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각(視覺)과 사고(思考), 그리고 행동(行動)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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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각(視覺)과 사고(思考), 그리고 행동(行動)을 바꾸자
  • 정용달 취재부 부장
  • 승인 2003.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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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칼럼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빨간불’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83년부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국내 네트워크 산업이 오랜 침체의 터널 속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NI업계 상위권 업체인 코리아링크의 부도 위기에서 알 수 있듯 지속된 불황의 된서리 속에 수익 악화에 따른 자금난 등으로 고통받는 네트워크 업체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비밀 아닌 비밀이다. 물론 세계 경제가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위협 속에서 여타 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국내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때, 네트워크 산업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네트워크 산업이 호황을 구가하던 과거와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지난해 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의 매출과 순익 등 수익 구조를 보면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정말 심각할 지경에 빠져있다. 이와 같은 작금의 사태는 시장 침체 장기화라는 직격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제살깎기식의 무분별한 저가 경쟁이라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돈이 된다’ 싶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업체들이 좁은 국내 시장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며 외산 솔루션 팔기에만 급급해 왔을 뿐 자체 솔루션 개발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등 경쟁력 강화를 너무도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이 매번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할 것을 두고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는 없다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예전과 현재의 시장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변해 좋은 시절을 기다리다가는 회사 문을 먼저 닫아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는 정보화의 기본 인프라로서 네트워크 구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그렇다고 특별히 거대 시장을 예고하며 부상하고 있는 기술 또한 없는데 좁은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무선랜이나 VDSL 시장만 보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우려했던 저가·출혈 경쟁이 불거지며 장비 공급권을 수주해도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만 보지 않아도 다행일 정도가 됐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은 어쩌면 총체적인 안전시스템의 부재가 불러온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네트워크 업계의 ‘안일함’과 ‘안전 불감증’이 부른 예견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20여 년의 연륜을 지니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 산업이 성장의 기쁨에 도취해 급변하는 패러다임을 멀리하고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며 눈앞의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 어찌됐든 버티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안전 불감 경영’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해도 지나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네트워크 업계의 구태의연한 사업 형태와 근시안적인 전략으로는 막혀버린 네트워크 시장의 숨통이 언제 트일지 모른다. 이제라도 나만의 특화 경쟁력과 미래 지향적인 경영과 비전으로 그간 곪을 대로 곪은 상처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의 모든 시각(視覺)과 사고(思考), 그리고 행동(行動)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노력만이 네트워크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옛 영화(榮華)만을 다시 기다린다면 네트워크 산업 성장의 시계 바늘이 아예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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