하기 위한 변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개척이나 틈새 시장 공략 확대 등 수익선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펼치고는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기만 하다. 국내외 경제 활성화에 따른 얼어붙은 IT 투자 심리 회복이 우선되지 않고서는 업계의 자구책에도 한계가 있어 위기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네트워크 업계, 수익성 갈수록 악화

대다수의 네트워크/통신 관련 업체들이 외적으로는 상당한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실속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 이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라면 그나마 버텨보겠지만 지금과 같이 죽느냐 사느냐하는 기로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즉, 저가 출혈 경쟁으로 인해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건비조차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장사로 버티기에는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계의 위기는 IT 시장의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T 시장 침체가 진행되면서 업체들의 재고가 증가, 이를 처분하기 위한 저가 판매가 성행하며 수익률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금 확보와 매출 발생을 위한 무리한 경쟁이 업체들의 경영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네트워크/통신 시장의 포화라는 이중고로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불안정한 요인들을 비롯해 곳곳에 크고 작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올해 역시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네트워크 시장의 회복은 빨라야 내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간 네트워크 업계의 발목을 잡아 왔던 고질적인 병폐들의 악순환 역시 올해도 되풀이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네트워크 시장의 침체 장기화는 업체들의 저가, 출혈 경쟁을 부추기면서 관련 업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주요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시장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코스닥 등록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급락, 적자 확대 등 눈덩이처럼 적자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네트워크 구축, 유지보수, 장비 유통 등 차별화가 없는 일률적인 사업 형태로는 수익 창출은 둘째치고 이제는 살아 남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고조되고 있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서 저마다 고부가가치 사업, 해외 시장 진출, 자체 솔루션 개발 등 다각도에서 위기 극복 방안들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자체 평가다.

지난해 코스닥 등록 주요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전년대비 순이익 증감을 살펴보면 나래시스템(-4억원), 누리텔레콤(-24억원), 델타정보통신(-54억원), 링네트(-4.7억원), 쌍용정보통신(-577억원), 에스넷(-70억원), 인네트(-81억원), 인성정보(-177억원), 인터링크(-54억원), 자네트시스템(-26억원), KDC정보통신(-35억원), 코어세스(-713억원), 텔슨정보통신(-206억원), 한아시스템(-101억원), 현대정보기술(-225억원) 등 대부분 업체들의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반면 콤텍시스템(175억원), 다산네트웍스(36억원), 네오웨이브(41억원), 오픈베이스(13억원), 웰링크(101억원) 등은 전년대비 순이익이 증가, 그나마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통신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

이처럼 대부분 업체들이 지난해 극심한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고부가가치 솔루션 및 서비스, 자체 장비 및 솔루션 개발 강화, 국내외 신시장 개척 등 사업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누적된 재고와 장비 공급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한 취약한 수익 구조 속에서 이러한 자구책들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업계의 생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단기적인 위기 면피용이 아닌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허약한 기업의 체질 자체를 원천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하지만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당장 고수익이 가능한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찾아 나서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마구잡이식이 아닌 자사의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부문에서의 사업 강화는 물론 구태의연한 경영 마인드 변화를 통한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추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간 대다수의 업체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수익 구조 개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NI 시장의 특성상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 들면서 경쟁이 심화, 저가 경쟁이 마치 유행처럼 자리를 잡으며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금까지 되풀이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의 기대와는 달리 올해 역시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네트워크 업계의 위기감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IT 시장의 상황 악화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두루넷, 온세통신 등이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데이콤과 파워콤의 합병을 비롯해 하나로통신까지 최근에는 자금난으로 삐그덕거리며 통신사업자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어 시장 상황 개선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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