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의 CRM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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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의 CRM 현황과 전망
  • 장동인 SAS 코리아 부사장
  • 승인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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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관계관리(CRM)가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인프라로 인식된지 오래다. 하지만 CRM의 근본적인 정신에 부합해 사용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국내의 금융업계와 유통업계의 CRM 현황과 전망을 통해 올바른 CRM 정착에 필요한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최근 M&A에 따른 대형화 및 보험과 은행이 결합한 방카슈랑스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향후 CRM의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CRM이 국내에 소개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CRM이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CRM을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CRM의 근본적인 정신을 구현하는 곳은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 오류는 CRM을 분석CRM과 운영CRM으로 나누는 데 있다. 분석CRM과 운영CRM은 하나다. CRM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미리 알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조직해 나가는 데 있다.

그러나, 벤더의 기준으로 분석CRM과 운영CRM을 나누어 도입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이렇게 되면,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된다. 고객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분석CRM 속에서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 대한 통일된 관점(single view of customer)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하는 것은 운영CRM에서 나온다. 이 두 개의 CRM이 서로 잘 맞아야 제대로 된 CRM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분석CRM·운영CRM 통합

CRM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CRM의 근본 정신은 고객관계관리가 아니다. CRM은 고객에 대한 모든 것이다. CRM이 CRM으로서만 이해 될 때, 다시 말해 SFA, CM, 콜센터, e-CRM 정도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CRM은 고객 중심의 전사적인 경영의 혁명이라고 해야 맞다. 앞으로는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조직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그 내용은 CRM을 IT적인 도식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전략, 조직, 프로세스, 문화가 고객 중심으로 변화되었을 때 그 기업은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될 것이며, 앞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전사적인 고객 중심의 혁명을 필자는 ‘c-트랜스포메이션(c-Transform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것은 e비즈니스시대의 e-트랜스포메이션을 이야기했던 것과 유사한 파라다임의 전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거 e-트랜스포메이션이 인터넷의 활용과 IT의 통합을 근간으로 하는 기업의 혁명이었다고 하면, c-트랜스포메이션은 고객 중심의 근본적인 기업 변화를 말한다.

c-트랜스포메이션 향한 변화

금융업계는 근본적으로 고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상위 5%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가 가장 먼저 CRM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CRM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현한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을 M&A하는 것이 대세인 것이다. CRM의 근본적인 정신은 c-Transformation을 이해한 기업만이 살아 남는 치열한 싸움터가 금융업계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이다. 이것은 은행(bank)과 보험(in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이 보험 업체를 M&A하거나 보험 업체가 은행을 M&A하는 형태다. 이것은 은행의 고객과 보험의 고객은 매우 유사하며, 은행의 상품 구조와 보험의 상품 구조가 서로 상보적인 데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자산 운용하는 형태는 같다. 따라서, 은행과 보험의 M&A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국내는 지점을 운영해 직접 고객을 대면하는 은행과 달리, 주로 인맥을 통해서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 위주의 보험업계와는 서로 채널이 다르기 때문에 방카슈랑스를 직접 도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은행과 같이 대출 업무를 하고 있으며,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에이전트(agent) 제도의 도입, 금융 컨설턴트(financial consultant)라고 하는 남성위주의 직업적 보험 거래인 제도가 정착되면서 점차 방카슈랑스를 향해서 변화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회사가 같은 고객을 놓고 업종을 넘어서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서로를 M&A하려고 하고 있다.

또 한가지의 변화는 서로 다른 업종이 금융업에 침투하려 하고 있는 현상이다. 주로 무선 통신회사가 금융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핸드폰을 신용카드처럼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세계의 많은 무선 통신회사가 은행을 M&A하고 있으며 또는 은행업을 하겠다고 정부에 라이선스 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다. 핸드폰을 활용해서 은행의 모든 업무와 보험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에 관심이 있는 것은 통신 업계만이 아니다. 대형 백화점, 할인매장, 슈퍼마켓에서도 금융업에 관심이 많다. 필자가 최근 영국 테스코(TESCO)에 벤치마킹하러 다녀왔다. 영국 테스코 매장 내에서 간단한 보험 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 보너스 카드를 일반 신용카드 화해 사용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백화점 카드가 신용카드 기능을 부여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003년 2월 3일 세계 굴지의 금융 기관인 HSBC가 미국의 하우스홀드(Household)라는 대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금융기관을 M&A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과거 홍콩에 본사를 둔 작은 은행이었던 HSBC가 전세계 80여개 나라에 지사를 둔 거대한 금융기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미국의 시티뱅크(Citibank)가 전통적인 시장점유 확대에 집착해 비즈니스를 하는 반면, HSBC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이익이 없는 사업 분야는 과감히 매각하고 이익이 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 회사를 성장시킨 것이다. HSBC는 자기들이 미국의 고객을 시티뱅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금융기관이 노후화되어 전통적인 고객마저도 등을 돌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되어 10년 후에는 세계 금융기관 중에서 10개 남짓만 살아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독일, 일본 등 각국의 거대 은행은 반드시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러한 국제적인 조류 속에서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신용카드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은 국내의 신용카드 시장이 매우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은 잘 알고 있다. 틀림없이 국내의 주요 카드 회사를 이들은 M&A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제 금융 시장에 완전히 노출되어있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판도는 5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업계에 있는 많은 분들이 국내 은행 중에서 3개정도만 살아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금융기관의 M&A 속성은 고객을 누가 더 잘 이해하고 빠르게 기업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하는 것이 힘이다.

기업의 자산 규모로 M&A를 이야기하는 것은 예전의 일이다. 국내의 금융업에 관한 법규가 완전히 자율화를 지향하면 지금 보다도 더 엄청난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누가 고객을 더 친숙하게,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느냐가 경쟁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사적 CRM·경영으로 전환

2002년 국내의 금융업계에서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CRM을 최우선의 과제로 생각하고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CRM의 구축 내용을 보면 대개 콜센터, 캠페인 매니지먼트(Campaign Management)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주로 마케팅 부서, 고객 서비스 부서에 국한 된 것이다. 아직도 CRM을 부서별로 접근하고 있고 고객 DB는 통합되지 않은 채, 따로 따로 존재하고 있다. CRM을 부서별로 접근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이 회사에서 통합 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A라는 은행과 거래하면서 B라는 카드사를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고객은 A은행에서 카드 대금을 매달 B카드사에 송금한다. 자사 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사에. 은행의 CRM은 통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송금업무와 카드업무는 서로 다른 부서에서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A은행의 카드사업부는 자기 은행의 고객은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은행이 방카슈랑스, M&A라는 국제적인 흐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CRM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다. CRM을 SFA, 콜센터, 캠페인 매니지먼트, e-CRM이라고 알고 있는 회사는 CRM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서별 CRM에는 기업 경쟁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고객에 대한 부서별 업무의 확장에 불과하다. 전사적인 CRM 구축과 전사적인 경영의 변화, 조직의 변화만이 금융업계가 앞으로 살아 남을 길이다.

앞으로 금융 업계에서는 M&A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금융지주회사가 탄생했으나, 원래의 취지대로 고객에게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적인 금융지주회사는 지사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바탕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한 변화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금융지주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금융업계는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다.

금융권 CRM 전망

앞으로 CRM은 분석CRM과 운영CRM의 통합으로 이어 질 것이다. 분석CRM과 운영CRM은 서로 상보적인 관계다. 분석CRM의 결과가 운영CRM으로 연결되고 운영CRM의 결과가 다시 분석CRM으로 피드백이 되는 통합CRM의 구축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CRM은 고객별 상품별 수익성과 관련해서 구현될 것이다. 현재 구현되고 있는 고객별 수익성은 수익에 대한 정확한 정의 없이 구현되는 것이 보통이다. 앞으로는 CRM이 정확한 수익성을 계산하는 ABC(Activity Based Costing)와 연결되어 구현되는 사례가 생길 것이다. 특히, 상품별 수익성이 정확히 구현되어야 수익성이 없는 상품과 이를 지원하는 인력 및 조직은 신속히 제거해 보다 수익성이 남는 분야에 재투자해야 한다.

CRM은 크레디트 스코링(Credit Scoring)과 연결될 것이다. 물론 카드사는 반드시 크레디트 스코링을 하게 되지만 은행이나 보험업은 그렇지 않다. 대출 업무를 하더라도 종합적인 고객의 신용 평가를 CRM과 연결되게 구현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여신, 카드 및 기타 서비스에서 종합적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고객의 충성도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신상품 개발과 서비스 부분은 반드시 분석CRM과 연결되게 될 것이다. 신상품 개발 부서와 CRM 부서가 통합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의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은 CRM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저 담당자가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것이 이 분야이다. 그러나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한다는 회사도 CRM 구현과 신상품 개발과는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서로 관계도 없다. 신상품 개발은 회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고객의 취향이 급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CRM과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분석CRM에서는 크로스 셀(cross sell), 업셀(upsell), 해지 방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신상품 개발과 타깃 고객에 대한 판촉까지 해야 하고 결과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CRM 구축 이후도 문제다. 지금까지는 CRM의 구축에만 신경을 썼지, CRM의 활용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더구나 CRM의 전사적인 활용에 대한 지표 관리는 전무하다. CRM은 전사적 지표관리 시스템인 BSC(Balanced Score Card)와 연결되어야 한다. 타깃 마케팅 활동이 전사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CRM은 BSC와 연결되어 구축될 것이다.

CRM을 공급하는 벤더들도 마찬가지다. 전사적인 관점을 가진 CRM 컨설팅, 솔루션, 제품 등이 앞으로 환영을 받을 것이다. 부문별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사라질 것이다. CRM을 전사적인 변혁인 c-트랜스포메이션 개념으로 이해하고 컨설팅, 솔루션,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가 앞으로 살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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