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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한땀 수를 놓다보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2003년 05월 14일 00:00:00
스트레스 해소에는 운동이 최고라는 말이 있듯이,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단순한 일을 하는 게 최고다. 더구나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개발자들에게는 단순한 소일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십자수는 상당히 간단하고, 재미있는 취미생활인 셈이다. <권혁범 기자>


리눅스 코리아에서 인증 서버 분야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장혜식 씨는 조금 색다른 여가생활을 한다. 지난 2000년부터 국내에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십자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1년 여동생들에게 배워 올해로 벌써 3년차(?)인 그는 지금도 한 달에 두 개 정도는 작업할 정도로 꾸준히 즐기는 편이다.

그는 “십자수를 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다들 이상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한두 번 해보면 재미를 느끼는 게 십자수예요. 제 친구들도 그랬거든요. 십자수는 20분이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복잡한 일을 잊고 머리를 쉬게 하는 데에는 최고의 취미생활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십자수에도 알고리즘이 있다(?)

20분만에 모든 공식을 다 배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십자수가 무작정 단순한 작업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십자수에도 나름대로의 알고리즘이 있기 때문이다. 장혜식 씨는 십자수를 한땀 한땀 놓는 작업도 ‘최단기간 알고리즘’에 의거해 진행해야만 시간과 돈, 노동력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십자수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바늘이 들어가는 구멍과 나오는 구멍을 제대로 맞추겠다고 생각하면, 시간이나 실을 절약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실이 적게 들면 가볍고 깔끔한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프로그램을 짤 때 말하는 알고리즘 최적화가 십자수에서도 중요한 셈이죠”라고 말했다.

십자수를 놓을 때 알고리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도안이다. 요즘에는 도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어 누구나 쉽게 도안을 만들 수 있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이나 정형화된 컷들이 많다. 장혜식 씨는 개발자답게 도안 구성에서부터 확실한 차별화를 선언한다. 간혹 남들처럼 친구들의 아바타나 캐릭터를 십자수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는 친구들의 사인이나 낙서를 십자수로 옮기는 작업을 더 좋아한다. 친구들 역시 무심코 그렸던 낙서가 쿠션으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한다.

십자수는 아무리 초소형 쿠션을 하나 만들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곧 시간이 남지 않으면 십자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는 시간이 많은 편인가? 장혜식 씨는 사내에서는 물론, 퇴근 후에도 컴퓨터와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IRC(인터넷 릴레이 채팅) 모임 운영자로서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지만, 그는 국내에 단 두 명뿐인 프리BSD 오픈 소스 모임의 코미터(commiter)이자, 파이쏜(Python) 개발자 그룹을 귀찮게 하는 유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십자수를 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인 셈이에요. 다른 일을 할 때에는 머리를 써야 하는데, 십자수는 분명 일은 하고 있지만 정신은 쉴 수 있는 작업이거든요”라는 말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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