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국내 스토리지 시장 평가와 전망
상태바
15. 국내 스토리지 시장 평가와 전망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3.01.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 17개 분야 2002년 평가와 2003년 전망
15. 국내 스토리지 시장 평가와 전망

합병·재해복구 수요 힘입어 ‘성장’ 지속
중형 스토리지·관리 S/W ‘급부상’ … 올해 7억7,100만달러 규모 예상

데이터를 생성하고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 저장을 위한 스토리지에 대한 요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토리지 시장은 용량 면에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매출액 면에서는 소폭 성장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스토리지 시장 역시 용량에 비해 매출액 증가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2년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2001년 대비 용량 50%, 매출액 10∼15% 정도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지난해 국내 IT 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전한 셈이다. 한편, 한국IDC는 2002년 국내 디스크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약 7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 국내 스토리지 시장이 IT 경기 불황이라는 악재를 용케 피해갈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 인수 합병으로 인한 시스템 통합은 자칫 침체될 뻔하던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했으며, 9.11 테러 이후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이 2002년까지 이어졌던 점 역시 스토리지 업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 애플리케이션 도입이 늘어났던 점도 스토리지 수요를 부추기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금융권, 스토리지 최대 수요처 ‘재확인’

지난해 스토리지의 최대 수요처는 금융권이다. 대규모 은행들의 합병으로 인한 통합 작업에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했고, 은행, 카드, 증권 등 전체 금융권에 걸쳐 재해복구시스템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통합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인 380TB의 스토리지를 구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금융 기관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간계 시스템보다는 CRM, 데이터웨어하우징(DW) 도입을 통한 정보계 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선 점도 스토리지 수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통신 시장의 경우 2001년에 이어 2002년 역시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G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됐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다만 몇몇 기업의 인수 합병으로 인한 시스템 통합 중심의 스토리지 수요가 많았다.

제조 및 유통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대규모 ERP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큰 폭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2003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스토리지 수요가 급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공공 시장의 경우 전자 정부 프로젝트로 인해 2001년 대비 크게 시장이 성쟁했으며,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역시 활발히 진행됐다. 특히 기존 금융권에 국한되었던 재해복구시스템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중소 제조업체들과 공공 기관까지 확산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또한 방송 미디어 시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아카이빙 시장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중형 스토리지 시장 ‘관심집중’

2002년 스토리지 시장은 대형 스토리지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중형 스토리지의 급격한 부상이 눈길을 끈다. 성능과 기능성은 물론 소프트웨어 제품 지원이 대폭 향상된 중형 스토리지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

한국EMC는 지난해 9월 ‘EMC 클라릭스 CX600’을 출시한 데 이어 10월에 ‘EMC 클라릭스 CX400’과 ‘EMC 클라릭스 CX200’을 잇따라 선보였으며, 히타치 진영 역시 지난해 12월에 중형 스토리지 ‘썬더 9500 V 시리즈’를 출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한국EMC의 ‘클라릭스 CX시리즈’는 하이엔드 제품에서 제공되는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능성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히타치의 ‘썬더 9500 V 시리즈’는 중형급으로서는 최초로 단일 포트를 통해 이기종 서버를 통합하는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호스트와 디스크간 고속의 I/O 처리를 가능케 하는 하이퍼(Hi-PER+)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네트워크(SAN)를 위한 인프라를 단순화시켜 고객의 총소유비용(TCO) 절감에 탁월하다.

양사는 그 동안 하이엔드 스토리지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소형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스토리지 시스템 도입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제조, 공공, 유통, 인터넷, 병원 등의 업체들이 올해에는 중형 스토리지를 구입해 스토리지 통합과 네트워크 스토리지 구축 작업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존 금융 및 통신 시장 위주의 스토리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여타 산업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IDC, 올해 국내 스토리지 시장 8% 성장 전망

지난해 불어닥친 전반적인 IT 수요 하락과 투자 침체 분위기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토리지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한국IDC의 ‘한국 IT 전망: 2002∼2006’ 보고서는 2002년 국내 IT 시장 규모가 IT 서비스와 스토리지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2001년 대비 9.8% 성장한 115억5,000만달러(14조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IDC는 올해 국내 IT 시장 성장률을 13.4%로 보고, 이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주도할 분야로 IT 서비스와 함께 스토리지를 지목한 바 있다.

한국IDC가 ‘스토리지 비전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토리지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약 8% 성장한 7억7,1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으로 한정할 경우 올해 시장 규모는 6억8,600만달러로 지난해 예상치인 6억2,800만달러에서 9.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국내 스토리지 시장의 부문별 부침이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IT 예산 삭감으로 인해 기존 스토리지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대형 스토리지 시스템보다는 중소형 스토리지 시스템이 더욱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DAS(Direct Attached Storage)의 수요 역시 상당한 하락을 보이는 반면, SAN(Storage Area Network)과 NAS(Network Attached Storage)와 같은 네트워크 스토리지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기종 스토리지 관리 ‘최대 화두’

이기종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는 2003년에도 화두가 될 공산이 높다. 데이터의 폭증으로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그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더욱이 스토리지 자원이 모두 네트워킹 되면서 이기종 환경은 더욱 심화되고, 이에 따라 관리 환경은 더욱 분산되고 복잡하게 변해갔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관리 환경은 현재 기업의 IT 예산의 대부분을 관리 비용에 투입하게 만들었다. 관리의 통합만이 복잡한 이기종 환경의 관리를 단순화, 자동화할 수 있으며,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생산성과 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기종 통합 관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리의 표준과 상호 운영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많은 벤더들은 SNIA(Storage Networking Industry Association), 파이버 얼라이언스(Fibre Alliance) 등의 표준화 기구에 참가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 부분의 제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공유 등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에는 시장 표준으로 부상되고 있는 CIM/블루핀(Common Information Model/Bluefin), iSCSI 등의 신기술을 채용한 제품들이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기종 관리 소프트웨어의 지원 범위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대형 스토리지 시스템 중심에서 중소형 스토리지 시스템,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즉, 단순한 스토리지 하드웨어 공급에서 벗어나 토털 스토리지 솔루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역시 어려운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사용자 중심의 스토리지 시장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