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가상화(Storage Virtu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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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지 가상화(Storage Virtualization)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3.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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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를 물리적인 디스크 장치의 시대라고 하면,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를 논리적인 디스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3년은 이러한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스토리지 기술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논리적인 디스크의 시대를 넘어서 ‘스토리지 가상화(Storage Virtualization)’ 시대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일부 소규모 환경에서 구현되던 가상화 기술은 올해 본격적으로 상용화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생성하고,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 저장을 위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T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 시장만큼은 용량과 매출액 모두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도 계속돼, 올해 국내 디스크 스토리지 시장은 전년 대비 약 8% 성장한 7억7천100만달러(2002년 약 7억1천만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전체 스토리지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뒤에는 ‘네트워크 스토리지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AN(Storage Area Network)과 NAS(Network Attached Storage)는 기존 DAS(Direct Attached Storage)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며, 동시에 스토리지 시장의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손쉽게 통합 관리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SAN의 성장률은 가히 경이적인 수준이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SAN(SAN 스토리지, SAN 네트워킹, SAN 소프트웨어)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47%를 기록하며, 오는 2005년에는 DAS와 NAS 스토리지를 합한 규모보다 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바야흐로 가장 각광받는 스토리지 연결 방식에서, 가장 보편적인 스토리지 연결방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가상화 기능 구현된 제 2세대 SAN 등장

SAN의 보편화는 고객들이 바라는 스토리지 구성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새삼 둘러보게 만든다.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토리지 전문가들은 서버와 관계없이 대규모 확장이 가능한 ‘무정지 확장성’이나 손쉬운 ‘재해복구시스템 구현’을 든다. 하지만 SAN 보급이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이기종 솔루션간의 통합 관리’다.

SAN을 구성하면, 이기종 서버간의 연결은 물론이고, SAN 스위치를 중심으로 이기종 스토리지간 연결을 통한 스토리지 리소스 공유(NAS에서 말하는 파일 동시 공유 개념이 아닌 하나의 자원에 여러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는 개념)도 가능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스토리지 관련 벤더들이 참여하고 있는 SAN 표준화 단체 SNIA(Storage Networking Industry Association)에서 지속적으로 SAN 관련 제품들에 대한 호환성 및 표준화를 진행 중이어서 SAN의 역할은 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SAN이 이기종 서버, 스토리지에 상관없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DAS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전산 관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SAN을 구성했다고 해서 자원 관리 최적화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SAN을 구성하면 스토리지 용량을 확장하는 일쯤이야 우스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용량을 증설하게 되면 관리자는 특정 서버가 사용하는 데이터에 대한 볼륨을 일일이 설정해 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다시 특정 스토리지에 데이터가 집중되지 않도록 QoS(서비스 품질 관리), 즉 스토리지 공간의 효율적인 분배에도 계속 관심을 둬야 한다. 결국, 그 자체가 이미 거대하고 복잡한 스토리지로 변해버린 SAN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또 다른 관리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이 제품을 백업 및 복구, 복제와 같은 여타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보다 더 큰 프레임의 관리 소프트웨어와 연동시키는 작업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최근 재조명 받고 있는 ‘스토리지 가상화(Virtualization)’는 바로 이와 같은 네트워크 스토리지(특히 SAN)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금까지의 SAN이 단지 배선 문제만을 해결한 제 1세대 SAN이었다면, 스토리지 가상화 기능을 추가하면 보다 강력한 관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제 2세대 SAN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림1> 스토리지 가상화 구현 방식

그렇다면 스토리지 가상화 기능이 추가된 제 2세대 SAN으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우선 스토리지 관리자가 SAN 내의 저장 풀(pool)을 논리적 구조로 관리할 수 있다. 논리적 저장 영역을 스토리지 풀에서 할당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장치의 구성과 용량의 배분이 서버와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투명하다. 용량을 원하는 대로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도 있으며, 이 작업은 서버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자유롭다.

디스크 어레이와 같이 다른 성능이나 특성을 가진 장치를 애플리케이션에 적절한 성능 수준에 맞춰 동적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리소스 할당 자동화가 가능해 최소한의 직접 조작으로 서비스 품질(QoS) 수준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부서 등 기업의 사용자 그룹이 사용하는 저장 리소스를 쉽게 모니터할 수 있어, 각 그룹이 사용하는 용량에 따라 관리자가 쉽게 용량을 할당할 수 있다.

‘리소스 풀링’만이 가상화는 아니다

스토리지 가상화가 이처럼 네트워크 스토리지 관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왜 좀더 빠르게 보급되지 못하는 것인가? 미국 아이다호의 한 대형 은행에 근무하는 시스템 관리자의 말은 충분한 대답이 될 것이다.

그는 “스토리지 가상화란 물리적 디스크 드라이브를 논리적 볼륨으로 매핑(mapping)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대규모 디스크 어레이에서 수년 동안 해오던 것이다. 다만 문제는 관련 업체들의 과대선전으로 이 정의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업체들이 말하는 스토리지 가상화란 마치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스토리지 가상화를 단순히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 정도로 해석한다면, 호스트 기반이나 디스크 어레이 기반 가상화는 이미 10년 전부터 존재해 온 기술이다. 그리고 가상화라는 개념만으로 본다면 파일 시스템이나 가상메모리 등에서 우리가 이미 익히 사용해 오고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

결국, 스토리지 가상화는 전혀 새로운 기술도 아닐 뿐더러 스토리지 관리의 새로운 대안은 더더욱 아니란 말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대답은 ‘글쎄’였겠지만, 지금은 확실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스토리지 가상화는 단순히 ‘물리적 자원을 논리적 자원으로 변환’하는 기술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업계에서 말하는 스토리지 가상화는 이기종 스토리지 디바이스 구성을 논리적인 형태로 재구성한다는 기본 개념을 토대로, 가상 볼륨(Virtual Volume)을 통한 가용성 확보, DR(Disaster Recovery), 마이그레이션 기능 제공, 애플리케이션 성능 향상을 위한 작업량 분산 기능과 같은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다.

스토어에이지의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샌게이트의 신채식 사장은 “스토리지 가상화라는 말이 최근에는 ‘가상화를 통한 스토리지 통합 운영 관리 솔루션’으로도 불린다. 벤더에 상관없이 모든 관리가 가능하고(통합적 측면), 볼륨을 어떻게 관리할 지, 백업 및 복구를 어떻게 구현할 지, 콘텐츠를 어떻게 보호하고, 유저가 원하는대로 스토리지 환경을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운영적 측면) 제품이 바로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기존에 언급되던 ‘스토리지 가상화’와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는 ‘스토리지 가상화’는 비록 용어는 동일할지라도, 제공하는 기술면에서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스토리지 가상화에 대한 정의가 업체마다 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이 기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최근 들어 네트워크 스토리지로 그 주도권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이라고 하면, 일부 스토리지 하드웨어 업체들이 제공하는 하드웨어 기반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이나 호스트 기반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등장한 네트워크 기반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 전문업체들은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에 대한 개념을 보다 구체화시켰다. 네트워크 스토리지(특히 SAN)의 효율적인 관리에 가상화 기술이 유용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단순한 논리적 볼륨 생성만을 스토리지 가상화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 역시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념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지만, 업계는 물론 고객들 역시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부정하지는 않는 형편이다. 시장이 이미 이들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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