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네트워크 34개 업체 사업 평가 및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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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네트워크 34개 업체 사업 평가 및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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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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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네트워크 사업을 하고 있냐’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네트워크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2000년을 고비로 네트워크 업계는 곤두박을 쳤고, 올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99년, 2000년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고, 오히려 2001년, 2002년이 정상 규모의 시장이라는 목소리도 귀 기울여 볼만하다.

즉, 거품 시대의 헛된 환상을 이제 버리자는 이야기다. <편집자>

네트워크 업계에서 구조조정은 상시 체제가 됐다. 회사가 위기에 닥쳤을 때 하는 것이 구조조정이 아니라, 닥쳐올 위험을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 네트워크 업계는 현재 위험요소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위험하다’의 판단 기준과 근거가 아직도 영화로웠던 99년, 2000년 시절에 맞춰줘 있는 것이 문제다. 당시 네트워크 업계는 땅 짚고도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수요는 넘쳐나고 물량은 딸리고. 당연히 서부 개척시대 황금을 찾아 몰려든 개척민들처럼 관련도 없는 업체들이 네트워크 시장으로 몰려들어왔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실제 황금을 손에 쥔 업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업체들은 막차에 올라타 비싼 기차삯만 치르고 목적지까지도 가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항상 업계에서는 과당경쟁, 출혈수주, 수익성악화의 악순환 고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경쟁 없는 업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떤 업종이든 선두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키웠고, 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전 세계 네트워크 시장을 호령하는 시스코도 최근 중국 화웨이, 델컴퓨터, 링크시스와 같은 업체들을 새로운 경쟁상대로 지목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네트워크 시장에 무임승차해 막연히 대박을 바라는 업체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이제 시장도 그걸 용납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옹색한 변명은 이젠 안 통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견실한 업체들 ‘성장세’

지난해 네트워크 업계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대부분 업체들이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왔던 업체, 견실히 내실을 다진 업체들은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 각 사가 밝힌 매출액 증가 및 감소 추이를 살펴보자.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경우 기가링크, 코어세스, 현대네트웍스 등이 매출이 떨어졌고, 다산네트웍스, 로커스 네트웍스, 미리넷, 텔슨정보통신 등이 큰 폭으로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기가링크는 주력 사업인 T-LAN이 국내 시장 포화에 다다름에 따라 매출이 떨어졌지만 올해 VDSL 관련해 반등을 자신하고 있다. 코어세스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경우. 2001년 일본 야후 BB에 IP-ADSL 대박이 터지면서 2천3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500억원에 못 미치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네트워크 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500억원도 작은 수치는 아니지만, 매출 증대를 위해 투자된 자본, 인력 등을 고려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ADSL로 재미를 본 현대네트웍스도 국내 초고속인터넷이 VDSL로 급격히 진화되면서 다소 매출이 떨어졌다.

로커스 네트웍스는 메트로 이더넷에서 성장의 기반을 닦았으며, L4 스위치 전문 업체인 파이오링크도 65개 고객 사이트에서 22억원의 매출을 올려 신생 기업치곤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아비브정보통신, 팍스콤, 애드팍 테크놀로지는 매출규모는 작지만 선전을 펼친 반면 한아시스템, 텔리웨어 등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부진의 늪에서 헤맸다.

지난해 네트워크 업계 최대 수혜 업체로는 메트로 이더넷의 다산네트웍스, VDSL의 텔슨정보통신과 미리넷이 꼽힌다. 2001년 170억원 매출의 다산은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500억원을 기록, 약 3배 가량 증가했으며, KT VDSL 물량을 양분해간 텔슨정보통신과 미리넷도 각각 760억원, 6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재미를 봤다.

네오웨이브, 웰링크와 같은 전송/통신 장비 업체의 경우 2001년보다 소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캐시를 주력으로 인터넷 트래픽 관리(ITM) 솔루션을 취급하고 있는 신텔과 아라기술은 웹 캐시 시장의 포화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CMTS 등 케이블 데이터 시스템에 강한 시스폴, 내외장 안테나로 특화된 코산아이엔티는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NI 업체의 경우 콤텍시스템이 금융권 특수를 누리며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매출인 1천9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NI 관련 매출이 1천200억원. 금융권의 네트워크 통합/재구축, 백업센터 등 수요 증가와 이미지처리 시스템 공급 확대, 로또복권 특수가 견인차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링네트, 아이크래프트, 웨이코스, 이노비스, 인네트 등이 2001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고, 델타정보통신, 썬텍인포메이션, 코리아링크, 인성정보 등은 매출이 떨어졌다.

링네트는 LG전선 시절부터 맺어온 300여 고객선이 성장의 원동력이며, 아이크래프트는 KT, 웨이코스는 쓰리콤, 넷기어 제품을 가지고 중소기업 이하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삼두디엔에스에서 탈바꿈한 이노비스는 덩치를 2배 이상 키웠고, 인네트는 매출 확대와 더불어 NMS 솔루션 ‘넷맥스’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성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NI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온 코리아링크와 인성정보는 무리한 사업 다각화 후유증으로 지난해 주춤하고 말았다.

사업다각화냐, 선택과 집중이냐

NI 업체들은 입버릇처럼 사업다각화, 솔루션 기반의 영업을 말한다. 그러나 제대로 사업다각화 및 솔루션을 개발해 성공한 업체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또한 NI가 아닌 SI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SI 업계도 대형 SI 업체에만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NI 업체가 파고들기란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인 경우 SI 업체가 수주하면 NI 업체들은 네트워크 부문만 하청 받아 공사하기 때문에 별 재미가 없다. 또한 최근에는 중소형 사업에도 SI 업체가 치고 들어오면서 NI 업체가 주도할 만한 사업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위험을 줄이고 연관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사업다각화가 그동안 NI 업계에서 원칙과 기준 없이 이뤄지면서 사업의 부실화를 가져왔다. 힘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관련 없는 사업에 역량을 뺐기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돼버린 것. 특히 99년, 2000년 ‘묻지마’ 투자로 들어온 돈의 대부분이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으로 이곳저곳에 뿌려지며 NI 업계가 스스로 무덤을 판 경향이 짙다.

최근 네트워크/통신, NI 업체들은 전공 분야 외에 보안, DVR, 모바일, 게임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뜨고 있다. 뜰 것 같다’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준비도 안 된 채 뛰어든다는 데 있다. 그 업종에 날고기는 업체들이 순순히 시장을 넘겨줄 리 만무하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말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고, 이는 곧 쉽게 망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주석 링네트 사장은 “NI 업계가 너무 일찍 꽃을 피웠다.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꽃이 먼저 펴 금방 시들어 버린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2001년, 2002년이 정상적인 시장규모다. 앞으로도 99년, 2000년과 같은 거품 시장은 오지 않을 것이다. NI 업체가 네트워크 제품도 만들고, 솔루션도 만들면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NI는 서비스 업종이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제조업이다. NI가 단순 박스 장사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NI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엔지니어링 업종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사업다각화의 우려감을 나타냈다.

사업다각화냐, 선택과 집중이냐의 문제는 결국 동전의 양면이다. 사업다각화 안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며,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가는 사업다각화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고객선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점이다. 특히 통신사업자 시장에 집중하는 업체들은 한 번 터지면 ‘대박’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즉, 통신사업자 상황에 따라 매출이 널뛰기를 하게 돼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져가기 힘들다. 품을 많이 팔아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불황에서도 견뎌 낼 수 있다.

지난해 KT, 하나로 등 통신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사장은 “성장은 했지만 다산의 매출 구조와 제품 라인업은 불안한 상태다. 지난해는 시류가 맞아들어 갔지만 통신시장에만 의존하면 위험이 크다. 제품 라인업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 올해는 엔터프라이즈 매출 비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큰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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