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개 대학 정보화 현주소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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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개 대학 정보화 현주소 심층분석
  • 장윤정 기자
  • 승인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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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근의 대학을 방문해보신 적이 있는지? 요즘 대학 캠퍼스안에서는 거의 대부분 무선랜으로 인터넷에 접속,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몇몇 대학에서는 핸드폰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도 있다. 기가급 이상의 풍부한 네트워크, 다양한 시스템 적용은 가히 대기업 수준을 방불케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 기업 어느 곳에서도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는 10기가비트 이더넷이 일부 대학에서는 구현된 상황이다. 싱글사인온으로 접속가능한 대학정보포털(UIP)은 웹메일부터 학사관리까지 원하는 대학의 모든 정보를 제공해주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DB(Data Base) 등 각종 솔루션들로 무장한 대학정보화의 현실은 이제 대학이 단순히 고서(古書)가 가득 쌓인 상아탑의 전당만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IT 정보화는 대학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 대학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대학들은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명분에 밀려 필요 이상의 네트워크, 솔루션을 도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부재한 것 또한 현실이다. 적은 관리 인원과 IT정책을 전담할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제도는 쉽게 정착이 되지 않는 상황이며, 대학간 정보화 편차가 심각하다. 또 예산부족, 관리부서의 혼재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학생들로 인해 대학은 해커들의 온상이 되어버리는 등 해결해야할 골칫거리들이 산재해 있는 형편이다. 학생들의 정보화 수준이 대학이 지원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까지 앞서가고 있는 최근 현실에서 국내 대학들의 가야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전국 국내 대학들을 중심으로 전산/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응답한 100개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정보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와 문제점을 지적, 진정한 대학정보화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학 교육 정보화 사업은 정보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보인프라 구축, 교육 및 학술연구를 지원하는 교육 학술 정보화, 행정의 신속성 및 편의성 제고를 위한 학사행정 정보화로 대별할 수 있다. 국내 대학 정보화는 지난 70∼80년대에 국내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해온 학사업무 전산화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인터넷의 발달이 정보의 위력을 떨치며 정보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 국내 대학들은 주로 자체 인력과 재원으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보서비스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게 됐다.

웹이나 멀티미디어 등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각 대학의 정보화 업무가 기존의 학사행정 처리를 위한 전산화중심에서 교육이나 학술연구 지원 등 대학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정보접근의 용이성으로 인한 대학 구성원들의 정보 서비스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정보화에 대한 투자비용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학전산 담당인원 부족, ‘심각’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나름대로 정보화 관련 조직의 통합운영, 대학본부에 정보화 정책 수립 전담 인력 배치, 교무회의 등 최고 의사결정 회의에 CIO급의 정보화책임관 참석을 강화하고 정보화 종합 계획 수립, 학내 정보화사업의 총괄기획 및 조정, 평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보화 전담조직이 주요 사립대를 제외하고는 대학본부 소속이 아닌 부속시설(기관) 또는 지원시설로 남아있고 CIO도 학칙이나 기타 학내규정에 직시하고 있는 국내 대학은 극히 일부분인 실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CIO의 임무에 해당하는 사항을 자체 규정이나 소관 분장업무로 나열하고 있어 관련자가 제한된 CIO의 역할을 묵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 물론 구체적인 CIO 제도의 시행에 있어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으나 대학의 정보화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대학의 정보화를 위한 최고정책결정권자만이 아니라 학내 정보화 전문인력도 국립대학의 경우만을 보더라도 턱없이 모자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화 분야의 새로운 영역은 물론 기존 업무의 개선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교육인적부의 지난 2002년 자료를 보면 국립대학 중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서울대학교의 경우에도 규모가 유사한 미국의 대학들과 비교해 10%의 정보화 인력으로 대학 구성원들을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국립대학의 평균 정보화 인력을 살펴보면 일반대가 7.8명, 산업대 3.6명, 교육대 2.6명, 전문대 1.8명으로 대학당 평균 정보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전체 국립대의 평균 정보화 인력을 보더라도 5.4명에 불과하다.

본지가 전국 10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전산 시스템/네트워크 담당자의 인원은 1~5명이 약 56%, 6~10명이 23%, 11~20명이 16%, 21~25명이 2%, 25명 이상이 3%로 조사돼 과반수 이상의 대학이 1~5명 가량의 소수인원으로 방대한 대학 정보화 인프라를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북대(45명), 서울대(34명), 고려대(23명), 충남대(25명) 등도 실질적인 업무량에 비하면 인원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는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단위 업무당 부여된 인원수가 적어 개인당 처리해야할 업무량이 많다는 것. 특히 입시철이나 수강신청시에는 업무량이 폭주해 인원보강이 절실하지만 관련 담당자들은 바쁠 때 임시적으로 인원을 보강해주기보다 업무의 지속성을 보장해줄 전문인력의 보강을 원하고 있다.

10기가비트 이더넷 ‘대세’

한편 현재 구축된 대학들의 백본은 67% 과반수 이상이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구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ATM은 21%, 패스트 이더넷이 5%, FDDI나 프레임릴레이를 단독으로 쓰는 경우는 없었으며 네트워크 구축이 없는 그리스도신학대학을 제외하면 조사에 응한 전국 100개 대학의 67%가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네트워크 백본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가비트와 ATM을 혼용해서 쓰고 있는 대학은 경상대, 경원대, 경인교육대였으며 기가비트와 10기가비트 POS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 서울대, 기가비트와 FDDI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강릉대 등이었다.

지난 96∼98년에 구축된 대학들의 백본은 대부분이 ATM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부터 기가비트 이더넷으로의 마이그레이션 열풍이 불기 시작해 현재 전국 주요 대학들은 기가비트로의 업그레이드를 거의 완료한 상황이다. 네트워크 업계에서는 올해를 대학의 기가비트 이더넷 구축이 완료되는 해라고 전망하고 아직 ATM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나 네트워크 구축이 없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코의 공공사업부 이찬혁 차장은 “서울의 주요대학들은 거의 대부분 기가비트로 전환됐으며 지방의 60~70%도 완료돼 기가비트 이더넷 시장은 이미 거의 지나갔다”며 “남은 수요는 2년제 대학들이며, 아예 백본 구축이 없는 대학들은 처음부터 10기가비트 이더넷 등을 고려하는 등 올해 10기가비트 이더넷이 대학시장에 자리잡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향후 고려중인 백본 종류에 10기가비트 이더넷이 과반수가 넘는 52%를 차지했다. 기가비트 이더넷이 29%, 미정이 14%, ATM이 1%였으며 테라비트 이더넷이라고 응답한 대학도 있었다.

또한 향후 백본/전산 시스템 증설시기를 언제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1~3개월이라고 응답한 대학이 7%, 3~6개월이라고 응답한 대학이 13%, 6~12개월이라고 응답한 대학이 11%, 1년 이후가 20%, 미정이 49%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업에 종사하는 대학전산담당자들은 실질적인 10기가비트 이더넷의 필요성에 대해 약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내의 트래픽이 입시, 수강신청기간을 제외하면 폭주하는 때가 별로 없고 대체적으로 피크타임시에도 현재 구축된 백본에서 대역폭 차지 비율이 20~30%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숙명여대의 IT전산정보팀 박종익 부장은 “현재 숙명여대는 1Mbps를 쓰고 있지만 대역폭 확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대학은 보통 2Mbps 정도면 충분히 교내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다. 오히려 왠 구간의 확장이 우선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업계의 관계자들도 10기가비트 이더넷은 ATM에서 기가비트로 넘어갈 때처럼 소위 ‘열풍’이 불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한다. 아직 10기가비트 이더넷의 가격이 높고 실제 레퍼런스에서의 안정성 등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쓰고 있는 기가비트 이더넷에 모듈업그레이드식으로 필요한 부분만 채워 넣거나 듀얼모드 구성, 트렁킹 등으로 추가 확장을 해도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의 추가확장이 더 우선시될 수도 있다는 것. 본지 조사의 향후 고려중인 백본에 29% 대학들이 기가비트 이더넷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위대학들이 10기가비트를 도입한다면 나머지 대학들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학이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해야하고 이는 대학의 정보화 척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대학간의 경쟁심리가 10기가비트 이더넷 구축을 앞당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백본은 한번 구축하면 5년 이상 쓰는 것이므로 가능한 최신 기술을 적용,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심리도 상당부분 작용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오는 하반기경 시스코, 노텔, 파운드리, 포스텐 등 주요 10기가비트 이더넷 업체들이 포트당 단가를 1/2, 1/3 수준으로 하락시킬 예정이라, 관련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경이면 떨어진 가격에 상승효과를 입어 10기가비트 구축은 빠르게 확산되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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