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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묵향 담은 산수화를 아시나요?”
2003년 03월 26일 00:00:00
누군가 ‘동양화를 좀 안다’는 말을 한다면, 상당수의 남성들은 ‘화투에 일가견이 있다’는 말쯤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1월을 상징하는 학이나 3월, 5월을 나타내는 벚꽃, 난초가 동양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소재인 탓에, ‘화투’를 곧잘 ‘동양화’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한국하이네트의 최화정씨는 동양화에 무척 조예가 깊다. 하지만, 그녀는 48장의 딱딱한 플라스틱에 그려진 동양화가 아니라, 먹물 냄새 그윽한 ‘진정한’ 동양화를 사랑한다. <권혁범 기자>


한국하이네트 경영기획실 마케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화정씨는 초중고 특별활동으로 미술부를, 그리고 대학에서는 아예 동양화 전공을 선택한 예술가다. 비록 지금은 순수 예술을 포기한 상태지만, 그룹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거나 ‘풍경’에 대한 욕심 때문에 중국여행을 불사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변에서 보는 예술가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스타일이나 평소 생활 습관만으로는 눈치 채기 쉽지 않다. 특히 그녀가 맡고 있는 직책이 대외 홍보 업무라는 점은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녀는 분명 예술가이면서도, 예술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흔히들 예술가 하면 괴팍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 역시 약간 고집스런 면이 있기는 하지만 대인 관계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미술이 홍보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고는 하는데, 물론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요. 하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요구하는 광고 분야와는 밀접한 관련이 있죠. 제가 맡고 있는 분야가 바로 광고홍보 분야거든요”라고 말했다.


“순수 예술 욕심 포기 못해요”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즉 그림 그리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되면 자연스레 감각도 무뎌지게 마련이다. 최화정씨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도, 회사 업무에 밀려 그림을 그리는 회수가 줄어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노릇. 다만 홍보전문가에 대한 욕심 못지 않게 아직도 화가에 대한 꿈을 접지 않은 만큼 ‘감각이 무뎌지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과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하얀색 침대 커버 대신 까만색 천을 침대 위에 덮어버렸다. 그리고 그 위에 화판을 펼쳐 놓았다. 언제라도 방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은은한 묵향에 취해 그림에 대한 욕심이 나도록 환경부터 바꿔놓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그녀는 집에 들어서면 손을 푸는 차원에서 사군자를 그려대곤 한다. 그리고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하루 한 장이라도 그림을 그리는 편이다.

십수년간 그림을 그려온 그녀지만, 아직 그리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시원하고 강렬한 느낌의 폭포나 한 물결, 한 물결 세심한 붓 터치가 필요한 호수, 그리고 설경과 같이 물과 연관된 자연은 여전히 그녀에게 탐구 대상이자, 정복 대상이다. 언젠가 100호 짜리 합판에 금방이라도 쏟아져버릴 것 같은 폭포를 반드시 그려 넣겠다는 그녀에게서 도도하지만, 오만하지 않은 예술가적 기풍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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