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칼럼] 신안보시대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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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식 칼럼] 신안보시대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 데이터넷
  • 승인 2021.11.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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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부족한 정보기관, 국가안보 못 지켜…전문성 높여 신안보 시대 대비해야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전)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

[데이터넷]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보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는데, 아마도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정보기관을 이용하는 등의 부정적인 모습만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정보기관의 특성상 많은 업무가 공개될 수 없어서 정보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사이버 안보가 국가에 중요한 안보정책으로 부상하면서 정보기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은 모두가 파괴되고 희생되는 물리적인 전쟁은 꺼린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식량, 기후위기, 경제, 과학기술,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국가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신안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보기관에 요구되는 역할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본다.

정보역량 부족으로 사회 혼란 일으켜

얼마 전 벌어진 요소수 사건은 정보역량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의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고시가 발표되면서 요소수 부족 사태가 예고됐지만, 정보기관은 단편적인 첩보만을 수집할 수 있어서 전반적인 문제 예측에 실패했다고 본다.

이전에도 사드 배치문제, 일본 핵심부품 수출제안 문제, 마스크 부족, 코로나19 백신 등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에도 정보 부족으로 인해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의료, 에너지, 공급망, 사이버 안보, 군사, 경제안보, 외교통상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인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기관의 능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북한 관련 정보에 지나치게 천착하거나, 정치적인 논리에 휩싸이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정보 전문기관 역할 제대로 수행해야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신안보 시대에는 기존과 같은 정보수집과 분석 기능만을 고집해서는 국가 안보를 지키지 못한다. 뒤떨어진 정보력으로 민간기업보다 못한 무능력한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다. 신안보 시대에 걸맞은 정보기관의 역할 재정립은 물론이고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의 모습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정보기관이 정권에 휘둘리지 말고,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보기관의 책임자 역시 정치인이 아니라 정보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선임되어야 한다.

또한 정보기관 책임자는 정권과 상관없이 임기가 보장되고 연임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기관이 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기관은 철저하게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야 하며 과학기술 중심의 조직이 돼야 한다. 슈퍼컴퓨터나 양자 컴퓨터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경제, 통상, 안보, 군사, 의료 보건, 에너지, 기후, 식량, 산업 등 신안보 관련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단 하나의 정보기관이 아닌 복수의 정보 전문기관도 검토될 수 있다.

신안보 시대에 맞는 정보기관의 역할은 정보기관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 운영과도 직결된다. 미·중 냉전시대와 신안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안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차기 정부에서도 신안보에 적합한 국가 거버넌스와 정보기관에 대한 발전적인 방향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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